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정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안유정은 1인 출판사 왓어북에서 책을 만들고 있다. 대학 학부에서는 경영학을, 대학원에서는 국제통상금융을 공부했고 기업의 재무팀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재무제표보다는 텍스트에 더 끌려 출판계에 발을 들였다. 인문서, 경제경영서, 자기 계발서,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며 해외 도서를 번역하기도 한다. 자유로우면서도 안정된 삶, 남들과는 다르게 살지만 남들만큼은 살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인생 목표를 성취하려 노력하고 있다.
주제 의식이 명확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향해
집약적으로 나아가는 글을 찾습니다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가 있나요?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한 분들을 보면 대부분 경력이 오래된 편집자이자 유명 출판사 대표더라고요. 그에 비해 저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편집자라는 면에서 다양성을 위한 소수자 전형으로 들어오게 된 것 같습니다.(웃음)
경욱 작가의 <소상공인 탈선일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자가 쓴 글의 어느 구절 또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퇴사와 마트 창업이라는 키워드가 궁금증을 자극했어요. 대기업 퇴사는 요새 많으니까 그렇다 쳐도, ‘젊은 사람이 마트 창업이라고? 왜 하필 마트였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거든요.
경욱 작가는 “회사 다니기 싫은데 마트나 해볼까?” 하고 시험 삼아 도전한 게 아니라, 고민을 많이 하고 철저히 준비한 후 창업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경우입니다. 마트라는 전통적 소매업을 최신 스타트업을 운영하듯 핵심 지표를 세워 성과 관리를 하고, 입지 선정과 모객, 상품 매입, 동네 손님 접대 등 오프라인 가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조언을 생동감 있게 풀어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어요.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마음 붙이지 못하고 밖을 기웃거리는 30~40대 직장인이 고민하는 지점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 될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를 집약적이고 시원시원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문체가 좋았어요. 어떤 사람은 다소 단정적인 문체를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저는 방어적 스타일의 글보다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전개하는 글이 좋아요. 그 지점에서 잘 통한 것 같습니다.
많은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요즘 시대의 작가를 발굴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필력이 좋은지 나쁜지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난 글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하고 설득력 있게 글을 쓰는 작가 위주로 발굴하는 편이고요. 평소 제가 가진 문제의식에 대해 쓰는 작가도 좋습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명한 작가보다, 유명하진 않아도 캐릭터가 확실하고 콘텐츠 경쟁력이 있는 작가를 선호하죠.
경욱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요?
즐거웠어요. 편집 방향에 대해 제 의견을 존중해줘서 무난하게 작업했습니다. 처음부터 책의 콘셉트, 기획 의도, 독자층을 명확히 공유하고 시작해서 더욱 수월했던 것 같아요. 구체적인 작업 방식은 이렇습니다. 우선 브런치 매거진에 있는 글을 전부 모아서 쭉 읽어보고, 추가하면 좋겠다 싶은 내용을 더 써달라고 요청했어요. 작가가 이를 써오면 그 안에서 덧붙일 부분과 뺄 부분을 정리했고요. 그러고 나서 가독성과 개연성을 높이기 위해 문단 구조를 조금 바꾸고, 소제목을 수정하고 교정·교열을 진행했어요. 마지막으로 책 제목을 정하고 표지 디자인을 결정했습니다.
곧 출간을 앞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작가를 빛나게 해주는 책이 되었으면 해요. 각 작가는 하나의 브랜드이고, 이를 효과적으로 구축하도록 돕는 게 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책이 경욱 작가에게 날개를 달아주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자신의 글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 더 쉽게 글쓰기에 다가서도록 해준 것 같아요. 덕분에 꼭 거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보통 사람도 콘텐츠만 탄탄하면 책을 쉽게 낼 수 있게 되었죠. 예전에는 유명 저자가 아닌 이상 저자가 직접 수십 곳의 출판사에 기획서와 원고를 보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이에 관심 갖는 편집자와 쉽게 연결되면서 금세 책 출간까지 이어지는 일이 많은 듯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자신이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출판계에서도 능력 있는 작가를 더 많이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요?
반면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 입장에서는 공들여 쓴 문장을 누군가가 고치면 영 낯설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나 저자의 글이 자신의 서랍을 벗어나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려면 전문가의 편집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편집자가 작가의 글에서 살리고 돋보이게 해야 하는 건 작가의 사상, 철학, 핵심 메시지이지 작가의 평소 말버릇이나 보편성을 획득하지 못한 유머, 주제 의식을 흐리는 사담이 아니기 때문이죠. 이런 것들을 수정하고 덜어내며, 본질을 효과적으로 드러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게 편집자의 역할 아닐까요? 저자가 쓴 글의 외형이 조금 변하더라도 책의 본질까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편집자는 일종의 상품 기획자와 같아요. 저자가 글이라는 재료를 주면 그걸 이렇게 저렇게 가공해 상품으로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하는 거죠. 다이아몬드도 원석 자체로는 별로 멋지지 않지만 그걸 세공해서 내놓으면 상품 가치가 생기는 것처럼요. 날것의 글을 다듬어 가치를 더해 책이라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그 역할을 편집자가 한다는 점을 믿어줬으면 합니다.
물론 편집자 또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선을 지켜야 합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글인데, 단지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고쳐서는 안 되죠.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는 편집자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저자와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고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입니다. 평범한 개인이 브런치에서 작가라고 불리고 ‘출간 작가’가 되는 기회를 얻고 있는데요, 브런치 작가가 기성 작가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브런치 작가는 독자의 흥미를 끄는 탄탄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자신의 글을 읽어줄 독자를 의식하고 쓰기 때문에 조금 더 피드백에 개방적이고, 독자의 관점에서 좋아할 만한 주제와 소재를 잘 포착하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 작가는 기존의 글쓰기 원칙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쓰는 걸로 보여요. 예를 들어 글만 있으면 심심하니까 중간중간 재밌는 사진(짤)을 넣고 절묘한 코멘트를 달아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거나, 유머를 알아보는 자신의 우월한(?) 안목을 은근히 자랑하는 식이죠. 다른 웹 플랫폼보다는 조금 더 격식 있고, 종이 책보다는 격식이 덜한 중간 단계에 있다는 점이 브런치만의 매력입니다.
7회부터는 참여 방식도 달라집니다. 그동안 작성 중인 글을 실시간으로 매거진 단위로 묶어 제출했다면, 이번에는 작가의 기획 의도와 목차에 따라 완결된 형태로 묶은 브런치북으로 응모할 수 있습니다. 다음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정한 후 콘셉트를 명확하게 짜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흐름으로 목차를 짜고 글쓰기를 시작하면 좋겠어요. 그러면 독자에게 조금 더 수월하게 닿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가 중요해요. 한번 써놓고 완벽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냉정하게 자신의 글을 여러 번 읽으면서 고치고 또 고치고, 다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또 고치면서 완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안유정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김경욱
편집: 안유정 (왓어북 펴냄)
원작: <소상공인 탈선일기>
엑셀만 하던 대기업 김 사원, 왜 마트를 창업했을까?
서울에서 회사 잘 다니다가 군산에 가서 마트를 연 청년이 있다. 동네 마트라고는 하지만 구매 패턴을 확인하고, 성과 지표를 세우고, 영업 전략을 짜는 게 여느 스타트업 못지않다. 회사 밖에서 진짜 내 일을 찾고 내 힘으로 돈 벌 궁리를 하는 사람에게 가이드가 되어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