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1세기에 접어들며 세계 질서는 거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되어온 미국과 유럽 중심의 ‘서방 주도형 체제’는 점차 균열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자리한 협의체가 바로 BRICS다.
BRICS는 단순한 경제협력체를 넘어, 기존 국제질서에 도전장을 내민 신흥국들의 대표적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BRIC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BRICS는 무엇이며,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중국은 BRICS를 통해 어떤 미래를 그리려 하는가?
BRICS는 브라질(Brazil), 러시아(Russia), 인도(India), 중국(China),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신흥국 협의체이다. 2001년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짐 오닐이 처음으로 ‘BRIC’ 개념을 제시했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합류하면서 현재의 BRICS가 탄생하였다.
BRICS 국가들은 인구, 자원, 경제 성장률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기존 서방 주도의 국제 경제질서에 균열을 내고자 한다. 특히, 202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이 합류하면서, BRICS는 ‘확장 BRICS’로 거듭났다. 이는 단순한 국가 연합을 넘어 세계 정치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BRICS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주체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BRICS를 단순한 경제협력의 틀로 머무르게 하지 않고,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전략적 플랫폼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우선, 중국은 BRICS를 통해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회원국 간 무역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하여 달러 중심의 금융 질서에 균열을 내겠다는 목표다. 또, 상하이에 본부를 둔 신개발은행(NDB)을 통해 IMF와 세계은행에 대응하는 자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이는 중국식 개발 모델을 신흥국들에게 확산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BRICS를 ‘글로벌 남반구(Global South)’ 연대의 구심점으로 만들려 하며, 아프리카·중동·남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원과 에너지 안보, 공급망 다변화를 동시에 겨냥한 복합 전략이다.
그러나 BRICS가 중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기에는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회원국 간 이질성이다. 정치 체제만 봐도 중국은 일당제, 인도는 다당제 민주주의, 러시아는 권위주의적 체제를 갖추고 있다. 외교 노선도 제각각이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쿼드(Quad)’를 통해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으며, 브라질은 중립적 외교를 선호한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는 국경 갈등 중이고, 새로 가입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종파 갈등의 당사자이다. 이처럼 복잡한 지정학적 이해관계는 BRICS의 결속을 어렵게 만든다. BRICS는 NATO나 EU처럼 공동 규범이나 강력한 안보 체계가 없는 ‘선언적 협의체’에 그치고 있는 것도 한계다.
특히,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은 심각한 문제다. 러시아, 인도, 심지어 일부 신흥국들도 중국이 BRICS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패권을 추구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미국 역시 외교·경제 수단을 통해 BRICS의 결속을 견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BRICS는 ‘수는 많지만 실질적 힘은 약한’ 협의체로 머물 위험에 직면해 있다.
BRICS는 분명히 21세기 세계 질서 재편을 향한 중요한 실험이다. 특히, 중국은 BRICS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 중심 체제에 도전하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BRICS가 진정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잡기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내부의 이질성, 제도적 미비, 중국 중심 리더십에 대한 불신은 BRICS의 한계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금융, 외교, 군사 등 다방면에서 여전히 절대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어 BRICS가 기존 질서를 빠르게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BRICS의 미래는 중국이 얼마나 ‘자국 중심’이 아닌 ‘다자주의적 신뢰 구축’에 성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신흥국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얼마나 조율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그렇지 않다면, BRICS는 ‘확장’에도 불구하고 외형만 커진 느슨한 연합체로 남게 될 것이다.
세계는 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가 어디로 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BRICS는 그 변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21세기 국제정치의 거대한 실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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