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한 때 참 많이 불리던 말인데 어째 요즘엔 딱히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요즘 친구들은 뭐라 말하려나?
개인의 행복을 소소함과 거창함으로 어찌 나눌 수 있는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거창한 행복은 무엇일까? 돈과 명예... 그런 것들로 얻을 수 있는 사치품.. 뭐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내 삶에서 거창한 행복은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나의 소소한 행복을 찾아 나섰다.
며칠 날씨가 참 좋아서 차를 두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걸어가는 길에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업무 중에 동료들과 소소한 잡담을 나누며 깔깔 웃는다. 내 아이의 옛 사진을 보며 과거를 회상한다. 퇴근을 하고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 이어폰에서 요즘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몇 걸음만 더 가면 어린이집 앞인데.. 평소 같았으면 노래를 꺼버렸겠지만 오늘은 이 노래를 더 듣고 싶다. 아파트 현관 앞에 서서 노래가 끝날 때까지 다 들었다. 집에 오니 아들이 어제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틀어달란다.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려 본다. (그러다가 결국 아이와 같이 노래를 불렀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포트로 물을 끓인다. 컵에 생강차 티백 하나를 넣고 컵에 물을 붓는다. 어릴 적이라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생강차에 이젠 소소한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아이의 흔적으로 가득한 책상에 앉아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다 태블릿을 열어 글을 쓴다. 머릿속을 떠다니던 생각을 몇 줄의 문장으로 옮겨놓은 뒤 수영가방을 챙겨 수영장으로 향한다. 해야 할 일로 머릿속이 어지럽다가도 물살을 가르다 보면 어느새 걱정들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 있다.
나보다 먼저 집을 나서는 남편이 출근 전에 꽉 안아 주었다. 시어머니께 아이들을 맡기고 집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아들이 뛰어나와서는 "엄마 잘 가! 이따 봐!"라고 말해준다.
출근을 해서 연구실 냉장고에서 우유 하나를 꺼냈다. 홍차 티백하나를 뜯어 우유에 넣었다. 좀 있다 공강시간에 먹어야지.
끝까지 듣는 내 취향의 노래, 새벽시간의 생강차, 업무 중간에 마시는 밀크티, 숙제인 듯하고 있지만 결국 좋아서 하는 글쓰기와 새벽수영, 학생들과 내 아이들의 귀여운 순간들, 남편과의 대화..
내가 절대 피할 수 없는 직장과 육아현장에서 이런 장면들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제대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까. 교사라는 이름과 엄마라는 이름을 떼낼 수 없는 나의 하루 그 사이사이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슬쩍 끼워본다.
결국 행복이라는 건 하루에 몇 개이고 넘쳐난다. 매일매일 행복할 순 없지만 행복한 순간은 매일 있다는 곰돌이 푸의 말처럼 이 순간들을 나에게만큼은 거창한 행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