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de: 무역왕 김스타 25화

경쟁사의 등장

by 이설아빠

제품 포장 파손 이슈가 있고 몇주 뒤, 아침부터 짙은 안개가 도로를 감쌌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한 도현은 팀원들보다 먼저 자리에 앉아 메일함 정리를 위하여 회사 메일함에 접속하였다. 그런데 받은 편지함 가장 위에 조금 전 도착한 듯 보이는 새로운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URGENT] Suspicious Similar Products in EU Market"

([긴급] EU 시장 내 유사 제품 의심 사례 발생)

처음엔 스팸이거나, 패키지가 파손안된 제품이 일부 프랑스 시장에 유통되었기 때문에 단순 제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낸 사람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도현의 몸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렸다. 도현은 메일을 열었다. 메일 본문에는 프랑스 로컬 매장에서 촬영된 여러 장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사진 속에는, 뷰티스타 코스메틱 제품과 거의 구분되지 않을 만큼 유사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상표명만 미묘하게 다를 뿐이었다.

"We have identified several products in the market that strongly resemble your items, causing potential confusion among consumers."

(시장 내에서 귀사 제품과 매우 유사한 외관을 가진 제품들이 다수 확인되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마티유 드랑은 이렇게 경고했다. 조금 전 도착한 효진이 도현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옆으로 다가왔다.

"이게... 뭐죠?"

효진이 모니터를 보다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거의 똑같잖아요. 누가 이렇게까지 베꼈죠?"

효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화면을 응시했다.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막 출근한 유리도 도현의 책상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너무 놀란 나머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앗다.

‘브랜드를 지키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제품도 소용없다.’

마음속에 짙은 불안이 스며들었다. 오랜기간 걸쳐 만든 브랜드였다. 수십 번 디자인을 바꾸고, 매일 새벽까지 포장 상자 하나, 로고 위치 하나에까지 머리를 싸맸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뷰티스타 코스메틱’이라는 이름을 만들어냈고, 그 이름은 이제 겨우 프랑스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 정체성을 누군가가 훔치려하고 있었다. 교묘하게, 노골적으로. 정당한 노력 없이, 모양만 비슷하게 만들어 소비자의 눈을 흐리게 하려는 시도, 도현은 그게 너무나도 두려웠다. 제품보다 더 깨지기 쉬운 게 브랜드였고, 브랜드보다 더 쉽게 무너지는 게 신뢰라는 걸, 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밤, 도현과 기석 그리고 마티유 드랑은 긴급히 화상 회의를 열었다. 모니터 너머, 마티유 드랑은 무겁고 진지한 얼굴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이마에는 미세한 주름이 잡혀 있었다. 마티유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Mr. Kim, the situation is more serious than we initially thought. Someone may have copied the product during the exhibition period."

(김 대표님, 상황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전시회 기간 중 누군가 제품을 카피한 것 같습니다.)

도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모니터 앞에 자세를 바로잡았다. 마티유는 말을 이었다.

"If consumers get confused between your products and the imitations, Beautystar’s brand could lose credibility even before it truly establishes itself in the market."

(소비자들이 귀사의 제품과 모조품을 혼동하게 된다면, 뷰티스타 브랜드는 시장에 제대로 자리잡기도 전에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도현은 침착하게 물었다.

"What would be the most effective way to respond?"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법은 무엇일까요?)

마티유 드랑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준비된 전략이 있다는 듯, 곧바로 손가락으로 화면을 짚었다.

"There are three immediate actions I recommend."

(제가 권장하는 즉각적인 대응 조치는 세 가지입니다.)

그는 하나씩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뷰티스타 전용 브랜드 캠페인

프랑스 현지 SNS, 뷰티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뷰티스타만의 고유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

둘째, 정품 인증 시스템 구축

제품 라벨에 QR코드 또는 홀로그램을 부착해 소비자가 직접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

셋째, 매장 디스플레이 개선

매장 내에서 뷰티스타 제품만을 강조하는 전용 진열대를 설치하여 소비자 눈에 명확히 구별되도록 조치


도현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마티유 드랑의 제안 하나하나가 현실적이지만, 만만치 않은 재정적 부담을 의미했다. 도현이 조심스레 말했다.

"I see. But the costs... they will be substantial, won't they?"

(알겠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상당히 들겠군요, 그렇죠?)

마티유 드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눈빛으로 답했다.

"Yes, they will. However, I firmly believe that this is an investment, not a cost. If we establish the brand image strongly now, Beautystar can dominate the market later without being shaken by imitators."

(네, 비용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확신합니다. 지금 브랜드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해놓는다면, 뷰티스타는 이후 모조품에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현은 빠르게 이해하고, 천천히 차분하게 대답했다.

"You mean, if we don't solidify our position now, we might not even have a second chance later."

(그러니까 지금 입지를 굳히지 못하면, 나중엔 두 번째 기회조차 없을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Exactly."

(정확합니다.)

마티유는 짧게 대답했다.

"Now is the time to act."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입니다.)

도현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했다. 뷰티스타 코스메틱의 현재 예산, 인력 상황, 물류 부담... 도현의 머릿속에서는 수많은 계산이 오갔다. 그리고 도현은 기석을 쳐다봤다. 기석도 고민에 잠겨있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곧, 마음 한구석에서 더 이상 미루거나 망설일 수 없다는 결론이 또렷이 떠올랐다.

'지키지 않으면, 이 싸움은 의미가 없다.'

그때 마티유 드랑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Mr. Kim, there is one more thing I'd like to discuss."

(김 대표님, 한 가지 더 논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도현은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했다.

"Please, go ahead."

(말씀해주십시오.)

마티유 드랑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Originally, our order was meant for a simple market test. However, after seeing the initial feedback and analyzing the potential, we believe Beautystar could achieve much more in Europe than we initially expected."

(애초에 저희의 주문은 단순한 시장 테스트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초기 반응을 확인하고 잠재력을 분석해본 결과, 뷰티스타는 저희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유럽 시장에서 훨씬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말투는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확신이 담겨 있었다.

"Of course, asking for a full marketing collaboration at this early stage might seem like an excessive request. I fully understand that it was supposed to be a pilot shipment."

(물론, 이른 시점에 본격적인 마케팅 협업을 요청하는 것이 과한 요구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번 선적이 시범적인 테스트였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도현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티유 드랑은 이어서 말했다.

"But, Mr. Kim, we don't see Beautystar as just another supplier. We see it as a future partner, a brand we can grow together here in Europe."

(하지만 김 대표님, 저희는 뷰티스타를 단순한 공급업체로 보지 않습니다. 유럽에서 함께 성장해나갈 미래의 파트너, 함께 키워갈 수 있는 브랜드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덧붙였다.

"To show our commitment, we would like to place an additional order. This time, not 500 units, but 2,000 units for the next shipment. And the next order will be more."

(저희의 의지를 보여드리기 위해 추가 주문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500개가 아니라, 다음 선적분으로 2,000개를 주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주문은 더 많을 것입니다.)

도현은 놀라 눈을 들었고, 곁에 앉은 기석 역시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2,000 units... and more?"

(2,000개... 그리고 더?)

놀라움과 함께 가슴 한구석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Yes,"

(네.)

마티유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And with your agreement, we will also invest in co-marketing efforts. Of course, the investment proportion and execution details can be discussed separately."

(그리고 김 대표님의 동의가 있다면, 공동 마케팅 활동에도 투자할 계획입니다. 물론 투자 비율과 실행 방식에 대한 세부 사항은 별도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현은 깊은 숨을 들이 쉬었다. 이번 기회가 단순한 시장 테스트를 넘어서, 유럽 진출의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했다.

"Mr. Drang, we are ready. Let's build Beautystar into a brand that stands proud in Europe."

(드랑씨, 저희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뷰티스타를 유럽에서 자랑스러울수 있는 브랜드로 함께 만들어 나가봅시다.)

모니터 너머로 마티유 드랑의 얼굴에 다시 한 번 깊은 미소가 번졌다.

"I'm looking forward to it, Mr. Kim."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님.)

회의가 종료되자, 모니터 너머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무실 안은 다시 깊은 정적에 잠겼다. 창밖은 이미 어둠에 잠겼지만, 도현의 마음속에는 묵직하고 단단한 불꽃이 새로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기석을 쳐다봤다. 기석은 도현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브랜드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

도현은 조용히, 그러나 굳게 다짐했다.


다음날 아침, 도현은 회의실로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효진, 유리, 그리고 기석까지 모두가 긴장된 표정으로 도현을 바라보았다. 다들 밤새 서류를 정리하느라 눈가가 조금 붉게 충혈되어 있었지만, 그만큼 집중되어 있었다. 도현은 회의실 앞에 서서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여러분, 어제 밤, 마티유 드랑과 긴급 회의를 진행 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우리 뷰티스타 제품과 거의 똑같은 모방품이 파리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 이미 들으셨죠?"

효진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눈을 떼지 못했다. 도현은 단단한 목소리로 이어갔다.

"마티유 드랑은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팀원들의 눈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는 우리에게 뷰티스타를 유럽시장, 특히 파리에서 '함께 키워가자'고 제안했어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관계를 넘어, 브랜드를 함께 만들자는 겁니다."

조용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그리고 그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음 선적에선 2,000개 발주를 확정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 주문은 더 많이."

효진과 유리의 눈이 커졌다. 한순간, 사무실 안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도현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제품만 잘 만들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는 손에 쥔 펜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책상 위를 짚으며 말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해요. '뷰티스타'라는 이름을, 프랑스 시장에 확실히 각인시켜야 합니다. 누구든, 어디서든, 우리 제품을 보고 '이건 뷰티스타구나', '이건 정품이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어야 해요."

도현은 또박또박, 그러나 강한 어조로 강조했다.

"단순히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찾는 브랜드, 흉내 낼 수 없는 가치를 가진 브랜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거기입니다."

효진은 손에 쥔 노트를 꽉 움켜쥐었다. 유리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현은 마지막으로 말을 맺었다.

"여러분,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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