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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질생산력·중국몽·일대일로: 하나로 이어진 중국의 전략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2023년 이후 중국의 국가 전략 담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신질생산력(新質生產力, New Quality Productive Forces)’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수차례 강조하며 기존의 양적 팽창 중심 성장 전략에서 질적 혁신 중심의 경제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였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저임금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 능력을 무기 삼아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미·중 기술패권 경쟁, 탄소중립 압박, 그리고 중진국 함정 가능성까지 겹치며 이 성장 공식을 더는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중국은 ‘더 많이 만드는 나라’에서 ‘더 똑똑하게 만드는 나라’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중심에 신질생산력이 자리하며, 이는 중국몽과 일대일로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기능하고 있다.


신질생산력의 개념과 등장 배경


신질생산력은 단순히 새로운 경제 용어가 아니다. 전통적인 노동 중심·저임금 제조 기반에서 벗어나 기술·인재·디지털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생산 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국가 전략이다.


등장 배경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있다. 먼저 생산가능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집약적 성장 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약화시켰다. 미국과의 기술 갈등이 격화되면서 반도체와 첨단 기술의 자립 필요성이 커졌고, 제조업 중심 성장만으로는 소득 수준이 정체되는 중진국 함정 우려가 현실적인 위기로 다가왔다.


여기에 탄소중립과 ESG 준수 압력이 산업 구조 개편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결국 중국은 ‘싸고 많은’ 방식에서 ‘똑똑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산업 체질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신질생산력의 3대 핵심 요소


시진핑 주석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신질생산력의 방향을 세 가지 핵심 요소로 정의한다.


첫째, 혁신 주도다. 이는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산업을 고도화하고, AI·반도체·클라우드·빅데이터 등 첨단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다. 화웨이의 자체 칩 개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클라우드 역량 확대가 대표적 사례다.


둘째, 고급 인재 기반이다. 중국은 이공계 우수 인재를 육성하고 해외 유학생의 귀환을 장려하며, ‘인재가 곧 생산력’이라는 기조 아래 교육제도와 연구 환경을 개편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선전에는 국가 핵심기술 연구소가 세워지고, 기업 인큐베이터가 확대되고 있다.


셋째, 디지털·친환경 전환이다. 스마트공장과 스마트물류, 탄소중립 공정 도입이 가속화되고, ESG 경영과 공급망 투명성 확보가 산업 운영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CATL과 BYD가 전 공정 스마트화를 추진하고 탄소 배출 측정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그 예다.


산업별 적용 사례와 글로벌 영향


중국은 신질생산력을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 정책 전반에 반영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CATL과 BYD가 AI 기반 품질 관리와 친환경 생산 공정을 적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장비·소재 국산화를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선전과 우시에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되고 있다.


디지털 경제 분야에서는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AI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국가 주도의 클라우드 인프라가 확충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서는 ‘산업인터넷+스마트공장’ 시범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며, MES·ERP 통합 시스템 도입이 지원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내부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미국이 중국의 첨단 기술 산업을 배제하려는 기술패권 경쟁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중국몽, 일대일로와의 연결


과거 중국의 국가 전략은 중국몽, 일대일로, 제조 2025처럼 별도로 존재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질생산력이 이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다. 중국몽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목표로 경제적 부강, 기술 자립, 문화적 자긍심을 강조하는 비전이다. 신질생산력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디지털·지속가능성 중심의 실행 수단이다.


일대일로는 초기에는 물리적 인프라 건설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디지털 실크로드와 녹색 일대일로, 기술 수출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 발전한 고부가가치 기술과 산업 시스템을 제3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파키스탄의 스마트 전력망, UAE의 AI 기반 물류 체계, 아프리카의 저탄소 스마트시티 사례는 모두 신질생산력의 산물이다.


전략적 통합의 의미


현재 중국의 전략은 하나의 유기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중국몽은 국가 비전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신질생산력은 내부 체질을 혁신하는 엔진 역할을 하며, 일대일로는 이를 외부로 확장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이 세 축은 맞물려 돌아가며, 중국을 단순 제조 강국에서 기술·디지털·친환경 선도국으로 변모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자국 내에서 축적한 디지털·친환경 역량을 글로벌 표준으로 만들려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 기업과 정책의 대응 방향


신질생산력은 중국 경제만의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 질서를 뒤흔들 잠재력을 지닌 개념이다. 과거 가격·속도·물량이 경쟁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기술력·품질·지속가능성이 경쟁의 중심이 된 것이다. 한국 기업은 자사 제품과 기술이 중국의 전략 방향과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분석해야 하며, ESG 인증과 디지털 전환 수준을 높이고, 단순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한, 중국 및 제3국과의 기술 협력과 공동 R&D 모델을 발굴해 변화하는 경쟁 환경에 대응하여야 한다. 중국의 전략은 개별적으로 보아서는 그 깊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중국몽, 신질생산력, 일대일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움직이는 전체 그림을 읽는 것이 앞으로의 세계 경제를 예측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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