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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Apr 09. 2018

브런치 작가와 작가, 묻고 답하다

정문정 작가와의 만남 후기


3월 마지막 주 수요일, 대학로

<정문정 작가와의 만남>이 진행되었습니다


출간 3개월 만에 42쇄. 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일본까지 수출 확정. 16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베스트셀러. 책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에 쏟아지는 뜨거운 관심의 양입니다. 그 양은 <정문정 작가와의 만남>에도 비례했습니다. 브런치팀의 초대 글이 발행되자 신청 댓글이 마구 올라왔습니다.


베스트셀러 저자와 독자의 만남. 그리고 브런치 작가와 브런치 작가의 만남. 이 만남은 브런치팀에게도 특별했습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하 '무례웃대')을 읽고 나서, 정문정 작가님을 알고 나서 삶에 파동을 느낀 분들이 많으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 분들을 한데 모시고 공감대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분을 모시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와 주실 분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브런치팀이 드려야 할 선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값진 2시간을 만들어보자"는 기분 좋은 부담감. 그렇게 3월 28일을 손꼽아 준비했습니다.



'인생 자체는 긍정적으로, 개소리에는 단호하게'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

'좋게 좋게 넘어가지 않아야 좋은 세상이 온다'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

'참는 것이 미덕인 시대는 끝났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책에 쓰인 주옥같은 문장으로 포스터를 디자인했습니다. 소박하지만 세상에 더는 없을, 한정판 스티커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팀의 선물 공세였습니다. 한 손에는 맥주를, 다른 한 손에는 간식+스티커+볼펜을 풍성히 받아 들고서야 입장할 수 있었죠. 100%에 가까운 참석률이었습니다.



글에서 걸어나온 사람, 정문정


박수와 함께 정문정 작가님이 등장했습니다. 글에서 사람이 보인다고 하죠. 책 속의 문체 그대로, 현실의 작가님에게선 청량감이 느껴졌습니다. 시원하게 톡톡 쏘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표현력. 좌중을 순식간에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정문정 작가님과 브런치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무례웃대'는 출간 이전부터 작가님이 브런치 매거진으로 연재하던 칼럼이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분량은 똑같은데 카카오의 여러 채널에 자주 노출됐어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독자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었죠. 그때 이걸 조금 더 키워서 책으로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브런치는 작가에게 특화돼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셨다고. 작가님이 전하는 브런치 칭찬에 쑥스러움과 고마움이 피었습니다. 훈훈한 분위기에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노 룩 패스 사건,
처음엔 실수를 하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칼럼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부터 들어봤습니다. '무례웃대'는 사실 작가님이 일상 속에서 하던 연습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김무성 의원의 노 룩 패스 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실수를 할 수도 있잖아요, 누구나" 처음엔 김무성 의원님이 실수를 하신 거라 생각했다는 정문정 작가님. 하지만 '그게 왜 문제가 되냐'는 태도를 보며 생각이 깊어졌습니다. 이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권위적이기에 갑질 문화가 이토록 유지되는가. 그때부터 여러 사람에게 공유하기 위한 정리를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무례한 사람에게 압도당하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체득하고 연습해온 그것. 우리도 체득하기 시작한 그 대처법을요.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저도 씩씩한 글을 계속 쓸 테니, 우리 함께 최대한 행복해지자고요'. 어쩌면 노 룩 패스 사건은 작은 촉매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로써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는 작가님의 신념이 없었다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이야기일 테니까요. 다만 정문정 작가님은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특히 공감할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선을 하나하나 마주칠 수 있는 거리로 둥글게 둘러앉은 상태였습니다. 때론 과자 먹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였죠. 대화는 빠르게 무르익어 갔습니다. 참석자 분들이 미리 보내주신 질문을 바탕으로 한 대화였습니다. '무례웃대'를 더 잘 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 삶의 태도를 직접 듣는 시간. 손뼉 치며 웃기도, 무릎을 탁 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다 같이, 힘차게.


브런치팀에게 특히 더 현실적으로 와 닿은 이야기는 역시 '직장'에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상대가 잘못했을 땐 화를 내게 되지 않나요?" 권위적인 분위기의 직장에서 일하는 참석자 분의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화를 내지 않아요" 작가님의 첫 말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이윽고 이어진 말에서 찰나의 의문이 풀렸습니다. "상사에게는... 상사니까 화를 냈다간 후한이 두렵고..."

화 나는 순간이 오면 1) 빨리 깨닫고, 2) 빨리 피한 뒤, 3) 개인적으로 면담하라는 조언을 주셨습니다. 일단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문제를 객관화하는 것입니다. 누구의 잘못이었지? 내가 아까 밥을 안 먹어서 예민했었나? 그렇게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상대의 잘못이 맞다면 개인적으로 면담을 신청합니다. 여러 사람 앞에서 화를 내면 상황은 악화됩니다. 설사 합리적인 지적이라 할지라도 '사람들 앞에서 나를 비난했다'는 사실에 가려지는 것입니다.


"좋은 어른은 좋은 기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서 후배가 늘어날수록 눈치 보는 사람이 늘어나더라는 이야기 또한 직장인들이 깊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후배들이 티는 안 내지만 기분을 살피는 게 느껴진다고. "대표님 오늘 기분 좋은 것 같은데? 부장님 오늘 기분 더러워, 피해 피해~ 하잖아요?" 상황마다 적절한 예시를 들어주시니 절로 아하! 하며 배로 공감됐습니다. 나의 나쁜 기분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거나,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행동은 조직 생활에서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말. 누군가는 즉시 반성을 했겠죠?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를 연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은 '무례웃대'의 독자였습니다. 동시에 많은 분이 브런치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신청을 위해 남겨주신 댓글 몇 줄에도 심상치 않은 필력이 드러났습니다. 한 자 한 자 눌러 담은 듯 정성스러운 문장으로 감동을 주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사전 질문을 받아보니 역시나. 미래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지도 모를 예비 작가님들의 질문이 많았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이 '대학내일'의 콘텐츠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한몫했습니다. '무례웃대' 집필만이 아니라, 업무적으로도 글쓰기를 계속해왔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먼저 고민하기 시작한 정문정 작가님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낸 경험을 듣고픈 마음 이리라 짐작했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의 '현답'은 예상보다 더 훌륭했습니다. 예비 작가님의 '현문' 또한 훌륭했기에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깁니다. 질문을 직접 말해주십사, 현장에서 즉석으로 요청드렸는데요. 마치 준비하신 듯 다들 멋진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브런치 작가와 작가, 묻고 답하다


Q.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어내면서 '어떻게 살아갈까?'를 되뇌었어요. 좋아하는 글쓰기를 하기로 결심하고, 최근에 문예창작과에 편입했는데요. 막상 강의를 들어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작가라는 꿈이 더욱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작가님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해요.

- 사라벅스 님

일단, 작가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작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적이 있어요. 그때 쓴 글을 보면 너무 창피해요. 글에 힘이 들어가고 상투적으로 쓰게 됐던 거예요. 작가로 서는 것에 너무 집중하면 오히려 사람들 마음에 가 닿는 글을 못 쓸 수도 있어요.
그보다 본질적인 것. '왜 작가가 되고 싶나' 생각해 봤어요. 내가 느낀 걸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같이 공감하고 너만 그런 게 아니었어,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더라고요. 저보다 글 잘 쓰는 사람은 너무 많죠. 회사 생활을 많이 해 본 사람도, 인생에 스킬이 있는 사람도 너무 많죠. 하지만 그 두 개를 정리해서 써 본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지? 보다는 이 분야에 어떤 강점이 있지?를 생각해 보면 좋겠어요. 예술은 아주 잘하는 사람보다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하잖아요. 연예인도 개성이나 매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당장 작가가 되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본인만의 개성이 '톡'하고 튀어나오는 순간을 기다리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방송 피디를 꿈꾸고 있어요. 방송이라는 것도 하나의 글에서 시작되다 보니 '좋은 글의 기준이 무엇일까' 많이 생각하게 돼요. 읽는 이에게 집중해서 쓰면 글이 맹탕이 돼 버리는 느낌이에요. 처음엔 날이 서 있었는데요. 또 제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읽는 이에게 비칠 모습이 걱정돼요. 이런 고민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정호진 님

인턴 면접에서 "여기 왜 지원하셨어요?" 물으면 대부분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싶어서요"라고 말해요. 면접 끝난 뒤에 후배들이 그래요. "돈 받으면서 좋아하는 글도 쓰겠다니, 욕심이 과한 것 아닌가요?" 돈을 벌기 위한 일이라면 어쨌든 '잘'해야 해요. 목적에 따라, 글쓰기도 마찬가지죠. 본인 혼자만 만족해도 되는 글이거나, 좋아요 몇 개 받는 데서 끝나는 글이 아닌 거잖아요?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고 싶다면 쉽게 써야 해요. 그 사람 마음에 들어간 것처럼 써야 해요. 이 책에선 타겟팅한 20~30대 여성에게 더 쉽게, 더 가슴에 가 닿는 표현을 쓰기 위해 고민했어요. 일부러 김숙과 이효리 얘기를 썼어요. 멋있게 쓰고 싶었다면 다른 이야기를 할 수도 있었겠죠. 쉽게 쓸 수 있었는데 혹시 내가 잘난 척하고 싶어서 어렵게 쓰진 않았나, 계속 점검해 봐야 해요.
저에겐 자서전 읽는 취미가 있는데요, 공허한 자서전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기 성공한 이야기만 있어요. 반성하지 않아요. 하지만 인간적으로 매력적인 분들의 자서전은 달라요. 실패를 재해석해요. 그 실패를 통해서 '나는 이렇게 실패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르게 했으면 좋겠다'는 진심이 느껴져요.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그런 울림이 있는 글. 나의 실패도 솔직하게 오픈할 수 있는 힘에서 좋은 글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Q. NGO에서 90페이지짜리 얇은 잡지 같은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기획, 섭외, 편집, 교정, 교정을 혼자서 다 하다 보니까 이제는 글 보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어요. 글을 쓰는 것도 읽는 것도 너무 좋아했던 일이거든요. 여전히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일인데 어느 순간 '좋아하던' 일이 돼버리는 것 같아요. 이 일을 계속 좋아하고 싶어요. 작가님은 하시는 일도 좋아하는 일도 일치하는 것 같아서 그 노하우가 궁금했어요.

Mine 님

좋아하는 일을 하니까 행복하겠다는 질문, 많이 받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어도 싸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 거라는 전제 자체가 틀렸다고 생각해요. 일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나의 노동력을 돈과 바꾸는 거잖아요. 누군가와 경쟁하고 평가와 검증을 받아야 해요. 스트레스가 따를 수밖에 없죠. 아무리 좋아했어도 마냥 좋을 수만은 없어요. 그러니 일에 대해선 어느 정도 체념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글쓰기도 그래요. 너무 잘 쓰고 싶어 하면 얼어붙어서 아예 시작을 못해요. 제 주변에는 글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친구들 상 받을 때 저는 하나도 받지 못했어요. 그런데 지금 주변에 글 쓰는 친구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아요. 대부분 자기 실력이 자기 심미안에 도달하지 못해서 좌절하고 그만뒀어요. 좋은 글을 쓰고 싶으면 좋은 글을 많이 읽잖아요. 취향이나 심미안은 생각보다 빨리 쌓여요. 하지만 실력은 계단식으로 완만하게 올라가요. 그 간극을 인정해야 되는데 많은 사람들이 '나는 여기까지 절대 못가'하고 포기하거든요. '일단 해 보고 안 되면 다시 고쳐 쓰지 뭐' 하면서 간극을 인정하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2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습니다. 아쉽게도 대화를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못다 나눈 대화는 사인회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독자 한 분 한 분이 정문정 작가님과 눈을 맞추고 대화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좀처럼 줄이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배웅 인사하는 작가님의 행동이 마지막까지 선하게 남았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의 이야기 속엔 다양한 글쓰기 노하우가 담겨 있었습니다. 유난히 브런치팀에게 크게 들린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말, 그러나 브런치 작가라면 결코 사소하게 지나칠 수 없는 '말말말'을 주워 담습니다.



작가라면, 여기 밑줄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글이지? 대략적인 독자를 상상하고 글을 써요. 

모든 글은 거칠게 분류하면 일기나 편지라고 생각해요.

기분 좋은 아침에 글을 써요. 글마다 사람마다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게 중요하죠.

우선순위에 맞춰 시간을 재분배해 보세요. 의식도 못한 채 버린 시간이 정말 많을 거예요.

멋진 단어를 써서 나의 유식함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 욕심을 버려야 해요.

글을 소리 내서 읽어 봐요. 읽히는 말, 편안한 말, 입말로 써야 쉬운 글이 돼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들은 클릭하고 싶은 제목이어야 구매해요.

힘들 때마다 박완서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박완서 선생님도 마흔에 등단했는데 뭐'

'재능이 없나 봐'라는 생각은 그걸 안 하고 있을 때, 그만두고 싶을 때 찾는 핑계예요.

어떤 후진 글을 쓰더라도 잘 썼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계속 쓸 수 있어요.







브런치팀은 늘 글과 가까이에서 일합니다. 글에 깊숙이 묻혀 일합니다. 참석해 주신 예비 작가님들의 질문은 곧 브런치팀의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순간,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대답하길 주저하곤 합니다. 어느 순간, 글에서 멀어지려는 마음을 경계하곤 합니다. 연인들의 밀당처럼 일부러 글을 조금 밀었다가 다시 당겨옵니다. 그래도 결국 글에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건, 비단 '돈과 바꾸는 노동력'이기 때문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정문정 작가님의 표현처럼 세상에 울림을 주는 글이 좋은 글이라면,

브런치도 계속해서 애쓰겠습니다.

더 많은 좋은 글이 세상에 울려 퍼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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