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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 무역합의 완료: 한국의 전략은?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2025년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보다 한층 더 공격적이고 강경한 통상 전략을 추진하며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무역 합의를 도미노처럼 체결하고 있다. 영국과의 합의를 시작으로, 7월 들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최근에는 일본까지 순차적으로 완료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공통점은 단순한 ‘관세 인하’나 ‘무역장벽 철폐’가 아닌, 시장 개방 ↔ 미국산 구매 ↔ 정치적 보상이라는 구조적 맞교환을 중심으로한 미국식 경제안보전략의 본격화다. 그리고 지금, 한국은 이 무역협상 체스판의 다음 순서로 떠오르고 있다.


‘압박 → 협상 → 보상’ 트럼프식 통상의 현실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4월, 전 세계 20개국에 서한을 보내며 상호관세 25% ~ 32% 부과를 예고하였다. 그리고 그 위협은 실제 협상의 지렛대로 작동하였다. 특히, 영국은 가장 먼저 움직이며 자국 내 미국 투자 확대와 농산물 수입 확대를 약속하며 관세 인하를 이끌어냈다.


다음으로 베트남은 미국산 SUV·농산물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며, 기존 46%의 고율 관세를 20%까지 낮췄다. 인도네시아 역시 미국의 농산물·에너지·항공기 수출 확대를 보장하며, 미국이 부과 예정이던 32% 관세를 19%로 협상하였다. 최근 일본은 참의원 선거 참패 직후 5,500억 달러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자동차 관세를 27.5% → 15%로 낮추는 성과를 얻었다.


이 모든 협상은 공통적으로 ‘서한 → 압박 → 상호관세 위협 → 빠른 협상 → 실익 확보’라는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미국은 조건 없이 시장을 열지 않는다”며, 실익 중심의 양자 협정을 통하여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한국이 직면한 구조적 통상 리스크


첫째,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 역차별이 우려된다. 일본은 자동차 관세를 27.5% → 15%로 인하하였으나, 한국은 여전히 25% 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10%p 관세 차이는 차량 한 대당 평균 2,000달러 ~ 3,000달러의 가격 경쟁력 차이를 유발하며, 단기 수출 45% 감소, 연간 1조 원 규모의 손실이 우려된다.


둘쨰, 미국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이 심화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무역합의에서 ‘미국 농산물 시장 개방’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농산물 개방에 매우 민감하여 향후 협상에서 ‘FTA 재협상 트라우마’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한국의 또다른 주력 산업인 반도체·배터리 분야의 추가 규제가 우려된다. 미국은 안보 논리를 앞세워, 반도체에 대한 수출관리 규정(Export Control)을 강화하고 있으며, 배터리의 경우 부품 원산지 규정을 문제 삼아 관세 유예를 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협상 주도권의 상실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부분이 가장 우려된다. 일본이 먼저 '대형 딜'을 체결함으로써,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비교 우위나 선제적 카드 없이 ‘일본 따라가기’ 외교에 놓일 위험이 커졌다.


그렇다면,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대응 전략은?


무엇보다도 한미 관세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고자 노력하여야 한다. 미국의 관심 분야(자동차, 농산물, 반도체, 배터리)에 대한 종합적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일본 수준 이상의 협상 조건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약속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일본처럼 대규모 투자계획(현지공장, 고용창출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함으로써 정치적 보상 심리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민감 분야에 대한 양보와 보상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한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되, 미국산 특정 품목에 한정하거나 수입 물량을 제한하는 방식의 보상 교환안을 설계하여야 할 것이다. 대미 협상을 잘하여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걸 내주고 농산물 시장을 지킨다면, 이보다 더 베스트한 것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경제안보 외교 역량의 총동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통상교섭본부),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이 참여하는 범정부 협상 컨트롤 타워를 가동하여 ‘통상+안보+경제’ 복합 전략을 수립하고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트럼프식 통상 게임, 한국의 생존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략은 표면상 ‘관세 협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 중심 공급망 구축’과 ‘정치적 실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과의 무역합의는 모두 산업 주도권을 미국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적 설계였다.


한국이 이러한 흐름에서 뒤처진다면, 관세 부담은 물론이고 글로벌 가치사슬(GVC) 내 핵심 위치도 위태롭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한국은 자국 산업을 지키는 동시에,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재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즉, 빠른 협상 없이 얻게 될 것은 ‘관세’고, 전략적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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