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하락한 한국, 경제가 나빠진 걸까?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뉴스를 보다 보면 종종 숫자 하나 때문에 판단이 왜곡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년 한국 1인당 GDP가 3만 6천 달러대에 턱걸이했고, 3년 만에 감소했다.”

“대만이 22년 만에 한국을 추월했다.”


2026년 1월에 나온 언론보도는 딱 그런 장면을 만들었죠. 분명 GDP는 증가했다고 하는데, 이상하죠? 이런 기사를 보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수렴하게 됩니다.


“한국 경제가 진짜 나빠진 거 아니야?”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 숫자는 ‘경제의 실력’이라기보다, 달러로 바꿔 적은 ‘환율 성적표’에 더 가까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다음 두 가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GDP는 늘었는데 1인당 GDP(달러)는 줄어들 수 있을까?

대만은 어떻게 한국을 추월하였을까?


GDP는 ‘나라의 총점’, 1인당 GDP는 ‘환율이 섞인 평균점’


먼저 GDP부터 살펴보겠습니다. GDP(국내총생산)는 “한 나라가 일정 기간 동안 만들어낸 부가가치의 총합”입니다. 공장에서 만든 물건, 회사의 서비스, 정부가 지출한 비용까지 모두 합친 값이죠. 그래서 경제를 가장 넓게 보는 공식도 유명합니다.


GDP = 소비(C) + 투자(I) + 정부지출(G) + 순수출(X−M)


문제는 여기서 뉴스의 비교 지표는 대개 ‘달러 기준 1인당 GDP’라는 점입니다. 계산은 단순합니다.


1인당 GDP(달러) = GDP(자국통화) ÷ 인구 ÷ 환율(자국통화/달러)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생깁니다. GDP는 ‘우리 통화로 만든 경제의 총량’인데, 1인당 GDP(달러)는 여기에 ‘환율’이라는 번역기를 한 번 더 거친다는 것이죠. 그리고 만약에 번역기가 고장 나게 되면(=환율이 급격히 흔들리면), 원문(=국내 생산과 소득 흐름)이 크게 바뀌지 않아도 번역본(=달러 수치)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한국 경제는 “완전히 멈춰 선” 그림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으로 실질 GDP 성장률은 1%로 집계되었죠.


즉, 경제가 성장하긴 했는데, 달러로 옮겨 적는 과정에서 “성적표가 더 나빠 보이는” 조건이 붙었던 것입니다.


왜 달러로 바꾸면 작아 보일까?


아이들 용돈으로 비유하면 가장 쉽습니다. 똑같이 1만 원을 들고 있어도, 환율에 따라 그 차이가 달라집니다.

1,200원/달러면 약 8.33달러

1,400원/달러면 약 7.14달러


원화로 가진 돈(원문)은 같지만, 달러로 바꾼 돈(번역본)은 달라집니다. 이게 바로 “한국 경제는 원화 기준으로 커졌는데, 달러 기준으로는 작아 보일 수 있다”는 현상입니다.


언론 보도에서도 작년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 6,107달러로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1인당 GDP 하락은 ‘성장 실패’만으로 생기지 않습니다.


대체로 세 가지 요인이 섞여 있습니다. ① 성장(더 많이 만들었나), ② 물가(같은 양도 가격이 올랐나), ③ 환율(달러로 바꿀 때 번역기가 흔들렸나)이 그것이죠.


특히 이번 이슈는 3번, 환율 요인의 존재감이 컸습니다.


대만은 왜 한국을 앞질렀나?


그럼 어떻게 대만이 한국을 추월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남게 됩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작년 1인당 GDP는 3만 8,748달러로 제시됩니다. 즉, 격차는 “엄청난 대붕괴” 수준이 아니라, 달러 환산 표에서 충분히 뒤집힐 수 있는 범위입니다. 대만이 강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갈래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1) 강력한 성장의 엔진, AI 반도체


대만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AI 반도체(특히 파운드리·첨단공정) 중심의 수요 폭증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 결과 “성장률 자체가 더 강하게” 찍히는 구간이 생깁니다.


2) 달러 성적표에 유리한 환경


1인당 GDP를 달러로 비교하는 순간, ‘자국 통화의 강약’이 결과를 바꿉니다. 한국은 원화가 약해지는 구간에서 달러 환산이 불리해졌고, 대만은 상대적으로 그 반대의 환경을 누렸다는 해석이 가능해집니다.


참고로 IMF에서 발간한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WEO; World Economic Outlook, 2025년 10월 데이터맵)에서도 한국의 2025년 1인당 GDP(명목, 달러)가 약 3만 5,960달러 수준으로 제시됩니다.


이 숫자는 “한국이 못했다”의 판정문이 아니라, ‘환율까지 포함된 달러 기준 비교치’에 가까운 것이죠.


숫자보다 중요한 건 '구성'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GDP는 나라의 총 생산(총점)이고, 1인당 GDP(달러)는 총점에 ‘인구’와 ‘환율 번역’을 섞은 평균점입니다. 그래서 “1인당 GDP 하락”이 곧바로 “경제 실력 하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환율이 흔들리면 성적표는 충분히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진짜로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한국 경제가 망했나?”가 아니라, 왜 한국은 달러 성적표(환율)에 민감한 구조인가?

환율 변동이 실물경제 체감과 지표를 동시에 흔드는 고리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

AI·반도체 등 특정 파도에 ‘산업 포지션’이 얼마나 올라타 있는가?


숫자에 놀라기 쉬운 시대일수록, 저는 한 문장으로 결론을 내립니다.


“성적표를 보기 전에, 채점 방식부터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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