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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팀 Sep 09. 2019

공모전에 도전하는 신인 작가를 향한 당부

김홍민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김홍민은 아웃사이더 출판사에서 사회과학 잡지와 단행본을 만들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5년 무렵에 《딴지일보》 최내현 편집장과 함께 출판사 북스피어를 차리고 현재까지 장르 문학을 만들어오고 있다. 때때로 《한겨레》, 《하퍼스 바자》, 《시사인》, 《경향신문》 등에 잡문을 기고하고, 출판 문화 공간 엑스플렉스에서 출판 강의를 하며, SBS 러브FM의 라디오 프로그램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에서 장르 문학을 소개한다. 


김홍민 에디터 © Magazine B


별 시답잖은 이야기, 거창할 리 만무한 이야기를
긴 호흡으로 써 내려갔는데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어서 다 읽고 나면
피식 코웃음 치게 만드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2019년 3월 수상작을 발표한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10인의 에디터가 브런치와 함께 각각 출간하고 싶은 10인의 작가를 선정하고 책 출간을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자신의 글을 책으로 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듯합니다. 브런치에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글을 올리는 것이 그 방증이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이는 동경, 열망, 자기 치유이자 인정 욕구의 반영일 텐데, 그런 다양한 모습을 대면해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요즘 시대의 작가를 발굴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제대로 판을 깔아주었다는 점에서 브런치는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장이 있으면 아무래도 옥석을 선별하기가 용이해지니까요. 노하우라면 글쎄요, 부지런히 읽고 또 읽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을 듯하네요. 



장혜진 작가(삶은 고구마)의 <이민 가면 행복한가요>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캐나다에서 거주하며 이민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저자가 냉정한 시선, 예컨대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보며 ‘오늘,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글을 전개해나간 점이 마음을 끌었습니다. 



작가와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요? 


저자가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메일로만 소통했는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번쯤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프로 작가의 글에 수정 의견을 내는 것보다 신인 작가의 글에 관해 조언하는 일이 더 어렵더군요. 



곧 출간을 앞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뭔가를 창조하는 일은 대체로 어렵기 마련입니다. 특히 신인 작가에게는 혼돈에 가까울 테지요. 그런 과정을 어렵사리 극복한 만큼 많은 사람에게 읽히기를 바랍니다. 


『이민 가면 행복하냐고 묻는 당신에게: 토론토에서』, 장혜진 저 / 레퍼런스 바이 비


웹 에디터 도구가 보다 간편해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글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브런치가 출판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중언부언할 만큼 제가 출판계를 잘 아는 건 아니에요. 예나 지금이나 변방에서 책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다만 ‘나도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애를 쓰면 내가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 할 거면 브런치에서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반면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경력을 지닌 편집자로서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신인 작가의 반발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에 대한 ‘조언’을 들어본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테니까요. 평론가 휘트니 밸리엣(Whitney Balliett)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편집자가 하는 말은 일단 잘 듣고 고개를 끄덕여라. 그 후 나중에 원래대로 되돌려라”라고요. 결국 모두는 각자의 역할을 할 뿐이지요. 다만 작가와 편집자가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상대여야 한다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입니다. 다음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프로젝트를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하든 ‘나는 굉장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지엽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자세보다, ‘나는 아직 대가가 아니니까 구성이나 문장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세 가지 정도를 당부하고 싶어요. 


(1) 보통명사를 제목으로 쓰는 일은 지양하는 편이 좋겠지요. 어떤 글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공모전에서 제목은 중요합니다. 한데 ‘농담’이나 ‘미인’ 같은 단순하고 평범한 보통명사를 제목으로 출품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밀란 쿤데라 같은 대가쯤 되면 이런 제목도 얼마든지 심오해 보이겠지만, 공모전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어떻게든 읽는 이가 궁금증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2)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유머나 지나친 과장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이 스스로 평균 이상의 유머감각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오늘날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 지나친 개그 욕심이 글도 관계도 망치는 법입니다. 본인에게나 재미있을 뿐이고, 읽는 이에게는 재밌기는커녕 유치하거나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3) 마지막으로 퇴고에 신경 써주었으면 합니다.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에 관해 알고 있는 작가와 비평가들이 한목소리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가 늘 자신이 쓴 문장에서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에요. 저렇게 지우다가 남아나는 게 없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지웠다고 합니다.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역시 3000매짜리 소설을 써놓고 그중 1000매를 삭제하는 일이 다반사였어요. 카버나 오에 같은 대가들이 쓴 문장도 출간 직전에는 3분의 1 넘게 살아남지 못하고 삭제되었다는 걸 기억해주세요. 




김홍민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장혜진(삶은 고구마)

편집: 김홍민 (레퍼런스 바이 비 펴냄)

원작: <이민가면 행복한가요>


캐나다에 거주하며 약 20년 간 이민 대행 업무를 맡아 온 저자는 일상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글감으로 삼아 번다만 이민 준비 과정을 시시콜콜 밝히는 한편으로, 에피소드 이면에서 마주한 그림자를 사유하며 '헬조선을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심심한 진실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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