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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아 Jan 15. 2024

개꿈

왜 자꾸 이런 꿈을..?


꿈을 꿨다.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C%97%AC%EB%9F%AC-%EA%B0%80%EC%A7%80-%EB%B9%9B%EA%B9%94%


꿈에서 나는 대학생이었고
떠나온 지 10년도 넘은 그곳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있었고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그렇다.

누군가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던 것이야!

(상대는 남편이 아니었다)



https://unsplash.com/ko/%EC%82%AC%EC%A7%84/%EB%82%AE%EC%97%90-%EB%B3%B4%EB%8F%84%EC%97%90%EC%84%9C-%


나는 전지적 시점으로 데이트하는 남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캠퍼스 이곳저곳을 걷다 원형극장에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무슨 대화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몽글몽글한 마음이 잠을 자는 내내 느껴질 정도였다. 대화가 끝나고 원형극장을 함께 걸어 내려오는데.. 내려오는데...?


그가 내 팔을 잡는다.​


팔..? 손이 아니고...?



그제야 보이는

그가 쥐고 있는 흰 지팡이​




.


.


.



그랬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었다.​​



아 정말!!!!​

꿈에서조차!!!!!!!!!!!


아오 정말- 하면서

잠에서 깼다.​



그런 꿈을 꾸는 내 옆에서 쿨쿨 자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몇 년 전 꿈에 나온 정해인 님을 떠올린다...​​


https://brunch.co.kr/@brunch-of-lucia/6



내 남편이 앞을 보지 못해 하지 못하는 것,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것, 하지 못할 것 같았는데 기술의 발전이나 배려 등으로 하게 되는 것, 당연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무심한 눈길과 그런 쪽에선 느린 시대의 속도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을 올해로 10년째 함께 해왔다.

함께 기쁘기도 하고 화나고 슬프기도 했다. 굳이 내가 느끼지 않아도 되는 자괴감과 상실감도 느꼈다.



앞선 10년간 겪었던 일보다 더 많은 일들을 더 함께 하겠지. 10년 동안 한결같았던 그의 옆에서 나는 굉장한 변덕쟁이였다.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떤 식으로 그의 옆을 지켜야 할까.



꿈조차 그에게 지배당한 나는 한결같이 변덕스러운 모습으로 꿋꿋하게 그의 옆을 지켜나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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