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로벌 공급망과 글로벌 가치사슬, 무엇이 다를까?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스마트폰, 자동차, 우리가 입는 옷까지. 이 모든 것들은 더 이상 한 나라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부품은 A국에서, 조립은 B국에서, 설계는 C국에서 이루어지는 ‘분업의 세계’ 속에서 글로벌 경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과 국가들은 생산과 물류의 효율성을 고민하며,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 GSC)’과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용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초점은 분명히 다르다.


글로벌 공급망(GSC)는 ‘어떻게’, 글로벌 가치사슬(GVC)는 ‘얼마나’


글로벌 공급망(GSC)은 말 그대로 제품이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모든 과정에 집중한다. 원자재 조달, 부품 생산, 조립, 유통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물리적 흐름’이 핵심이다. 얼마나 빠르게, 저렴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제품을 전달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공급망의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기업들은 리드타임, 재고 회전율, 주문 충족률 같은 지표를 면밀히 살펴본다.

https://m.blog.naver.com/red2x2/223762677892


이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졌다. 팬데믹, 보호무역주의,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은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처를 분산하는 ‘다변화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 이후 글로벌 공급망(GSC) 전략은 단순한 물류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적 전략으로 부상하였다.


반면, 글로벌 가치사슬(GVC)은 제품이 만들어지는 각 단계에서 누가 얼마나 ‘가치’, 즉 돈을 많이 창출하였는지를 들여다본다. 예컨대, 아이폰의 경우 미국은 설계와 마케팅을, 대한민국은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을, 베트남은 조립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가져가는 주체는 아이폰을 설계하고 마케팅하는 애플이다. 글로벌 가치사슬(GVC)는 바로 이 ‘가치의 분배 구조’를 분석하는 개념이다.

https://m.blog.naver.com/red2x2/223755597704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 무역의 약 70%는 중간재 교역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한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여러 나라가 기여하지만, 과연 돈은 누가 더 많이 벌어가는지, 즉 어디서 수익이 발생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기업들은 단순한 생산을 넘어 고부가가치 영역, 예를 들어 R&D, 브랜딩 전략, 플랫폼 구축 등으로 이동하려 한다.


효율과 가치, 두 가지 전략을 동시에 고려하라!


글로벌 공급망(GSC)와 글로벌 가치사슬(GVC)는 결코 배타적인 개념이 아니다. 하나는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동하는지를 설명하고, 다른 하나는 ‘얼마나’ 가치가 창출되고 분배되는지를 분석한다. 전자가 공급망의 효율성에 초점을 둔다면, 후자는 경제적 가치와 경쟁력의 본질에 가까운 질문을 던진다.


최근 글로벌 트렌드는 이러한 두 개념을 동시에 고려해야 함을 보여준다. 예컨대, 미국의 CHIPS 법안은 단순히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라,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글로벌 가치사슬(GVC) 상의 전략적 조치이다. 즉, 공급망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합적 목표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기업과 국가는 이제 단순히 ‘값싼 노동력’만을 쫓는 시대를 넘어서고 있다. 탈세계화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경제적 가치 창출이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 글로벌 공급망(GSC)는 물건의 흐름을, 글로벌 가치사슬(GVC)는 돈과 가치를 말해준다. 두 개념 모두를 이해할 때, 우리는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보다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m.blog.naver.com/red2x2/223762688547


이설아빠의 글로벌 비즈니스 블로그에 더 유익한 정보가 있으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탈세계화 시대, 대한민국 경제 위기인가 기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