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글을 쓴 다음, 세상에 공개해 보세요.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 보았을 고민이지요. 지난 10월에 열린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의 '글쓰기 클래스'에서는 그 해답을 먼저 발견한 세 명의 브런치 작가님들을 모셨습니다. 이승희 작가님, 김은경 작가님, 하완 작가님까지. 서로 다른 주제로 다양한 글을 쓰는 작가님들이 전하는 노하우를 들어볼 수 있었던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배달의 민족 마케터, 대표작 : 브랜드 마케터들의 이야기
굉장히 맛있게 먹은 음식을 올리는데 '맛있다 맛있다 핵 맛있다'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 이승희 작가님. "왜 나의 최고 감탄사를 찾지 못하지?"라는 충격과 의문은 이승희 작가님이 '목요일의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가장 큰 동기가 되었습니다. 벌써 1년 넘게 지속한 이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목요일마다 글을 쓰는 훈련입니다. 꾸준히 글쓰기 근육을 키운 결과, 표현력이 다양해진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강연 날이 마침 목요일이었는데, 참석자들에게 "같이 해 보자"며 이승희 작가님이 알려준 팁은 간단합니다.
두 문단 이상의 긴 글을 쓸 것
무조건 전체 공개로 올릴 것
시작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승희 작가님은 '관찰-기록-실행'의 과정을 강조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승희 작가의 남다른 실행력을 두고 성격이라 말합니다. 순전히 성격 탓일까? 그가 내린 결론은 달랐습니다. 실행력의 근원은 많이 관찰하고 기록하는 습관에 있음을 발견한 것입니다.
"머리 하는 날의 법칙 아세요? 파마하는 날 밖에 나가면 온통 파마한 사람 머리만 보여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쓰고 싶은 글의 주제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주제와 관련된 영감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승희 작가님은 그 순간을 미루지 않고 바로 기록합니다. '영감 노트'에, 스마트폰 메모 앱에,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방에, SNS 계정에 붙잡아둔 생각의 단초들은 목요일마다 쓰이는 긴 글의 자양분이 됩니다.
2시간 가까이 숨고를 새 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쏟아내 준 이승희 작가님은 글쓰기에 동기부여가 된 네 권의 책을 추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 하는 브런치 작가님들에게도 아래 네 권의 책이 좋은 자극이 되길 바랍니다.
김민철_ 모든 요일의 기록
은유_ 쓰기의 말들
강원국_ 강원국의 글쓰기
신형철_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프리랜서 에디터, 대표작 :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책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에는 김은경 작가님이 9년간 에디터로 활동하며 체득한 글쓰기 기술이 응집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두고 김하나 작가(카피라이터, <힘 빼기의 기술> 저자)는 "아깝지만, 이제 이 책을 통해 내 비밀병기였던 김은경 편집자를 여러분과 공유하게 되었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으니까요. 현장에서도 김은경 작가님은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 주었습니다.
아직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거나 이제 막 시작하려는 분이라면, 이 두 가지부터 실행해 보세요.
자신이 즐거운 글을 쓴다.
글을 완성한다.
그래도 잘 써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해 보세요.
신경 쓰이는 무언가에 집중한다. 그것이 곧 에세이 소재가 된다.
글 쓸 시간을 확보한다. 규칙적이든 불규칙적이든.
'나는 쓰는 사람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생각의 시동을 끄지 않는다.
쓴 글은 무조건 공개한다.
김은경 작가님이 알려준 노하우 중에서 자신이 쓴 글을 공개하는 건 앞서 이승희 작가님도 강조한 원칙이었습니다. 혼자 글을 쓰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세상에 자신의 글을 공개하고 독자까지 생기면 피드백을 통해 글을 쓰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덧붙여 김은경 작가님이 말한 공개의 장점은, '발견' 당할 가능성에 있습니다. 출판사 에디터들은 언제나 좋은 작가, 좋은 아이템을 찾아다닙니다. 김은경 작가님은 한 편의 글을 써서 공개하는 행위가 민들레 씨를 후, 하고 불어 바람에 날려 보내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습니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씨앗이 생각지도 못한 어딘가에 가 닿아 꽃을 피울지도 모를 일이니까요.
일러스트레이터, 대표작 :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작가님은 재밌는 일, 남이 시키지 않은 일, 돈이 안 되는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합니다. 주 2편씩 꾸준히 올려보자는 결심을 실행한 지 5주째, 여러 출판사들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게 됩니다.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하완 작가님이 바람에 날려 보낸 민들레 씨를 통하여 탄생했습니다. 10만 부나 팔린 베스트셀러를 턱 하니 내놓고도 하완 작가님은 겸손하게 말합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해서 글을 붙였고, 글 솜씨가 뛰어나지 않아 주절주절 쓰게 됐고, 그 덕분에 한 권 분량의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과연 그럴까요? 출간 후 하완 작가님은 담당 편집자에게 '당시엔 10편도 안 되던 어설픈 글을 보고 무슨 생각으로 출간 제의를 하셨느냐' 물었고, "기술적인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합니다. 하려는 얘기가 분명한 글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었죠. 유명한 작가들도 책을 만들 때는 편집자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계속해서 퇴고를 합니다. 하완 작가님도 '글쓰기는 9할이 수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 편의 짧은 글을 쓸 때 짧게는 3일, 길게는 보름에 걸쳐 퇴고를 합니다. 고치면 고칠수록 글이 나아집니다. 그러니 틀리든 말든 일단 한 편의 글을 완성해 보는 것을 목표로 하면 어떨까요? "수다 떨듯이 막 써 보는 거예요. 어차피 고쳐야 된다는 마음으로"
'야매 글쓰기'로 '야매 득도 에세이'를 낸 하완 작가님이지만 이 세 가지 원칙만은 고수합니다.
쉽게 쓸 것
논란이 되게 쓸 것
가르치려 하지 말 것
하완 작가님이 이야기 한 글쓰기 원칙 중 가장 신선했던 건 일부러 논란이 되게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비난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행동은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을 낳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니 반대로 논란이 된 글은 자기 검열을 하지 않은 글이니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솔직한 글이겠지요. 쓴 글이 논란이 되면 오히려 솔직하게 글을 쓴 자신에게 '잘 썼다'라고 칭찬해 주어도 좋지 않을까요? "저런 인간도 작가가 됐는데 나라고 못 할 게 뭔가, 하는 자신감 하나씩 가지고 가시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던 하완 작가님. 그의 마지막 응원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10월 19일부터 시작해 3주에 걸쳐 '글쓰기' 이야기만 깊게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세 명의 작가님은 강연 스타일이 전혀 달랐고, 글쓰기에서도 저마다의 스타일이 느껴졌습니다. 역시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명의 작가님 모두 입을 모아 강조한 원칙이 있습니다. 이 원칙이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품은 질문에 갈음이 되는 답이길 바랍니다.
일단 글을 쓴 다음,
세상에 공개해 보세요.
* 크리에이터스 스튜디오는 콘텐츠 창작자 육성과 발굴을 위해 마련한 소규모 창작 클래스입니다.
본 행사는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가 주관하고 (주)카카오, (주)카카오페이지가 함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