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유럽의 '삼중 의존 구조', 그 이유는?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유럽을 설명하는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연료는 러시아에게, 경제는 중국에게, 안보는 미국에게.”


이 문장은 냉전 이후 ‘안정적이던 세계화’가 유럽에게 허용했던 운영 방식을 요약합니다. 유럽은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한 바구니에 담지 않았습니다. 에너지·제조·안보를 각자 가장 효율적인 파트너에게 나눠 맡겼고, 그 덕분에 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죠.


그런데 지금, 이 구조는 더 이상 “당연한 기본값”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세 기둥이 동시에 흔들리는 시대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왜 ‘삼중 의존 구조’ 위에 설 수 있었나


냉전이 끝난 뒤, 유럽이 가장 강하게 붙잡았던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유럽 안에서는 두 번 다시 전쟁을 하지 말자는 것이었죠.


그 목표를 위하여 EU는 군사 경쟁보다 경제 협력과 생활 안정에 더 무게를 두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분업’이 굳어졌습니다.


에너지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공급이 컸던 러시아

제조·무역은 공장과 시장을 함께 키운 중국

안보는 군사 체계를 가진 미국과 NATO


이렇게 역할이 나뉘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유럽은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공장을 경쟁력 있게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안보 비용은 급격히 늘리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가질 수 있었죠. 말 그대로 “각자 잘하는 일을 맡은 팀플레이”처럼 보였던 시기였습니다.


미국의 시선은 왜 달라졌나


이제 카메라를 미국 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미국은 오랫동안 유럽 안보의 큰 축을 담당했고, 바다와 금융 질서 같은 ‘기본 인프라’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미국 입장에서 질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안보의 비용은 우리가 더 크게 지는데, 경제의 이익은 러시아·중국과 더 깊게 나누는 구조인데?”


특히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 상대”로 더 강하게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동맹국에게 요구하는 기준도 더 확실해졌습니다. “안보는 자동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가 커진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하나가 있습니다. ‘부담 분담’은 갑자기 생긴 논쟁이 아니라, 동맹 내부에서 오래 축적된 쟁점이었습니다.


전쟁으로 흔들린 에너지 공급


여기에 결정타가 들어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가장 먼저 체감한 충격은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었습니다.


유럽은 오랫동안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았습니다. 그런데 전쟁 이후, 그 구조가 “평상시처럼” 굴러가기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전쟁 국면에서 러시아는 결제 방식 변경 요구나 장비 이슈 등을 이유로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했습니다. 거기에 노르트스트림 가동 중단과 파이프라인 폭발 사고까지 겹치며 유럽에는 “공급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된 것이죠.


그 결과로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 비중을 빠르게 낮춰 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러시아 가스 수입을 법적으로 단계적으로 종료하는 조치가 확정·진행되는 흐름까지 이어졌습니다.


에너지는 다른 품목과 다릅니다. 비쌀 때 “조금 덜 쓰자”로 버티기 어렵습니다. 전기와 가스가 흔들리면 공장 가동, 물가, 생활비가 동시에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유럽은 카타르 등으로 LNG를 늘리는 방식의 대체 조달을 확대했고, 그 과정에서 가격 변동성과 비용 불확실성도 커졌습니다. 2025년 유럽의 LNG 수입이 기록적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나왔죠.


정리하면, 이 전쟁은 외교·군사 뉴스로 끝난 사건이 아니라 유럽 경제의 ‘기본 비용(원가)의 바닥’을 들어 올린 사건이었습니다.


이제는 ‘삼중 구조’가 동시에 흔들린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문제는 “에너지(러시아)만”이 아니라, 유럽이 의존하던 삼중 구조 전체가 동시에 압력을 받는 구간으로 들어왔다는 점입니다.


① 경제 축: 중국과의 관계는 “더 깊게”가 아니라 “덜 위험하게”


EU는 중국과의 관계를 정리할 때 “디커플링이 아니라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즉, 예전처럼 ‘그냥 깊게 얽히는 방식’이 계속되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② 안보 축: 동맹은 유지되지만, 조건과 숫자가 따라붙는다


동시에 NATO 안에서는 국방비와 역할 분담 문제가 더 커졌습니다. 실제로 NATO는 유럽·캐나다의 국방비가 2014년 대비 크게 상승했고, 2024년에는 결합 GDP 대비 2%를 넘어섰다는 수치를 제시합니다.


결국 유럽은 한꺼번에 여러 장면을 동시에 마주합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 + 비용 불확실성

제조업 원가 부담

국방비 지출 확대

산업 정책 선택의 폭 축소


이건 “유럽이 뭘 잘못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된 질서 위에서만 가능했던 운영 모델이, 불안정한 질서에 들어오며 동시에 재계산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한국에게 남는 메시지는 뭘까


한국에게 이 내용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위치가 유럽과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도 에너지는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은 미국과 중국 비중이 크며, 안보는 동맹 구조에 기반합니다. 즉 한국 역시 “여러 다리” 위에 서 있습니다.


유럽 사례가 알려주는 핵심은 단순합니다. 다리가 많다는 게 문제는 아니지만, 질서가 바뀌면 여러 다리가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가져가야 할 행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구조를 나누는 것입니다.


에너지·원자재 조달은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로 → 한 곳이 막혀도 멈추지 않게

수출은 미·중 외 제3시장 비중을 꾸준히 키우기 → 의존도 분산이 곧 생존

안보·통상·산업을 따로 보지 않기 → 규칙과 동맹이 투자·공급망·인증까지 함께 움직이는 시대


유럽은 세계화 시대의 대표적 성공 사례였고, 지금은 그 구조가 바뀌는 현장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이 다음 선택을 준비하게 만드는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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