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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글로벌 시대, 기업 마케팅 전략의 새로운 기준

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by 이설아빠

기업은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속적으로 바꿔왔다. 초기에는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던 기업이 수출을 통해 국경을 넘어섰고, 이후 국제마케팅을 거쳐 글로벌 차원에서 통합된 전략을 전개하는 단계로 발전해 왔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시장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을 넘어, 경영자의 사고방식, 전략적 초점, 자원 배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비즈니스 환경은 급격히 달라졌다. 디지털 플랫폼이 보편화되고, AI 기반 물류 혁신이 진행되며, 글로벌 소비 트렌드가 동질화되었다. 창업자들이 해외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사례도 늘어났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통적인 국제화 단계를 뛰어넘고 창업 초기부터 곧바로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는 ‘본글로벌(Born Global)’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전략의 변화가 아니라 마케팅 접근법 자체를 재정의하는 현상으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마케팅 발전 단계

기업의 국제화 과정은 보통 네 단계를 거친다. 첫째, 국내마케팅 단계는 내수시장에만 집중하는 시기로, 창업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주로 속한다. 품질 관리, 유통망 확보, 광고 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자의 시각은 본국 지향적(ethnocentric)이며, 해외 시장은 고려 대상조차 아니다.


둘째, 수출마케팅 단계에서는 잉여 생산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수준의 활동이 이뤄진다. 해외 바이어 확보, 가격 경쟁력 강화, 간단한 수출 프로세스 구축이 주된 목표다. 아직 본국 중심의 시각을 유지하지만, 수출 전담 부서가 설치되는 등 조직 내부에서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다.


셋째, 국제마케팅 단계에 들어서면 기업은 다수의 국가에 진출하여 각국의 소비자 특성에 맞춘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을 본격화한다. 경영자의 시각은 현지 시장 지향적(polycentric)으로 전환되며, 현지 생산 시설을 세우거나 전담 조직을 설치해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째, 글로벌마케팅 단계에서는 더 이상 시장을 개별 국가 단위가 아니라 지구적 차원에서 바라본다. 글로벌 브랜드 구축, 표준화된 제품 전략,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이 핵심이 된다. 그리고 이를 공급망 관리(SCM) 관점과 통합하여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다만 완전한 표준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분 현지화(Glocalization)를 병행하여 세계적 효율성과 지역별 적응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다.


본글로벌(Born Global)의 정의와 특징

전통적인 단계적 진화 과정을 뛰어넘어, 창업 후 2~3년 이내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매출의 25%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는 기업을 본글로벌 기업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International New Venture(INV)’ 혹은 ‘Global-First Startup’이라고 불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AI-Native Startup이 대표적인 유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글로벌 기업의 특징은 초기부터 글로벌 스케일을 전제로 한 마케팅 전략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다국어 웹사이트와 SNS 채널을 동시에 운영하고, 알리바바·아마존·쇼피 같은 플랫폼을 통하여 전 세계로 제품을 판매한다. 광고 또한 특정 국가가 아닌,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집행하며, 브랜드 포지셔닝 자체를 글로벌 차원에서 설정한다.


본글로벌 기업의 성장 배경

본글로벌 기업이 급증한 배경에는 몇 가지 뚜렷한 시장 환경 변화가 기인한다. 첫째,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으로 초기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경을 넘어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SNS와 전자상거래는 대기업의 전유물이던 광고와 유통을 스타트업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바꾸었다.


둘째, 소비 트렌드의 동질화가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는 국가와 지역을 초월해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는 글로벌 브랜드 메시지를 표준화할 수 있는 기초가 된다.


셋째,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통상 환경 변화 역시 본글로벌 전략을 촉진하였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활성화, 해외 VC 투자 네트워크 확산은 기업이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었다.


본글로벌 기업의 마케팅 전략

본글로벌 기업은 성장 초기부터 해외 마케팅을 내재화한다.

브랜드 전략: 국경을 초월한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 지향

시장 세분화: 특정 국가보다 글로벌 소비 집단(Z세대, ESG 소비자 등)을 중심으로 타깃팅

유통 채널: 플랫폼과 이커머스 기반 중심

광고·홍보 전략: 표준화된 메시지와 현지 변형(Glocalization)을 병행

가격 전략: 국제 물류, 관세, 환율 등을 고려한 다층적 가격 책정

이는 기존의 단계적 모델과 달리 처음부터 통합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기회와 위험: 본글로벌 전략의 양면성

본글로벌 전략은 빠른 성장을 가능케 하지만 위험도 뒤따른다. 장점은 초기부터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해외 VC나 파트너십을 통한 자본 조달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특히, 틈새시장(Niche Market)을 공략할 경우, 글로벌 대기업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도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


반면, 각국의 규제 장벽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부족은 큰 리스크가 된다. 또한, 물류·광고 비용은 스타트업 또는 중소기업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따라서, 성공한 본글로벌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표준화와 현지화의 균형을 적절히 맞추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본글로벌, 마케팅의 새로운 패러다임

기업의 국제화는 전통적으로 "내수 최적화 → 수출 확대 → 현지화 → 세계 통합"이라는 단계를 거쳐왔다. 하지만 오늘날 본글로벌 기업의 부상은 이러한 과정을 단축시키고, 심지어 생략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 네트워크의 확산,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동질화, 창업자의 국제 역량 강화는 본글로벌 전략을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시키고 있다.


따라서 미래의 마케팅 전략에서 중요한 질문은 더 이상 “언제 해외로 나갈 것인가?”가 아니다. 이제는 “어떻게 처음부터 세계 시장을 전제로 설계할 것인가?”가 기업 생존과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다. 본글로벌 기업은 일부 혁신 기업의 사례가 아니라, 앞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꿈꾸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새로운 기본 전략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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