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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ul 27. 2023

모두 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내 직장에서 일어나는 일, 나의 동료들이 겪는 이야기들이 요즘 뉴스 1면을 차지하고 있다. 그 모든 일이 나의 과거이자 현재이며 또한 미래이다.

사회적인 명성, 높은 보수 등을 위해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흘러 흘러 학교로 들어왔다. 완벽한 사명감이 있다 스스로 말할 순 없지만 학생들이 예쁘고 좋았다. 학교가 나에게 주는 안정감도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럴 것이라는 것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이 사회에서 여성으로, 엄마로, 교사로, 또 어떤 무언가로 살아가는 것이 참 버겁다 느낀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리 힘들게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한 커피숍에 갔다. 키오스크가 있는 곳이었다. 남편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그것이었기에 내가 대신 주문을 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기다렸다. 우리 앞에 한 어르신이 두리번거리고 계셨다. "커피 두 잔 주문 좀 할게요."라고 하시자 점원은 "현금이세요?"라고 물었다. 어르신 손에 신용카드가 있는 것을 보고 점원은 "카드는 밖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해주세요, 지금 저희가 많이 바빠서요."라고 했다. 작은 커피숍에 두 명의 직원이 바쁘게 커피를 만들고 있었다. 어르신은 문을 열고 나가 가게 밖에 있는 키오스크 앞에 섰다. 어르신에게 눈이 갔다. 당황스러운 눈빛, 허둥대는 모습이 걸려서 밖으로 나갔다. "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게요." 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선택하고 결제까지 마쳤다.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그 사이 내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커피를 받아 들고 우리는 커피숍을 나섰다.


어르신이 커피 두 잔 사 먹기도 참 어려운 세상이다. 눈이 보여도 만지기 어려운 기계를 내 남편 같은 시각장애인은 만지기조차 어려운 세상이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훈육하는 것도 어려운 세상이다. 길 가다 칼 맞을까 걱정되어 돌아다니기 무서운 세상이다. 지하차도를 지날 때마다 비가 많이 와서 여기 갇힌다면? 하는 생각이 나 겁나는 세상이다. 모두가 다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지구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이런저런 현상들로 하소연을 하는데 인간은 못 알아들으니 지구도 답답해 서서히 죽어가는 세상이다.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만 배려해 주면... 좋겠다는 이런 이야기는 더 이상 의미 없는 뜬구름 잡는 말일까?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모두가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서로에게 조금씩만 친절해보면 어떨까. 우선, 오늘,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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