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026년 새해 벽두, 눈에 띄는 문장이 하나 있었습니다. “중국의 무역 흑자 최대 대상이 더 이상 미국이 아니다.” 매일경제와 닛케이 분석을 인용한 보도는 이 변화를 ‘시장 다변화’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질문이 바뀐다고 봅니다. “중국이 어디에 더 많이 파느냐”보다 중요한 건, 왜 그쪽으로 팔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숫자는 결과이고, 구조는 원인입니다. 그리고 이번 변화는 단순한 수출처 이동이 아니라, 중국 성장모델의 관성이 만든 과잉생산(Overcapacity)의 출구가 ‘일대일로’로 고정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핵심 데이터는 단순합니다. 닛케이가 중국 해관총서 통계를 분석한 결과로 인용된 보도에 따르면, 2025년 1~11월 중국의 무역흑자에서 일대일로 참여국 비중이 45%까지 올라 미국 비중(24%)을 처음으로 넘어섰습니다.
증가 속도도 대비됩니다. 같은 기간 일대일로 참여국 대상 수출은 전년 대비 11.6% 증가해, 전체 수출 증가율(5.4%)을 크게 상회했다는 요지가 반복됩니다.
여기서 오해하면 안 되는 포인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 수치가 “중국이 선진국을 버리고 신흥국으로 ‘전략적 이동’을 완료했다”는 선언은 아닙니다. 오히려 “선진국 시장에서 부딪히는 마찰이 커질수록, 중국이 흑자를 ‘쌓기 쉬운 곳’으로 더 빠르게 밀어 넣는다”는 신호에 가까운 것이죠.
그리고 그 ‘쌓기 쉬운 곳’이 일대일로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지리나 외교 때문이 아니라 산업구조와 금융결합 방식에 있습니다.
미·중 갈등은 관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기술 수출 통제, 보조금·안보 이슈, 공급망 규범까지 겹치면서 중국 제품은 미국·유럽에서 “싸다”만으로 통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중국의 생산능력이 같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글로벌 기사들은 중국이 수출로 버티는 구조가 강화되며 무역흑자가 커졌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예컨대 2025년 1~11월 중국의 무역흑자가 1조 달러를 넘겼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즉, “덜 팔게 되었으니 덜 만들겠다”가 아니라, “내수가 약하니 더 만들어서라도 밖으로 돌려야 한다”에 가까운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IMF 역시 중국의 대외 불균형이 커지는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논리가 연결됩니다. 생산을 못 줄이면, 남는 물량은 반드시 출구를 찾아야 합니다. 그 출구가 선진국에서 막히면, 규범과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장으로 향하는 것이죠.
일대일로 참여국들은 공통된 수요가 있습니다. 인프라, 전력망, 도로·항만, 통신, 도시개발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 수요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제품 한두 개보다, 공사·자금·장비·운영이 한 번에 묶인 “패키지”가 강합니다.
실제로 관련 보도들은 중국이 단순 물량 수출을 넘어 기술 교육·사후 지원까지 결합한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 지점이 핵심입니다. 중국의 ‘출구 전략’은 단품 수출이 아니라, 금융(대출) + 시공 + 설비/자재 + 표준 + 유지보수를 한꺼번에 엮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일대일로는 “새로운 고객군”이라기보다, 과잉생산을 흡수하기에 최적화된 시장 구조로 읽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시장 다변화’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이유입니다.
중국의 과잉생산은 경기 변동의 결과라기보다, 성장 모델 자체가 만들어낸 구조적 현상입니다. 핵심은 감산이 자연스럽게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점입니다.
첫째, 중국의 성장 엔진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와 생산이었습니다. 공장이 돌아가고 설비가 늘어나면 성과로 평가되는 구조에서, 수요보다 공급이 먼저 커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둘째, 망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 구조도 과잉을 고착화합니다. 국유기업과 정책금융 중심 체계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져도 고용과 지역 안정을 이유로 공장을 쉽게 줄이지 못합니다.
셋째, 내수가 생산 증가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최근 산업생산은 늘었지만 소매판매는 부진해, 남는 물량이 수출로 밀려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기차·배터리·태양광 같은 분야에서는 과잉이 단기 비용이 아니라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인식됩니다.
이 네 가지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중국은 과잉생산을 줄이기보다 수출을 통해 흡수하는 체계를 굳혔고, 그 출구가 일대일로 시장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밀어내기’가 커질수록 세계는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단기: 저가 물량이 물가를 누르는 효과 발생
중장기: 반덤핑·상계관세·보조금 규제가 늘고, 공급망이 더 빠르게 블록화
이미 중국의 무역흑자 확대 자체가 국제적 긴장을 키운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세계 무역은 “자유롭게 흘러가는 교역”에서 “각국이 조건을 붙여 관리하는 교역”으로 이동합니다. 이 흐름은 한국 기업에게 특히 중요합니다. 한국은 가격으로 승부하는 범용재보다, 신뢰·인증·납기·서비스·통합 솔루션에서 강점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위 내용은 “중국이 미국 대신 일대일로에 더 판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근본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중국은 과잉생산을 ‘없애는 나라’가 아니라, 감수하면서 굴리는 나라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과잉을 흡수하는 출구가 일대일로라는 패키지 시장으로 빠르게 고정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글로벌 무역 갈등은 “미·중”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흥국 시장에서 먼저 가격이 무너지고(덤핑 압력) → 이후 선진국이 규범으로 차단하는(반덤핑·보조금 규제) 순환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기업의 대응도 선명해집니다. 중국과의 정면 가격 경쟁을 피하고, 대체 비용이 큰 영역(인증·AS·프로젝트 운영·고신뢰 부품·서비스 결합형 B2B)으로 포지셔닝해야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중국 프로젝트와 경쟁하기보다 부품·소재·운영 솔루션 공급자로 ‘편입’하는 전략도 검토해야 합니다.
무역흑자의 이동은 표면 현상이지만, 그 밑에는 구조가 있습니다. 그리고 구조는, 한 번 만들어지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