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025년 7월, 동남아시아의 태국과 캄보디아 국경지대에서 다시 총성이 울렸다. 세계문화유산인 프레아 비히어르 사원을 둘러싼 이 오래된 갈등은 한 세기를 넘어 되풀이되어 왔고, 이번에는 중화기와 전투기까지 동원된 무력 충돌로 확대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이례적으로 분쟁의 국면을 급격히 전환시킨 것은 전쟁터의 대포가 아닌, 워싱턴에서 걸려온 한통의 전화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벌이는 국가와는 무역 협상을 하지 않겠다”며 관세 부과 유예 조건을 휴전과 연결시키는 초강수를 던졌다. 전통적 외교문법과는 거리가 있지만, 이 강경한 발언은 곧바로 양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불러오며 원칙적 수준의 휴전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은 ‘전쟁과 무역’, 그리고 ‘외교와 압박’이라는 경계가 어떻게 뒤섞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대 국제정치의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의 시초는 20세기 초 프랑스 식민지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4년 당시 프랑스(캄보디아의 보호국)와 태국(당시 시암)은 국경 조약을 체결하고 프레아 비히어르 사원을 태국 영토로 편입했다. 그러나 1907년 프랑스가 제작한 지도가 사원을 캄보디아 측으로 잘못 표기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태국은 해당 지도를 승인하면서도 수십 년 동안 오류를 인지하지 못했고, 이후 1954년 프랑스군 철수 직후 해당 사원을 점령하며 무력 분쟁의 서막을 열었다.
1962년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사원이 캄보디아 영토임을 인정했고, 이에 따라 태국은 철수했지만 완전한 해결은 아니었다. 2008년 프레아 비히어르 사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양국 간 갈등은 다시 고조되었고 2011년에는 대규모 교전까지 발생하였다.
2025년 5월 말부터 재개된 긴장은 7월 들어 본격적인 교전으로 이어졌고, 양국은 중화기와 전투기를 동원한 충돌 속에 민간인과 병사 포함 30여 명의 사망자와 17만 명 이상의 피란민이 발생하였다. 특히, 7월 24일 이후 대규모 교전이 며칠간 이어졌고, 양국은 서로를 도발의 주체로 지목하며 외교관 추방, 계엄령 선포 등으로 갈등을 격화시켰다.
분쟁이 고조되던 7월 26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태국과 캄보디아 양국 정상에게 “전쟁 중인 국가는 미국과 무역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하며 강력한 압박에 나섰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경고를 넘어, 실제로 8월 1일부터 예고된 미국의 고율 관세(36%) 부과 유예와 직결된 조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이 없으면 협상도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미국-태국, 미국-캄보디아 간의 경제 협력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 결과, 양국 외교 당국은 곧바로 “무조건적, 즉각적 휴전 원칙에 합의했다”고 발표하였으며, 태국 외교부는 “가능한 한 빨리 양자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는 분쟁 이후 불과 며칠 만에 휴전 전환을 이끌어낸 것으로, 전통 외교와는 다른 방식의 '관세 연계 중재'가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트럼프식 접근을 “거칠지만 실효성 있는 외교”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번 분쟁은 단순한 국경선 문제만이 아니라, 민족주의 감정과 군사력 과시, 지도자들의 정치적 입지 강화 시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는 이 갈등을 ‘미국 vs 중국’이라는 대결 구도의 일환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실제로 태국은 미국의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으로 정기적인 군사 훈련과 첨단무기 지원을 받고 있고, 캄보디아는 중국과의 군사협력 강화 속에 남중국해 인근에 중국 해군기지를 유치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충돌은 ‘대리전(proxy war)’으로서의 성격을 배제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동남아 국경 갈등 속에 깊숙이 투영되어 있는 셈이다.
2025년 7월의 태국-캄보디아 분쟁은 단순한 국경분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역사적 지도 오류와 식민지 유산, 민족주의 감정과 지도자의 권력 투쟁, 지역 패권국의 대리 대립, 그리고 미국 대통령의 경제-외교적 개입이 얽혀 있는, 현대 국제 정치의 복합적 갈등 양상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협상 중단’ 발언은 교전 중단이라는 단기 성과를 이끌어낸 반면, 이러한 방식이 국제법적 정당성과 장기적 평화 정착에 적합한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유효하다.
휴전은 선언되었지만, 국경에서는 여전히 긴장이 이어지고 있으며, 휴전이 실제로 유지될지,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어떤 식으로 개입할지에 따라 향후 전개는 달라질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외교와 전쟁, 그리고 경제 협상이 더 이상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요소는 하나의 고리처럼 맞물리며, 오늘날의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