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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과 무역 관점에서 바라본 저작권의 중요성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우리는 어느새 음악 한 곡, 웹툰 한 편, 영상 클립 하나로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는 더 이상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드라마는 브라질에서 사랑받고, 프랑스의 그림책은 서울의 서점에서 팔린다. 이처럼 창작물은 무역 상품이 되었고, 저작권은 그 흐름을 규정하는 중요한 경제적 도구로 떠올랐다.


과거 저작권은 예술가의 창작을 지키기 위한 울타리였다. 그러나 지금의 저작권은 울타리 그 이상이다. 국제 통상에서 핵심 자산, 협상 카드, 국가 브랜드를 지탱하는 법적 기반이 되었다. 콘텐츠 산업이 국가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오늘날, 저작권은 단순히 법률 용어가 아닌, 전략 그 자체이다.


저작권은 창작물이 태어난 순간, 창작자에게 자동으로 부여된다. 누군가 한 편의 시를 쓰고, 하나의 영상을 만들고, 새로운 디자인을 완성했다면, 그 순간부터 그는 자신의 작품을 지킬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이 권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저작인격권, 즉 창작자임을 밝히고 작품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권리이다. 다른 하나는 저작재산권, 작품을 통하여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권리이다.


이처럼 저작권은 법적으로는 매우 섬세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안에는 사람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대한 존중이 깃들어 있다. 하지만 이 권리가 국경을 넘는 순간, 단순한 법적 개념이 아닌 국제적 질서와의 조율이 필요해진다.


국가마다 저작권을 다루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미국은 공정 이용(fair use)의 범위가 넓어 비평, 풍자, 교육적 목적으로는 저작물 일부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반면 프랑스는 창작자의 인격을 지키는 데 매우 엄격한다. 일본은 캐릭터와 만화에 대한 보호가 특히 강하며, 심지어 패러디조차 원작자 허락 없이는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한민국 역시 저작권을 점차 강화하였으며, 특히 한-미 FTA, 한-EU FTA 등 국제 협상을 거치며 보호 기간 연장,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 강화, 기술적 보호조치 도입 등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2011년 발효된 한미 FTA는 국내 저작권법에 대대적인 영향을 미친 협정이었다. 이 협정을 통하여 보호 기간을 기존 ‘사망 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였고, 일시적 복제도 침해로 간주하게 되었다. 또한, 디지털 저작물 유통 시 적용되는 기술적 보호조치(TPM; Trusted Platform Module)와 권리관리정보(RMI; Rights Management Information)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도 도입되었다. 단순히 문화 정책을 넘어, 국가 통상 정책의 한 축으로서 저작권이 어떤 무게를 갖게 되었는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저작권은 때때로 국제 분쟁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유튜브는 전 세계의 음원 저작권자들과 크고 작은 법적 충돌을 겪었고, 이는 저작권 보호 체계가 플랫폼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중국에서는 여전히 해적판 콘텐츠 유통 문제가 심각하여 국제 사회로부터 지속적인 압력을 받고 있으며, 최근 들어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또 다른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 저작물 수십억 개를 학습하고, 마치 인간처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새로운 창작물'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AI일까, 개발자일까, 아니면 원작물을 학습시킨 사람일까?


이러한 논의는 단순히 법의 영역을 넘어 윤리와 국제 질서, 통상 협상의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은 AI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보호 조항을 논의 중이며, 미국에서도 AI 생성물의 권리 귀속 문제에 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창작은 인간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능력이다. 그리고 그 창작이 타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새로운 문화로 소비되는 순간,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의 경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저작권은 문화와 무역이 만나는 접점이자, 미래 통상 전략의 열쇠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AI, 메타버스, NFT, 빅데이터와 같은 기술이 콘텐츠 생산과 유통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창작자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들의 권리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제도일 것이다.

국가는 저작권을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기업은 그것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하고, 개인은 그 안에 담긴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 창작과 무역의 경계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지식재산 전략을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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