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요즘 세계 뉴스를 보다 보면, “관세율이 몇 %냐”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 먼저 떠오릅니다. 누가 시장을 열고 닫는가가 아니라, 누가 '자격', 즉 '규칙'을 정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이번에 캐나다가 보여준 장면이 딱 그렇습니다. 캐나다는 중국과의 관계를 “리셋(reset)”에 가깝게 돌려놓는 무역 합의를 내놨습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캐나다: 중국산 전기차(EV) 관세를 사실상 대폭 인하
중국: 캐나다산 카놀라(유채씨) 관세를 84%에서 15%로 인하
겉으로는 국가 간의 “실용적 맞교환”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 장면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캐나다가 중국을 ‘선택’했다기보다, 미국이 만든 불확실성 속에서 캐나다가 ‘탈출구’를 시도했다는 것이죠. 그리고 미국은 그 시도를 관세가 아니라 ‘규칙’으로 되돌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캐나다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국가로 인식됩니다. 실제로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 수출의 약 70%를 흡수하는 압도적인 파트너입니다. 최근 캐나다 정부 보고서에서도 미국 비중이 분기 기준 72.1%까지 올라갔다는 수치가 확인됩니다.
이 숫자를 ‘의존’이라고만 부르면, 약간 순화된 표현입니다. 70%는 무역 상대가 아니라 경제의 작동 규칙이 됩니다.
표준(인증)과 조달 기준
공급망이 설계되는 방향
금융·투자 흐름
위기 시 통상 레버리지(관세·제재·심사)
즉 캐나다 입장에서 미국은 “큰 고객”이 아니라, 경제 운영 체계 그 자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대외 통상 환경이 예측 불가능해지면서 캐나다가 느낀 불안은 단순히 관세 몇 %가 아닙니다. “내일 규칙이 바뀌면 우리 제조업이 멈출 수 있다”는 구조적 공포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캐나다가 중국 카드를 꺼낸 건, 친중 전환이라기보다 메시지에 가깝습니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도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가장 빠르게 보여주는 방식이, 중국과의 상징성 큰 ‘관세 교환’이었던 것이죠.
캐나다는 중국을 “대체 시장”처럼 꺼내 들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중국은 캐나다 농산물을 일부 흡수해 줄 수 있습니다. 이번 딜에서 중국이 카놀라 관세를 84% → 15%로 낮춘 게 대표적입니다. 또한 이번 조치로 캐나다 수출이 약 30억 달러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캐나다 산업의 중심축(특히 제조업)은 USMCA(북미 무역체제), 북미 공급망, 미국의 인증·보조금·조달 규칙 위에서 돌아갑니다. 이 구조를 중국이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중국은 캐나다에게 전술적 산소통일 수는 있어도, 전략적 골격(규칙 체계)을 대체하진 못하는 것이죠. 여기서 위험이 생깁니다. 전술적 산소통을 들이마시는 순간, 전략적 골격을 쥔 쪽인 미국이 “규칙 점검”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예상합니다.
“미국이 화났으니, 캐나다에 보복 관세를 더 때리겠지.”
그런데 이번 뉴스 흐름을 보면, 미국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관세 숫자”가 아니라 중국 EV가 북미에서 발판을 갖는 것입니다.
미국 쪽 발언은 이미 나왔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캐나다의 결정이 “문제가 된다”는 취지로 비판했고, 중국 EV는 미국 시장에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도 못 박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미국이 쓸 수 있는 도구가 관세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실전에서 더 강한 건 아래 네 가지입니다.
① 원산지 규정 재해석·강화: 겉으로는 캐나다산이어도, 중국 부품·중국 자본·중국 핵심기술 비중이 높으면 “북미산 인정”을 빡빡하게 변경
② 보조금·세액공제 조건 상향: 시장 진입을 “막지” 않더라도, 혜택을 받는 문턱을 올려서 팔아도 남지 않는 구조로 변경
③ 투자·안보 심사 강화: 중국 자본이 조금이라도 섞인 프로젝트는 심사 기간이 늘고, 승인 가능성을 낮춤
④ 사이버보안·인증 규제 확대: 특히 자동차는 ‘움직이는 데이터 플랫폼’이기 때문에, 규칙이 바뀌면 관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막힘
관세는 “입장료”라서 계산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규칙은 “회원자격”이라서, 그 자격을 잃는 순간 계산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이죠.
캐나다 내부에서도 반응이 엇갈립니다. 농업 지역은 카놀라 관세 인하가 바로 체감되는 반면, 제조업 중심 지역(특히 자동차 산업 기반)은 북미 공급망 규칙이 흔들릴 가능성을 훨씬 크게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온타리오 주지사 더그 포드가 강하게 비판하는 장면도 보도됐습니다. 제조업 거점 입장에선 “중국 EV 물량이 들어오는 것” 자체보다, 그다음에 올 미국의 규칙 강화가 더 무섭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는 전형적인 통상 갈등 패턴입니다. 누군가에겐 수출길이 열리는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규칙 리스크가 커지는 위협인 것이죠.
통상은 늘 “국가 전체의 이익”으로만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국내 정치·지역경제·일자리로 번지고, 그때부터는 외교가 아니라 내부 균열의 문제가 됩니다.
정리하면, 캐나다의 선택은 전술로서는 이해가 됩니다. 미국 의존도가 큰 구조에서 “선택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돈로주의적 통상 환경 속에서는, 이런 제스처가 곧장 다음 단계로 이어집니다. 패권국은 상대의 ‘선택’이 아니라, 그 선택이 자기 질서에 만드는 ‘비용(규칙 리스크)’부터 계산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장면이 한국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한국은 캐나다보다 더 복잡한 위치에 있습니다. 중국과의 연결도 크고, 미국의 기술·안보·산업 규칙 의존도 역시 큽니다. 특히 반도체·배터리·자동차처럼 규칙에 민감한 산업의 비중이 매우 크죠.
그래서 한국에 필요한 건 “우리에겐 다른 길도 있다”는 큰 제스처가 아니라, 규칙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캐나다 사례는 따라 할 모델이라기보다, 미리 겪어본 경고 시뮬레이션에 가깝습니다. 이상으로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