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호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박재호는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잡지사에 들어가 《좋은생각》을 내며 에디터와 취재 기자로 편집 기술을 쌓았다. 출판 편집자로 일을 시작한 건, 2002년 휴머니스트에서 논픽션팀장을 맡은 이후다. 당시 그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레 단행본 작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2011년 출판사 생각정원을 설립하기 전까지 휴머니스트와 웅진지식하우스, 김영사, 비아북에서 10여 년 동안 단행본 편집자로 일했고, 대표 도서는 『괴짜경제학』, 『철학 콘서트』, 『호모 코레아니쿠스』, 『만들어진 신』, 『제국의 미래』 등이 있다. 생각정원에서는 청소년 단행본 브랜드인 ‘생각학교’와 자기 계발 단행본 브랜드인 ‘차이정원’을 함께 운영하며 『철학하라』, 『서민적 글쓰기』, 『파리의 생활좌파들』 등 총 90여 권의 책을 출간했다.
나와 당신, 우리 사회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습니다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창작자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에 앞장서온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 스토리펀딩’과 함께 『스토리의 모험』이라는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번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게 된 것도 당시 인연이 이어진 결과입니다. 브런치 측에서 먼저 제안이 왔기에 흔쾌히 수락했죠.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8만여 편이라는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심사 과정이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언급한 것처럼 작품 수가 너무 많아서 좋은 작품을 고르는 일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생각정원은 저를 포함한 에디터 다섯 명이 각자 선호하는 리스트를 작성했는데요, 흥미로운 건 저마다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랐다는 점이에요. 제가 선정한 톱 5와 다른 에디터가 선정한 톱 5가 전혀 겹치지 않더군요.(웃음) 그만큼 이번 프로젝트에 지원한 작품이 좋았다는 얘기죠. 결국 좋은 글을 찾는 데 열중하기보다 생각정원이 현실적으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이민규(EminQ) 작가의 <법전 너머의 현실 세상>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요, 최종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작가만이 경험한 세계가 글에 담겨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원고 한 편 한 편이 간결하면서도 위트가 넘치고, 글 말미에는 진한 감동도 있어 생각정원에서 추구하는 단행본의 기준에 정확히 맞아떨어졌어요. 미국에서 근무하는 초보 검사의 이야기인데, 초보 검사가 첫 의뢰인인 한국 할머니의 억울한 사정을 듣고 대화하는 태도에서 따뜻한 인간미를 느꼈어요. 뉴욕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법을 알아가는 검사의 마음가짐 또한 인상 깊었고요. 더불어 한국과 미국의 실제 법률 차이와 해석의 다양성 등 정보 면에서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출판사 에디터가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를 발굴하는데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작가를 발굴하는 에디터로서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법전 너머의 현실 세상>을 선정한 이유에 대한 답으로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생각정원은 두 가지 원칙을 고려해 저자를 발굴합니다. 첫째, 작가만의 정체성을 봅니다. 글이 지닌 테마가 얼마나 흥미로운가가 아니라, 글에 작가 자신만의 경험과 통찰이 담겨 있는가를 우선으로 보는 거죠. 둘째, 원고가 ‘공감·힐링’ 혹은 ‘가치·인사이트’라는 넓은 카테고리 중 하나를 충족시키느냐입니다. 책은 독자가 일정한 값을 지불하고 구매하는 상품인 만큼 상품으로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이민규 작가는 현재 미국에서 검사로 재직 중입니다. 그의 삶이 ‘미드’에 등장하는 법조인처럼 화려한 줄 알았는데, 법조인의 화려한 생활은 대부분 변호사의 몫이고 검사는 비싼 월세 내기도 빠듯한 직업이라고 해요. 이민규 작가는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조영래 변호사 같은 법조인을 꿈꿨고, 노동법과 인권법에 관심이 많았어요. 아직은 초보 검사이고 많은 사건을 담당하지 않았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춘 검사입니다. 그렇기에 그의 책을 통해 이민규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그가 앞으로 써 내려가는 문장에 대해 주목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사실 인지도가 낮은 신인 작가가 출판업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출판사 입장에서 하나의 작품을 출간한다는 것은 투자에 가깝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누구나 글을 손쉽게 쓸 수 있는 오픈형 콘텐츠 플랫폼보다는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통과된 사람만 글을 쓸 수 있는 브런치를 이용해 신인 작가를 찾는 편입니다. 즉 브런치는 신인 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출판업계에 알릴 수 있는 가장 유용한 플랫폼이자, 출판업계가 찾는 양질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검증된 플랫폼인 셈이죠. 앞으로도 브런치를 통해 많은 작가가 탄생하면 좋겠습니다.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슬로건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입니다. 그간에는 작성 중인 글을 매거진 단위로 실시간 묶어 제출했다면, 7회부터는 작가의 기획 의도와 목차에 따라 완결된 형태로 엮은 브런치북으로 응모할 수 있습니다. 새로워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요즘 단행본은 기획 의도가 중요합니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을 자유롭게 쓰는 블로그 글과 차이가 필요한 셈이죠. 글을 쓰는 초기 단계부터 누구를 위한 글인지, 어떤 글인지에 대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박재호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이민규(EminQ)
편집: 박재호 (생각정원 펴냄)
원작: <법전 너머의 현실 세상>
상위 1%가 모인 세상의 중심 뉴욕, 이곳에서 검사로 일하는 저자는 본인이 만난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야기를 통해 장밋빛 도시 속 이면에 자리 잡은 탐욕을 탐색한다. 그는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법의 한계에 좌절하고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를 고민하지만, 결국 그 답과 희망이 사람에게 있음을 깨달으며 우리가 '최소한' 인간답게 살기 위해 가져야 할 생각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