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종이를 이리 접었다 저리 접었다 낑낑대다가 도와달라며 나에게 왔다. 색종이를 보니 종이가 꼬깃꼬깃하다. 설명을 하며 다시 접어주려는데 이전에 접혀있던 자국들 때문에 다시 접기가 조금 힘들다. "00아 처음 접을 때 잘 접어야 해, 잘못 접으면 다시 접을 때 잘 안 접힐 수도 있어. "
어라, 근데 말하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든다.
정말 그럴까?
잘못 접은 자국이 정말 다음을 힘들게 하는 걸까?
잘못 접은 자국 때문에 다음에 또 그렇게 접어버리기 쉽지만
또 다른 자국을 내기 위한 힘을 꾹꾹 준다면 이전의 흔적은 그저 흔적으로만 남게 되지 않을까.
나는 나를 어떻게 접으며 살아왔을까
첫 단추부터 잘 꿰기 위해 손을 덜덜 떨며 시도했을까
마지막 단추까지 다 꿰고 나서 구멍이 맞지 않음을 알아서 단추를 하나하나 다시 풀며 다시 끼우기를 반복했을까. 생각해 보면 단추를 다시 풀고는 다시 끼우려다가 손을 덜덜 떨며 포기한 적이 더 많다.
그렇게 나의 종이는 접었던 흔적만 많이 남아있을 뿐 결국엔 접히지 않은 구겨진 종이가 되었던 것이다.
오늘도 아이는 구겨진 종이를 이리 폈다 저리 폈다 하면서 열심히 접는다. 낑낑거리며 접고 와서는 "엄마! 이거 봐! 내가 접었어!"라고 한다. 양쪽 모서리는 맞지 않고 뭘 접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엄지를 척 들어줬다. 나였다면 다른 색종이를 몇 번을 꺼내 들다 그냥 던져버렸겠지. 구겨진 종이로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낸 아이가 나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