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40대는 ‘안정’과 ‘중년’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되곤 했다. 직장에서는 관리직이나 간부급으로 올라서고,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과 주택 마련에 집중하는 시기. 사회적으로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상징하는 세대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의 40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등장한 신조어 ‘영포티(Young Forty)’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 단어는 단순히 나이로서의 40대를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여전히 젊다”는 자기 선언에 가깝다. 패션, 뷰티, 여행,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젊음의 가치를 소비로 실현하는 세대. 디지털 환경에도 익숙하고, 자기계발에 적극적이며, 과거의 ‘중년’과는 확연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이 흥미로운 개념은 한국만의 특수 현상일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해외에도 다른 이름과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Forever Young, Young at 40”, 일본의 “아라포(アラフォー)”, 중국의 “신중년(新中年)”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모두 ‘젊음을 추구하는 중년 소비층’이라는 본질에서 맞닿아 있다.
오늘은 한국의 영포티와 해외의 유사 개념을 비교하면서, 글로벌 소비 트렌드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의 영포티는 소비 여력과 트렌드 민감성을 동시에 갖춘 집단이다. 40대 전후의 세대가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을 동시에 품고, 건강과 외모, 자기계발에 투자한다. 이들은 단순히 ‘젊어 보이고 싶다’는 욕구를 넘어서 “나는 아직 청춘이다”라는 정체성을 소비로 드러낸다.
예를 들어, 최근 한국의 뷰티·헬스 산업은 영포티 세대를 핵심 타깃으로 설정하며, 안티에이징 제품, 프리미엄 건강식품, 맞춤형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안티에이징 시장은 2030년까지 두 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곧 영포티 세대가 얼마나 강력한 소비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구 사회에서는 영포티라는 단어 대신 “Forever Young” 또는 “Young at 40”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이 개념은 단순히 나이를 넘어, 마음가짐과 생활 방식이 젊은 사람을 지칭한다.
미국·유럽의 40대는 스포츠·피트니스·여행·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프리미엄 헬스케어, 와인·골프 같은 고급 취미, 웰니스 리조트에 지출하는 패턴은 이제 보편화되었다. Deloitte(2024)의 분석에서도 중년 소비자들의 지출이 생계형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즉, 단어는 달라도 ‘젊음을 잃지 않으려는 중년 소비자’라는 흐름은 한국과 동일하게 나타난다.
일본에서는 “아라포(アラフォー)”라는 용어가 널리 쓰인다. 35세~44세를 아우르는 이 집단은 버블 붕괴 이후 성장기를 거쳐 사회에 자리 잡았다.
아라포 세대의 소비 특징은 ‘나를 위한 소비(Me Consumption)’다. 명품 패션, 여행, 건강식품에 집중하며, 자기만족과 자기표현을 핵심 가치로 삼는다. 일본 사회학 연구에 따르면 아라포 여성들은 현재의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과거보다 삶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한국의 영포티가 지닌 성격과 상당히 유사하다.
중국의 신중년은 35세~55세 계층을 지칭한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는 아니지만, 모바일 결제·SNS·라이브커머스에 능숙하게 적응한다.
중국 상무부(2024) 자료에 따르면, 신중년의 온라인 소비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특히 헬스케어·스마트 기기·교육 분야에서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건강과 젊음 유지’는 이들이 가장 강하게 추구하는 가치다.
즉, 중국의 신중년 역시 한국 영포티와 동일하게 ‘소득 + 소비 여력 + 트렌드 수용성’을 갖춘 젊은 중년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영포티 현상은 단순한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아니다. 산업 구조와 글로벌 마케팅 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헬스·뷰티: 글로벌 안티에이징 시장 폭발적 성장
럭셔리 여행·체험 소비: 단순 관광이 아닌 웰니스·문화 체험 상품 인기
디지털 라이프스타일: 스마트홈, 헬스 웨어러블, 라이브커머스 활용 급증
자기계발·평생학습: 온라인 교육 플랫폼 시장 확대
금융·자산관리: 은퇴 준비와 자산 증식 욕구를 동시에 겨냥한 맞춤형 금융상품 성장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 시세이도는 아라포 세대를 겨냥해 항노화 라인을 강화했고, 미국의 Betterment는 중년층 전용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를 급증시켰다. 한국의 K-뷰티 브랜드 역시 “젊어 보이는 피부” 캠페인으로 영포티 세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정리하면, 영포티라는 단어는 한국에서만 통용되지만, 그 본질은 글로벌 공통 현상이다. 일본의 아라포, 중국의 신중년, 미국·유럽의 Forever Young 모두 같은 흐름을 공유한다. 젊음을 추구하는 중년 소비층은 이제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글로벌 산업을 재편하는 핵심 세대다.
기업에게 이 메시지는 명확하다. 단순히 ‘40대 중년’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젊음을 추구하는 소비자’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주목해야 한다. 헬스·뷰티, 여행, 디지털, 교육, 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이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때, 비즈니스 기회가 열린다.
과거에는 40대를 ‘중년’으로 규정했지만, 이제는 글로벌 경제와 마케팅의 핵심 타깃으로 자리 잡았다. 영포티는 더 이상 한국만의 문화적 현상이 아니다. 세계 시장을 움직이는 젊은 중년 세대의 움직임을 읽어내는 것이, 기업과 브랜드의 미래 성장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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