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런치스토리팀 Nov 28. 2017

작가 인터뷰 32 - 맛을 쓰는 남자, 장준우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한 기자가 불현듯 펜을 놓고 칼을 들었습니다. 기자란 직업을 과감히 내던지고 이탈리아 요리 유학길에 오른 것입니다. 바쁘고 힘든 기자 생활 중 요리에서 유일하게 위안을 얻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요리 공부를 마치고 유럽 10개국 60여 도시를 돌았습니다. 직접 부딪히며 음식에 대한 취재를 이어갔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값진 경험을 살려 책을 내고 관련 칼럼을 기고하며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결국 펜을 다시 쥐게 된 것이지요.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장준우 작가님입니다. 위클리 매거진 '유럽, 맛 위를 걷다'를 연재하며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과 지식을 멋지게 풀어내 주셨습니다. 아직 들려주실 이야기가 많다고 하네요. 그의 못다 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01

기자에서 요리 유학생으로, 

그리고 한 권의 책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는 기자 생활을 하다 요리를 배우러 유럽으로 건너가 보고 배우고 느낀 서양 요리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웠고 유럽 10개국 60여 개 도시를 돌며 온몸으로 취재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지금은 요리하고 신문 칼럼 연재 등 각종 매체에 글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02

인생을 바꾼 결심,

"요리를 제대로 배워보자"


기자가 된 후 금융부, 정치부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사안에 호기심과 의문을 갖고 취재를 하는 것은 흥미로웠지만 계속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다는 기분이랄까요. 기자 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가 정치부 시절 세월호 사건을 국회라는 정치 최전방에서 지켜보고 있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회의가 들었습니다. 


내근 부서로 옮긴 후 잊고 있던 요리에 관심을 다시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학창 시절 자취를 오래 하면서 요리하고 음식을 나누는데 흥미가 있었는데 기자가 된 후부터는 전혀 요리를 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다시 요리하기를 시작하고는 많은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대로 된 요리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번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으니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를 안고 살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가기로 마음먹고 비행기 티켓을 끊었죠.



03

무엇을 먹었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식사를 함께한 사람들


모든 음식이 제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맛이 있으면 있는 대로 새로우면 새로운대로, 아니면 맛이 없어도 인상적이고요. 무엇보다 인생 음식이라는 단어가 사실 잘 와 닿지는 않아요.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 자체를 먹기도 하지만 외부적인 요인들이 식사 경험에 크게 관여하거든요. ‘여태까지 먹어본 음식 중에 가장 맛있다’는 말은 어쩌면 ‘여태까지 겪었던 식사 경험 중 가장 즐거웠다’로 확장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무엇을 먹었느냐가 어떤 맛에서 큰 인상을 느꼈다기보다 함께 있었던 좋은 친구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먹은 음식들만 기억에 깊이 남아있어요.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2016년의 마지막 날 스페인 톨레도에서 우연한 기회에 어느 집 파티에 초대받아 노상에서 음식을 먹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04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시장은 반드시 찾아가야 한다


시장은 저에게 있어 무척이나 흥미로운 곳입니다. 시장이란 공간에서 이뤄지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도 관심을 두고 보는 편이지만 식재료 자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저런 재료들이 어떻게 해서 수확됐는지, 어째서 식재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는지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동시에 영감을 주는 대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양한 식재료들이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요리할까 생각만 하면 살아있는 기분이 듭니다. 여행을 가면 그 도시의 시장은 반드시 찾아가는 편인데 포르투갈 포르토에 있는 볼량 시장에서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대개 유럽의 시장은 아케이드화, 현대화된 세련된 곳이 많은데 이곳은 아직 재래시장의 느낌이 강한 곳이었거든요. 좌판에 생선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과 그 자리에서 바로 생선을 구워주는 모습은 고향인 부산 자갈치 시장의 어느 풍경을 보는 듯했습니다.



05

나는 맛을 쓰는 남자, 더 높은 식문화가 자리 잡길!


사실 아직 내공은 많이 부족합니다. 음식에 관심을 둔지 얼마 되지 않았고 요리 실력도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경험을 쌓아나가면서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쓸 계획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래도 앞으로 쓸 글과 주제도 음식과 요리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영미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과 요리에 관한 전문적인 저작들이 많이 발간됐고 하나의 학문이자 카테고리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반 소비자, 대중들이 음식과 요리에 대해 많이 알수록 식문화의 수준도 자연히 오른다고 믿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고요.



06

'유럽, 맛 위를 걷다', 아직 못다 한 이야기


우선 브런치 위클리 연재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기회를 얻은 덕분에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글을 쓰는 작가 입장에서는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습니다. 유학 시절이던 1년 전부터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덕분에 책도 출판할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는 같이 성장해 나가고 있는 기분입니다. 연재 내용이나 책에서 미처 다 담지 못한 음식 방랑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조금씩 풀어나갈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7

앞으로 들려줄 더 많은 음식과 요리 이야기들


음식은 인간에게 필요한 의식주 중 한 가지인 만큼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품고 있습니다. 음식을 다루는 요리 또한 음식의 가짓수만큼 다양하고요. 앞으로 독자들이 음식과 요리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이야기를 다루고자 합니다. 요리를 배우면서 많은 궁금증이 있었는데 단순히 왜 이런 식재료를 사용하고 이런 조리법을 사용하는지 지엽적인 것부터 음식과 요리가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어떤 의미인지 등과 같이 생각해 둔 주제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가 바뀌면 새 마음으로 새 콘텐츠로 연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08

끼니, 그 존엄한 가치에 대하여


끼니를 먹는다는 건 살아 숨 쉬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감당해야 할 주어진 숙명입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먹는다’는 것과 같죠. 그래서 끼니를 먹는다는 일은 단지 배를 채우는 것 이상으로 인간의 존엄과도 관련된 중요한 일입니다. 흔히 일을 하는 것을 두고 ‘밥벌이를 한다’고 표현합니다.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연료를 채우는 것처럼 끼니를 먹고 있습니다. ‘한 끼를 때운다’라고도 하죠. 기자 시절 문득 마음 편하게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한 적이 언제였던가 스스로에게 물어본 적이 었었는데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살았다는 기분이 들더군요. 


한 끼 식사에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과 행복감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이것은 단지 식문화 수준이나 음식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한 끼를 먹더라도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한 끼를 먹어도 제대로 알고 또 음식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는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끼니는 이제 제게 주어진 숙제이기도 하고요.








장준우 작가의 <카메라와 부엌칼을 든 남자의 유럽 음식 방랑기>



장준우 작가의 브런치 보러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작가 인터뷰 31 - 강연의 시대, 오상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