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ER·REER 실효환율이 말하는 ‘원화 가치’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요즘 환율 뉴스는 늘 같은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원/달러 1,4xx원”, “심리적 저항선”, “외환당국 개입”. 숫자는 자극적이고, 체감도 분명합니다. 해외여행이 비싸지고, 장바구니가 무거워지고, 기업들은 원가표를 다시 엽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깊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한 과목 점수’에 불과합니다. 한국 경제는 미국만 상대하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죠. 중국·일본·EU·아세안 등 교역 상대국 전체를 놓고 본 원화의 ‘종합 성적표’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NEER(명목 실효환율)과 REER(실질 실효환율)입니다.


BIS(국제결제은행)도 이 지표를 명목·실질 실효환율(Effective Exchange Rates)로 제공하며, 국가의 대외 경쟁력·외부충격 전이·금융여건 분석 등에 활용된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언론이 “원화 가치가 64개국 중 뒤에서 5번째”, “실질 실효환율은 최하위권”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2026년 1월 6일 기준 원화 NEER(2020=100)는 86.56 수준으로, 주요 64개 통화 중 하위권으로 언급됩니다.


그리고 더 뼈아픈 대목은 REER입니다. 2025년 11월 말 기준 원화 REER(2020=100)는 87.05로, 금융위기 직후 수준에 근접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달러가 강해서 원화가 약해진 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졌다는 뜻입니다. 시장은 이제 원화를 성장·수급·위험 프리미엄·신뢰 같은 더 큰 변수들과 함께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달러만 보면 안 되는 이유


우리가 매일 보는 원/달러 환율은 시야를 좁히기 쉽습니다. “오늘 달러가 올랐네, 내렸네”로 끝나니까요. 하지만 한국 무역은 복수의 통화 바스켓 위에서 돌아갑니다. 그래서 실효환율이 중요합니다.


원화는 ‘교역 상대국 전체’ 대비 강한가, 약한가?

물가까지 감안하면, 원화의 ‘체감 구매력/경쟁력’은 어떤가?


BIS가 제공하는 실효환율 데이터는 바로 이 목적에 맞춰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수치가 주는 메시지는 선명합니다.


NEER(명목 실효환율)이 내려갔다는 건, 원화가 달러뿐 아니라 교역 상대국 통화 전반에 대해 약해졌음을 시사

REER(실질 실효환율)이 더 낮다는 건, 환율 변동에 더해 물가 요인까지 반영했을 때 원화의 체감 가치가 약해졌다는 뜻


여기서 ‘착시’가 생깁니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연결하죠.


“REER 하락 = 우리 제품이 싸졌으니 수출엔 무조건 호재 아닌가?”


교과서적으로는 맞는 듯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절반만 맞습니다.


고환율이 더 이상 ‘좋은 소식’이 아닌 이유


REER 하락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섞여 있습니다.


① 건강한 약세: 경쟁력 개선의 결과

생산성·수출 경쟁력이 개선되고, 물가는 안정적이며, 환율은 완만히 조정됩니다. 이 경우 REER 하락은 “가격경쟁력 개선”으로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② 불안한 약세: 신뢰·자본흐름·성장 기대가 흔들린 결과

성장 전망이 약해지고, 위험 회피가 커지고, 외국인 자금이 보수적으로 움직이면 통화는 싸집니다. 이때 REER 하락은 “경쟁력 상승”이 아니라 시장 신뢰 약화가 가격에 찍힌 결과에 가깝습니다.



지금 한국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건 ② 사례입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수출 구조 때문입니다. 한국은 원재료·중간재·에너지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비중이 큰 경제입니다. 그래서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가 좋아지기 전에 수입 원가가 먼저 튀어 마진을 압박합니다.


이 점은 다수의 언론 보도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됩니다. 예컨대 산업연구원 분석을 인용한 기사에서는 “REER이 10% 하락할 경우 대기업 영업이익률이 0.29%p 낮아질 수 있다”는 취지의 결과를 소개하고 있죠.


즉, “고환율 = 수출 호재”라는 문장은 이제 자동으로 믿기 어려운 공식이 됐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은 가격 전가, 장기 계약, 환헤지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환율 상승의 충격이 이익보다 비용으로 먼저 체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NEER·REER 해석에서 가장 많이 빠지는 3가지 함정


① NEER 하락 = 무조건 수출 호재

NEER은 “약해졌다”는 사실만 말해줄 뿐, 그 약세가 건강한지/불안한지는 설명하지 못합니다.


② REER 하락 = 무조건 경쟁력 상승

REER 하락의 원인이 생산성 개선인지, 성장 기대 훼손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최근처럼 “최저 수준”이 강조될 때는 특히 원인을 따져야 합니다.


③ 원/달러 하나로 결론 내리기

한국은 교역 국가다 다양한 국가입니다. 원/달러만 보면 바스켓 전체의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실효환율(NEER·REER)이 필요합니다.


환율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NEER은 “원화의 대외 명목 종합 점수”이며, REER은 “물가까지 반영한 원화의 체감 실력표”입니다. 그리고 최근 하락은 단순한 강달러 현상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며, 성장·수급·위험 프리미엄·신뢰 같은 체력 변수가 함께 반영되는 국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론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잡고 싶습니다.


“원화 약세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환율을 잡는 기술적 처방은 시장의 과속을 늦출 수는 있어도, 근본 체력(신뢰와 성장 경로)을 대신 만들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환율 뉴스를 볼 때 질문을 바꾸면 시야가 달라집니다.


“오늘 원/달러가 몇 원이지?”가 아니라 “NEER·REER이 말하는 원화의 종합 점수는 왜 낮아졌지?”여야 하는 것이죠.


이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체력 진단서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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