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에서 NDA와 MOU 차이 비교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글로벌 통상 환경은 이미 ‘제품 경쟁’의 단계를 넘어섰습니다. 미·중 갈등의 구조화, EU의 공급망 실사 강화(CSDDD), 각국의 산업보호 정책 확대는 단순 관세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 무역은 기술, 데이터, 공급망 정보가 얽힌 구조적 경쟁입니다.


OECD(2020)는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무형자산(지식·데이터·브랜드·조직 역량 등)의 가치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다시 말해, 설비 규모보다 정보와 기술, 그리고 그것을 지키는 거래 구조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문서가 있습니다. 바로 NDA(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협약)와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입니다.


오늘은 무역 관점에서 NDA와 MOU의 차이, 계약 단계 구조, 실무 전략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무역 계약은 ‘한 번에’ 체결되지 않는다


국제 무역에서 거래는 한 장의 계약서로 갑자기 완성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단계적으로 움직입니다. 보통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① 탐색 단계

이 단계에서는 바이어나 파트너의 신뢰도, 재무 상태, 시장 위치를 검증합니다. 아직 문서가 본격적으로 오가기보다는 이메일·미팅 중심의 비공식 접촉이 이어지는 구간입니다.


② 정보 공유 단계

여기서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사양서, 단가 구조, 공정 설명, 인증 계획처럼 기업의 핵심 정보가 구체적으로 오가기 시작합니다. 이 시점이 바로 NDA가 필요한 구간입니다. 정보가 ‘상세 수준’으로 넘어가는 순간, 보호 장치 없이 진행하는 것은 위험해집니다.


③ 조건 정리 단계

거래의 큰 틀, 협력 범위, 일정, 목표 물량 등을 정리하는 구간입니다. 이 단계에서 MOU가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여기서 정리되는 것은 방향이지, 아직 권리와 의무의 확정은 아닙니다.


④ 본계약 단계

대금 조건, 납기, 위약 조항, 책임 범위 등 법적 권리·의무가 확정됩니다. 이때 비로소 정식 계약이 체결됩니다.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보는 먼저 나가고, 협상력은 뒤늦게 방어하려는 구조가 됩니다.


특히 기술 기반 제조업, 코스메틱, 반도체 장비, 소재 기업처럼 공정·설계·배합 정보의 가치가 큰 산업일수록 이 단계 설계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NDA란 무엇인가: 정보의 경제적 가치를 지키는 장치


NDA는 거래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계약 이후가 아니라 계약 이전 단계에서 체결되는 문서라는 점입니다.


무역 협상에서는 계약서보다 정보가 먼저 움직입니다. 단가와 원가 구조 같은 가격 정보, OEM·ODM 공정 설명, 설계도와 배합비 같은 기술 자산, 바이어 리스트와 유통 채널 정보, 독점 조건과 시장 전략까지 이 모든 정보는 단순 참고 자료가 아니라 기업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이 정보가 먼저 나가면 가격 압박, 우회 생산, 모방 위험, 거래선 탈취,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역에서 NDA는 형식 문서가 아닙니다.


NDA는 계약 이전 단계에서 기업의 마진 구조와 협상력을 지키는 최소한의 방어선입니다.


MOU란 무엇인가: 방향을 맞추는 문서


MOU는 흔히 “계약 직전 단계”로 오해되지만, 실무적으로는 협력 의사와 방향을 정리하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MOU의 일반적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협력 의사 확인

협상 범위·목표·일정 정리

본 계약에서 다룰 항목의 틀 설정

“구체 조건은 별도 계약에서 정한다”는 조항 포함


즉, MOU는 권리 확정 문서가 아니라 정렬(alignment) 문서입니다.


많은 기업이 MOU 체결을 ‘거의 계약 성사’로 받아들이지만, 무역 실무에서 MOU는 법적 구속력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NDA vs MOU: 차이는 ‘내용’이 아니라 ‘순서’


NDA와 MOU는 겉으로 보면 모두 ‘계약 관련 문서’이지만, 실제 역할과 위치는 다릅니다. 먼저 등장하는 시점이 다릅니다. NDA는 정보가 구체적으로 오가기 직전, 또는 협상 초기에 등장합니다. 반면 MOU는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된 이후, 큰 틀의 방향을 정리하는 단계에서 등장합니다.


목적도 다릅니다. NDA의 목적은 기밀 정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단가, 사양, 공정, 전략 등 민감한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MOU의 목적은 협력의 방향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거래 범위, 목표, 일정, 역할 분담 등 앞으로의 큰 그림을 맞추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핵심 내용 역시 차이가 있습니다. NDA는 보호 범위, 예외 조항, 유효기간, 책임 구조 같은 조항이 중심이 되는 반면, MOU는 목표, 협력 범위, 일정, 향후 계약 체결 계획처럼 ‘틀’을 구성하는 내용이 중심입니다.


리스크도 서로 다릅니다. NDA가 부실하면 정보 유출과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MOU를 오해하면 기대 불일치나 일정 지연, 내부 과잉 대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NDA는 정보를 지키는 문서이고, MOU는 방향을 맞추는 문서에 가깝습니다.


5. NDA는 100% 안전한가?


많은 기업이 “NDA를 썼으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제 무역은 국내 거래와 다릅니다.


관할 법원이 해외일 수 있음

소송 비용이 고액

증거 확보가 어려움

집행까지 장기간 소요


따라서 NDA는 완벽한 방패가 아닙니다. 그 본질은 상대의 무단 사용 비용을 높이는 ‘억제 장치’에 가깝습니다.


승리를 보장하는 문서가 아니라, 리스크를 통제하는 최소 장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무역 NDA 체크 필수 조항 5가지


무역 NDA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조항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준거법(Governing Law)입니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할지에 따라 분쟁 비용과 대응 전략이 달라집니다.


둘째, 관할(Jurisdiction)입니다. 실제로 어느 법원에서 다툴지를 정합니다. 준거법과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기밀 정보의 정의(Confidential Information)입니다. 보호 범위가 너무 좁으면 보호가 약해지고, 너무 넓으면 과도한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넷째, 유효기간입니다. 기간이 길수록 의무도 길어집니다.


다섯째, 손해배상 조항입니다. 위약벌 포함 여부에 따라 재무 리스크가 크게 달라집니다.


결국 NDA의 핵심은 서명이 아니라 법 적용, 분쟁 위치, 보호 범위, 책임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오해 3가지


① MOU 체결 = 계약 체결

MOU는 보통 “구체 조건은 본계약에서”라는 전제를 깔고 갑니다. 그런데 이를 계약 확정으로 착각하면, 생산·투자·독점 전제 결정을 먼저 해버려 협상력이 오히려 약해질 수 있습니다.


② NDA 없이 MOU부터 체결해도 된다

MOU 협상 단계부터 단가·물량·사양·인증 일정이 오가기 시작합니다. 이때 NDA 없이 정보를 먼저 주면, 상대가 그 정보를 가격 압박(다른 공급사 견적 비교)이나 우회조달에 활용할 여지가 생깁니다.


③ NDA에 서명했으니 안전하다

국제 거래에서는 준거법·관할·집행이 변수라 NDA가 완벽한 방패가 되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서명 자체가 아니라 무엇을 언제 어디까지 공개할지(공개 범위·타이밍)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이 3가지가 반복되면 “정보는 먼저 나가고, 협상력은 뒤늦게 방어하는” 구조로 굳어집니다.


계약은 문서가 아니라 ‘단계 설계’다


무역을 잘하는 기업은 계약서를 잘 쓰는 기업이 아닙니다. 계약이 만들어지는 순서를 설계하는 기업입니다.


NDA는 정보 공개 전략의 출발점

MOU는 협력 방향의 구조화

본 계약은 권리·의무의 확정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NDA는 서명 문서가 아니라, 공개 범위와 타이밍을 설계하는 전략 도구입니다. 그리고 MOU는 거래 확정이 아니라 방향을 맞추는 단계입니다.


정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 무역에서 문서의 차이는 곧 협상력의 차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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