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단순했습니다. 좋은 차를 만들고, 더 싸게 팔고, 많이 팔면 이기는 게임이었죠.
그런데 2026년 1월, 테슬라 뉴스 하나가 시선을 붙잡았습니다. 북미에서 ‘기본 오토파일럿(Autopilot)’의 핵심 기능(Autosteer)을 빼고, FSD를 구독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소식입니다. 로이터는 FSD를 2026년 2월 14일부터 “월 구독만” 제공하는 방향을 전했고, 구독료는 월 99달러(미국 기준)로 언급되었습니다.
이걸 “돈 더 받으려는 꼼수”로만 보면, 중요한 걸 놓칩니다. 이러한 변화는 테슬라가 수익모델(구독), 규제 리스크(표현/광고), 로보택시(운영 인프라)를 한 번에 정렬한 중대한 이정표에 가깝습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Autosteer(차선 중앙 유지)를 더 이상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고, 해당 수준의 기능을 원하면 FSD(Supervised) 월 구독(99달러)으로 접근하도록 구조를 바꿨습니다. 반면 TACC(앞차 거리 기반 크루즈 컨트롤)은 남기는 식으로 “기본-유료” 경계를 재설정했습니다.
이 구조는 소비자에게 이렇게 읽힙니다. 과거에는 차를 구매하고 나면(옵션 포함) 끝이었다면, 이제는 “차를 산 뒤에도 매달 비용이 붙는 구조”로 바뀌는 것이죠.
즉, 자동차가 내구재에서 서비스(요금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테슬라는 그 전환을 가장 노골적으로 당겼습니다.
이번 변화에서 더 중요한 축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 리스크 관리입니다. 캘리포니아 DMV(차량국)는 2025년 12월 16일 보도자료에서, 테슬라의 용어 사용(특히 “autopilot”)과 관련하여 60일 시정 기회를 주고, 미이행 시 딜러 라이선스 30일 정지(판매 중단 리스크) 가능성을 명시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이겁니다. 규제 당국이 문제 삼는 것은 “기능이 있냐/없냐”보다, 소비자가 “차가 알아서 한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는 표현과 판매 구조였던 것이죠.
그래서 테슬라 입장에서는, 오해 소지가 큰 기능(Autosteer)을 기본에서 빼버리고, FSD를 “감독형(Supervised) + 유료 구독”으로 밀어 넣는 게 논리적으로 깔끔합니다. 한마디로 “운전자 책임”을 상품 구조로 박아넣는 방식입니다.
테슬라가 구독화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월 99달러” 자체가 아닙니다. 구독은 데이터, 검증, 운영 경험을 쌓는 가장 빠른 장치입니다.
로이터는 2026년 1월 22일, 테슬라가 텍사스 오스틴에서 차량 내 안전 모니터 없이(robotaxi rides without safety monitors)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물론 이게 곧 “완전 무인 대규모 상용화”를 의미하진 않습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FSD는 개인 옵션이 아니라, 로보택시/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 인프라로 진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FSD 구독은 “옵션 장사”가 아니라 플랫폼 준비 작업인 것이죠.
한국 기업 관점에서 질문은 단순합니다. “우리도 구독을 할 것인가?”보다 정확히는 “구독을 한다면, 소비자가 ‘박탈’로 느끼지 않게 어떻게 설계할 수 있는가?”입니다.
구독 비즈니스는 ‘가격’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합니다. 대표적인 실패 교과서가 BMW 열선 시트 구독 논란이었죠. BMW는 소비자 반발 속에 해당 구독을 철회(또는 축소)했고, 업계는 이를 “이미 있는 기능을 잠그면 역풍이 온다”는 사례로 학습했습니다.
현대차·기아가 만약 주행보조 구독을 확산시키려면, 성공 조건은 꽤 선명합니다.
기본 안전·편의는 ‘기본’으로 남겨 신뢰를 유지
구독은 “없으면 불편”이 아니라 “있으면 더 좋음”으로 설계
해지/체험/가격 인상 고지 등 구독 신뢰도를 금융상품 수준으로 관리
이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 회사끼리만 경쟁하지 않습니다. 통신/OTT/게임/AI 구독과 한자리에서 경쟁할 것입니다.
정리하면, 테슬라의 이번 전환은 세 개의 축이 한 번에 맞물린 결과입니다.
수익모델 전환: 일회성 옵션 → 반복 수익(구독)
규제·법적 리스크 관리: 오해 소지 큰 표현/기본 기능을 구조적으로 정리
로보택시 포석: FSD를 미래 모빌리티 운영 인프라로 고정
그래서 이 이슈는 “테슬라가 기능을 뺐다”가 아닙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 단위가 ‘차 한 대’에서 ‘요금제+운영 능력’으로 이동하는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한국 기업이 봐야 할 건 “우리도 구독할까?”가 아니라, “구독을 도입했을 때, 소비자 신뢰를 잃지 않고 ‘구조 전환’을 설득할 수 있나?”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