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025년 5월, 세계 경제는 또 한 번의 중대한 변곡점 앞에 서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일시적인 휴전에 돌입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더 복잡한 환율 전쟁의 전조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아시아 시장에서 일어난 급격한 환율 변동과 함께 등장한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의 확산은 단순한 경제 이슈를 넘어 글로벌 금융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대만달러는 단 이틀 만에 8% 이상 급락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대의 변동폭으로, 미국이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통화 절상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급락하며 1,300원대 후반까지 내려갔고,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 간 외환시장 운영 원칙에 대한 협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현상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를 연상시키며, 미국이 관세와 환율을 병행해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통하여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하지만, 동시에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와 내수 경기 침체라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을 통하여 수입 물가를 낮추고 금리 인하의 여력을 확보해 내수를 진작하려는 전략을 취하려는 듯 보인다. 이는 과거 일본이 플라자 합의 이후 겪었던 전략적 딜레마와 매우 유사한 흐름이다.
환율 전쟁과 동시에 금융 시장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급부상하고 있다. 테더(USDT), 서클(USDC)과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안정성을 강점으로 이미 남미와 아프리카 등 통화 불안 국가에서 사실상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국제적 확산을 정책의 중심에 두면서, 글로벌 금융 질서는 디지털 달러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들은 이 흐름에 특히 취약하다. 스테이블 코인의 확산은 원화 수요 감소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 스테이블 코인 거래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 가능성에 대한 정치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의 낮은 국제적 신뢰도를 고려할 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지금 우리는 기술 혁명뿐만 아니라 금융 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미국은 환율 압박과 디지털 달러의 확산이라는 이중 전략으로 달러 패권을 재정비하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환율과 금융 체제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전략적 디지털 통화 정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무방비 상태로 시장 흐름에 맡기는 대신 명확한 규제와 전략적 목표를 세워 디지털 시대의 통화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원화의 디지털 전환은 기술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의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판단력과 장기적 비전, 즉 솔로몬의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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