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유명인사의 강연도 TED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한 편의 강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우선 강연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진 강사가 있어야 하고, 그 강연을 들으러 올 청자가 필요합니다. 강연이 열릴 장소가 준비되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을 유도할 수 있는 홍보물도 제작해야 합니다. 강연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수많은 일을 준비하는 곳이 바로 강연 에이전시입니다.
그리고 오늘 작가 인터뷰의 주인공, '오상익' 작가님은 브런치를 통해 강연 에이전시의 눈에서 바라본 강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그동안 작가님의 글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강사와 청자, 모두의 입장에서 바라본 강연에 대한 가장 객관적인 이야기가 담아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동안 브런치에서만 읽을 수 있었던 오상익 작가님의 글이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를 통해서 오상익 작가님의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까다롭고, 신중함이 요구되는 교육컨설팅 분야에 몸담고 있는 7년 차 강연 에이전시 대표입니다. 대표라고 해서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10대에는 힙합가수에 도전하기도 하였고, 20대에는 지구 반대편 남미의 사회주의 국가로 날아가 언어와 일을 배운 독특한 경험을 가진 청년 사업가입니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번에는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도 생겼네요. (웃음)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청와대 춘추관장께서 해주신 소개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젊지만 결코 어리지 않고,
활달하지만 가볍지 않으며,
도전적이지만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 '오상익'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찾던 중 우연히 노르웨이 라면왕 이철호 회장님의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을 듣고, 출판사에 저자와의 만남을 부탁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의 오랜 팬이었거든요. (웃음) 운 좋게 만남이 성사되었고, 약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이철호 회장님께서 저에게 들려주신 이야기를 혼자 듣기 아깝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습니다. 그래서 회장님께 '오늘 해주신 말씀을 제 후배들에게 들려주실 수 있느냐'라고 여쭈어보았고, 실제 강연회 개최까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강연 100도씨>라는 프로그램을 종종 즐겨 봅니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자 대부분이 강연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 시민들임에도, 웬만한 전문 강사의 강연을 들을 때 보다 더 큰 감동을 받곤 합니다. 이를테면 대장암 말기에 천 원 식당을 연 할머니의 이야기 라던가, 막노동을 하며 의대생이 된 청년의 이야기는 화려하진 않지만 듣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짜 이야기에 청중은 감동을 받고, 이런 진정성이야말로 강사가 갖추어야 할 필수 조건입니다.
자신의 분야에 대한 전문성 또한 작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Generalist의 시대라고 하지만, 강사만큼은 Specialist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용섭 소장님은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유능한 강사가 되려면 전문가가 먼저 되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런 것 없이 자기의 경험을 팔거나, 강연 스킬만으로 버티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하셨거든요.
마지막으로 인격은 강사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 중에 기본 조건입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 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건 인격을 갖춘 사람이 롱런한다는 것입니다. 평판이 안 좋은 강사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목격하였습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가진 강사라 하더라고, 인격을 갖추지 못하면 금세 대중의 외면을 당하고 맙니다. 그래서 경북대 김두식 교수님의 <자기성찰>이란 글을 저는 좋아합니다.
사람의 내면이 소리 없이 변하는 것은 무섭다. 좀 유명해지고 나면 눈빛과 목소리부터 달라진다. 눈빛과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은근한 자신감은 숨길 수 없다. 예전에는 늘 형식이 아니라 본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형식도 본질의 일부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때로는 눈빛과 목소리가 내용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동안 진행했던 모든 강연이 소중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약 5년 전에 진행했던 용인시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희망 나눔 콘서트>입니다. 의미 있는 행사였던 만큼 본 행사 이틀 전부터 아이스크림 판매, 캘리그래피 재능기부 등의 다양한 모금활동을 진행했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저희의 취지에 공감한 어떤 학생은 아이들에게 전해달라며 자신이 입지 않는 옷을 한 아름 보내오기도 했습니다.
걱정과 달리, 당일 객석은 빈자리가 없이 가득 찼습니다. 두 명의 강사분이 들려주신 감동적인 이야기와 힙합 가수들(타이거 JK, 윤미래, 비지)의 신나는 공연 덕분에 강연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고, 수익금도 모두 좋은 곳에 투명하게 기부했습니다. 그 후 프라이버시를 위해 몰래 행사에 초청했던 저소득층 아이들이 사회복지공무원에게 "오늘이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라는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습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큰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그 날의 강연이 저에게도 가장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평소 한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저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필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책을 쓴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일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종 업계 선배의 "내가 일하던 때에는 인터넷도 마땅치 않아서 이전에 해왔던 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내 머릿속에 있었는데 이제는 나이가 60이 가까워지니 그 마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라는 한탄을 듣고, 지금 하는 일을 당장 책으로 쓸 것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꾸준히 일주일에 A4 2장 분량의 원고를 썼습니다. 절반 정도 쓴 후, 여러 출판사에 투고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대형 출판사들은 "독자층이 제한적이다."라는 이유로 거절하였고, 우여곡절 끝에 계약한 작은 출판사마저도 최종 원고를 받아보더니 결국 출간을 포기하였습니다. 많이 허탈했고, 출간에 대한 열정도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브런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썼던 글이 아까우니 하나씩 올려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글들이 카카오 스토리 메인을 장식하는 등, 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출간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거절당하고, 만약 제가 글 쓰는 것을 포기했다면, 지금처럼 제 이름이 인쇄된 책을 만져볼 일도 없었을 겁니다. 출간을 꿈꾸는 분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강연의 시대>를 함께 만든 출판사(책비)와의 작업은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프로 편집자가 붙으니 책의 수준이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제껏 스스로의 판단과 생각으로만 글을 써오다가 편집자의 객관적 시각이 겸비되니 한층 원고가 풍성해졌습니다. (프로 강사들의 미니 인터뷰를 넣어보자고 한 것도 출판사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책비 출판사와 카카오 브런치 관계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누군가의 강연을 듣고 인생이 바뀐 사례는 종종 있어왔습니다. 저 또한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고요. 그만큼 누군가의 살아있는 이야기가 담긴 강연을 듣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제 인생을 변화시킨 멘토는 십수 년 전 모 일간지에 익명으로 글을 썼던 사업가 겸 투자자입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속에서 오로지 노력만으로 성공을 이뤄내셨고, 지난 12년간 불우한 환경의 청소년들을 위하여 약 20억 가까운 금액을 개인 사비로 기부하신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보통의 독지가들이 기부 약정식을 여는 등 자신의 기부 사실을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은 철저히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분입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기에 외부 강연이나 책도 출간하지 않으셨는데, 만약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그분의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미 왕성히 강연 활동을 하시는 분들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조용하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분들에게 더 큰 매력을 느낍니다. 그런 분들을 대중 앞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기회가 된다면 프레인 글로벌 그룹의 여준영 대표님 [드라마 내성적인 보스 실제 모델] 같은 분을 모셔보고 싶습니다.)
지금껏 '프로 강사 되는 법'이라는 주제를 다룬 강사들의 책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교육 담당자와 강사 사이에서 객관적인 제삼자의 시각으로 쓰인 책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 강연 에이전시 대표로서 체험한 7년여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실전 지식 노하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내용적인 면에서 다른 책에 나오지 않는 실제 사례들이 상당히 풍부하다고 자부합니다.
물론, 첫 책이라 부족하고 아쉬운 면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서 채워나가실 부분이라 믿습니다. 롱런하는 프로 강사의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외롭고, 힘들고, 지칠 때마다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부디 '강연의 시대'가 저자가 아닌
독자를 위한 책이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