블로그에 글을 쓴 지도 꽤 오래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장의존적인 인간이라 끈기 있게 계속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 무슨 글을 써야 할까 고민을 하던 어느 날에 주제와 마감기한이 있는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하나씩 글을 쓰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하여 상반기 6개월 동안 6월 마지막 주를 제외하고 일주일에 글 하나씩을 썼다. (6월 마지막 주는 정신없고 힘들어 패스ㅎㅎ)
마감시간이 있기에 글쓰기를 게을리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있지만 워킹맘으로 살다 보면 의식하지 않으면 글 쓸 시간 없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른다.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수영 강습 가기 전에 글을 쓰기도 하고 퇴근하고 와서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 30분 동안 급히 쓴 적도 있었다. 피곤이 누적되며 새벽에 겨우 일어나 수영도 겨우 가는 기간이 길어지고, 퇴근 후 글 쓸 힘까지 남아 있지 않아 글을 쓰는 시간이 점점 마감시간 가까이까지 뒤로 밀려났다. 언제 글을 쓰지? 고민하다 글을 쓰기 딱 좋은 시간이 생겼다. 바로 토요일 오후 3시. 3월부터 첫째 아이가 토요일 3시부터 40분 정도 성당 주일학교 교리 수업에 간다. 교리 수업이 끝나면 함께 어린이 미사에 간다. 집 근처에 있는 성당이지만 집에 다시 가기엔 어중간한 시간이니 자동차나 성당 마당 벤치에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30분 동안 집중해서 글을 쓰기 위해 일주일 동안 머릿속에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 고민한다. 주제와 제목을 정하고 나면 일주일 내내 내 머릿속엔 글 내용으로 가득 차있다. 휴대폰 메모장이나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방에 이런저런 문장들을 써둔다. 일주일 동안 생각했던 주제가 아닌 다른 이야기가 번뜩 생각나 쓴 날도 있다.
이렇게 일주일 동안 이리저리 쌓여있던 문장들을 정리하는 시간, 바로 토요일 오후 3시다. 마구마구 쑤셔두었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빼내어 하나의 글로 쌓아 올린다. 집중해서 글을 쓰고 정리하고 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있다. 아이가 나오기 전에 글을 발행하고 다시 읽어본다. 다시 읽어보며 발견한 오타도 고치고 매끄럽지 않은 문장을 고치다 보면 저 멀리서 아이가 나오는 게 보인다. 발행 버튼을 누른 후 아이를 맞이하고 다시 엄마로 돌아간다.
오후 3시, 오롯이 나로 사는 시간이다. 내가 쓰는 글의 주제가 육아 또는 남편과의 일화 등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이야기를 쓰는 그 시간만큼은 나로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교사로서의 나, 엄마로서의 나, 아내로서의 나를 떠나 나 그 자체인 시간은 하루에 얼마 되지 않는다. 아침에 수영을 할 때 그리고 글을 쓰는 시간 그뿐이다. 사실 제대로 뜯어보면 엉망진창인 글이지만 내 공간에 쓰는 글이기에 괜찮다. 누군가 엉망진창인 이런 내 글을 보고 위안을 얻고 공감을 한다면 그걸로 되었다. 글쓰기란 참 매력적이라 쓰면 쓸수록 더 잘 쓰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어쩜 이런 글을 쓰지? 싶어 부럽기도 하다. 나는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찌 보면 별것 없는 그런 이야기를 재미나게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오후 3시, 열심히 글을 써 본다. 나의 30분을 위해 애써주는 모든 사람-주일학교 선생님, 주일학교가 재미있다며 열심히 가는 첫째 아이, 집에서 둘째 아이와 낮잠을 자는 남편-께 감사하다.함께 소모임에 참여하는 분들과 내 부족한 글을 읽어주는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아, 다음 주는 무슨 이야기로 글을 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