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로주의의 귀환, 그리고 그린란드·베네수엘라·프랑스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2025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두고 “광물이 아니라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월에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공습하고 정권 핵심을 제거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최근 외교가에서는 “그다음으로 가장 긴장할 국가는 프랑스일 수 있다”는 분석이 흘러나옵니다.


이 세 사건을 개별 뉴스로 보면 과격한 발언, 남미 정국 불안, 음모론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납니다. 핵심 키워드는 돈로주의(Donroe Doctrine), 즉 트럼프식으로 재해석된 먼로주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돈로주의가 무엇인지, 왜 지금 다시 등장했는지, 그리고 이 전략이 한국 경제와 기업 전략에 어떤 구조적 신호를 보내는지를 통상·무역 관점에서 정리하고자 합니다.


① 돈로주의란 무엇인가: ‘고립’이 아닌 ‘집중’


돈로주의는 19세기 '먼로주의(Monroe Doctrine)'를 단순히 되살린 개념이 아닙니다. “서반구는 미국의 전략 공간”이라는 원칙에 현실주의·경제안보·통상 규칙을 결합한 21세기형 버전입니다.


핵심 특징은 세 가지입니다.

선택적 개입: 유럽·중동의 분쟁에는 개입 최소화

서반구 절대 관리: 미주 대륙 + 북극 인접 지역의 영향력 강화

규칙 중심 통제: 영토 소유보다 접근권(access)·규칙(rule) 확보


즉, 돈로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니라 관리 범위를 좁히되, 그 범위 안에서는 절대적 통제를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이때 ‘국가안보’라는 언어는 관세, 수출통제, 투자심사, 정부조달, 원산지·인증 규정을 한꺼번에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합니다.


② 왜 지금인가: 북극·중남미·중국이라는 구조적 배경


돈로주의가 다시 소환된 배경에는 세 가지 구조 변화가 있습니다. 첫째, 북극의 전략 요충화입니다. 기후 변화로 북극 항로의 상업·군사적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그린란드는 해상 교통, 미사일 조기경보, 우주감시(SSA)를 연결하는 결절점으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둘째, 중·러의 접근 확대에 대한 우려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극 항로와 자원, 군사적 존재감을 동시에 확대 중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그린란드는 감시와 차단의 전초기지입니다.


셋째, 미국 내부의 전략 피로도가 높아졌습니다. 우크라이나·중동·대만 해협까지 이어진 다중 위기 속에서 미국 유권자는 “왜 먼 분쟁에 비용을 쓰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돈로주의는 이에 대한 정치적 해답인 것이죠.


이 구조 속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중국의 중남미 에너지·금융 영향력을 차단하려는 신호로 읽힙니다. 남미는 ‘정권 문제’가 아니라 질서 재편의 시험대가 된 것입니다.


③ 프랑스가 긴장하는 이유: 영토가 아닌 ‘규칙’


여기서 갑자기 프랑스가 등장합니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 유일하게 서반구에 실질적 영토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령 기아나, 과들루프, 마르티니크는 모두 프랑스이자 EU 영토입니다.


미국이 이 지역을 병합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러나 돈로주의의 핵심은 소유가 아니라 영향력과 규칙입니다.

안보 프레임의 우선권

통상·제재·물류 규칙의 주도권

접근권과 결정권


이 세 가지가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면, 영토는 프랑스에 남아 있어도 실질적 결정권은 약화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의 우려는 ‘영토 상실’이 아니라 질서 속 영향력 상실입니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 시장보다 규칙을 읽어라


돈로주의는 일회성 발언이 아닙니다. 향후 10년간 미국 외교·통상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키워드입니다. 한국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글로벌 이슈는 영토 분쟁이 아니라 규칙 재편의 문제

가격 경쟁보다 제재·인증·원산지·조달 요건이 핵심 변수

시장 확대보다 ‘규칙 적응 능력’이 경쟁력


앞으로 기업이 체감하는 변화는 국경선이 아니라 계약 조건과 거래 비용에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돈로주의 하에서 통상·무역 전략의 본질은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경제안보형 거래 환경에 대한 선제적 적응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사건들을 관통하는 질서를 읽는 능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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