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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팀 Sep 09. 2019

출판사가 신인 작가에게 원하는 것

김은경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김은경은 책이나 실컷 읽자는 생각으로 출판사에 입사해 9년간 책을 만들었다. 『힘 빼기의 기술』, 『회사가 싫어서』, 『고양이처럼 아님 말고』, 『딸바보가 그렸어』, 『우는 어른』 등 다수의 에세이 책이 그 9년간의 결실이다. 문득 10년을 채우면 다른 일에는 도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돌연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친분이 있던 부천의 작은 책방 ‘오키로미터’에서 에세이 쓰기와 교정·교열 관련 워크숍을 시작했다. 이 워크숍에서 나눈 이야기를 모아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내 문장은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를 썼으며, 현재는 글쓰기 강사, 프리랜스 편집자, 저자로 활동하고 있다. 취미로 ‘비둘기 통신’이라는 잡문을 쓰며 《대학내일》에도 글을 기고했다. 


김은경 에디터 © Magazine B


나만의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찾습니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퇴사 후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라는 책을 내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소속이 없는 제가 이런 제안을 받으니 기쁘면서도 다소 의아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이번 프로젝트는 ‘출판사’가 아니라 ‘에디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걸 알았죠. 책을 만든 지 좀 지난 터라 감이 떨어졌으면 어쩌나 고민도 했지만 에디터 라인업이 대단해서 마음이 흔들렸고, 프리랜스 에디터로 계속 일하기에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많은 출판사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를 발굴하는데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작가를 발굴하는 편집자로서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웹 서핑을 통해 최대한 많이 찾아보는 게 답 아닐까요? 그러다 보면 좋은 저자를 발굴할 확률도 높고요. 출판사와 계약하고 싶은 분을 위해 한마디 하자면, 일단 글을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어떤 아이템을 어떤 콘셉트로 쓰는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퇴사가 유행이어도 퇴사 관련 책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온다면 같은 아이템을 골라 계약하는 에디터는 없을 거예요. 경쟁 도서가 너무 많고, 책을 만드는 일도 힘든데 그 안에서 살아남을 전략까지 짜야 하니까요. 


다만 그 글에서 차별화 포인트가 보인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주제에 뛰어들 때는 반드시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누구든 쓸 수 있는 주제보다 나만 쓸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보세요. 출판사에서 신인 작가와 계약하는 경우는 보통 그가 지닌 ‘대체 불가능함’ 때문이거든요. 



강이슬(DEWLALA) 작가의 <안 느끼한 산문집>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요, 최종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강이슬 작가의 솔직함이 좋았습니다. 첫 월급이 96만 7000원이라는 것, 보증금 2000에 68만 원짜리 옥탑에서 살고 있고, 이 옥탑이 여름이면 똥 냄새가 올라오고 곳곳에 간 금이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겨울이면 수도가 언다는 것, 그래서 겨울에는 1층 술집 화장실에 가서 물을 뜨는 김에 누고 싶지 않은 오줌도 누고 와야 한다는 점 등 모든 걸 오픈해요. 좋은 걸 길게 말하긴 쉬워요. 반면 진짜 현실을 말하는 건 어렵죠. 체면을 구겨야 하니까요. 그런데 강이슬 작가는 이런 걸 말하면서도 당당해요. “내가 가난한 건 내 탓이 아닌데 왜 부끄러워해야 해!” 이런 식이죠. 


그러다 보니 매 에피소드는 물론이고 삶 자체가 자유롭고 거침없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고요. 저도 강이슬 작가가 던진 질문에 머리를 몇 번 맞았고, 말문이 막혀서 고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답을 찾았지만 당시에는 약간 멍했던 것 같아요. 


또 가난에 대해 제 생각을 조금 더 말하자면, 젊은 세대가 가난한 건 이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젊기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젊기 때문에 보증금이 없어 월세를 전전하고, 즉 ‘젊기 때문에’ 가난한 거잖아요. 저는 이런 현실을 당당하게 말하는 강이슬 작가야말로 세대를 대변할 수 있는 저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책이 나오면 해당 세대는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성세대는 자신보다 어린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을 위해 변화 방향을 모색해보지 않을까요? 



이번에 강이슬 작가와 작업해보니 어땠나요? 


책을 만들다 보면 저자에게 끌려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1호 팬이 되는 거죠. 강이슬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 에피소드가 폭발적이었어요. 글이 좋으니 원고를 열어볼 때마다 신나고, 1990년대생 이후의 세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당연한 것들의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는 태도를 배웠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이렇게 끊임없이 뭔가를 얻는 경험은 굉장히 드물어요. 그런데 이것들이 파도처럼 한 번에 밀려오면 일이 술술 진행될 수밖에 없어요. 강이슬 작가와는 합이 굉장히 잘 맞았고, 기회가 닿으면 꼭 다시 일하자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어요. 저도 가끔 에세이를 쓰는데 작가의 원고를 보니 기가 죽어서 쓰기가 겁나더라고요. 절벽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것마저 한편으로는 행복했습니다. 글쓰기를 두렵게 만드는 원고라니, 그런 글을 발견한 것도 대단한 행운이니까요.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만만치 않겠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면 좋겠어요. 자신의 가난을 팔아 돈을 번 이가 있다면 이것 또한 같은 세대에게 용기를 주는 일 아닐까요. 책으로 돈을 벌기 힘들다는 말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붙는 사례는 어디에나 있으니까요. 강이슬 작가가 이 책 때문에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고, 많은 20대가 이 책을 읽고 지금의 삶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을 더 사랑하길 바랍니다. 저도 제 가난이 부끄러웠는데 이 책을 읽고 뒤늦게나마 스스로를 용서했어요. 


『안 느끼한 산문집』, 강이슬 저 / 웨일북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더 편하게 저자를 발굴하게 됐죠. 사실 브런치가 출범하기 전에도 글을 쓰는 사람은 많았습니다. 다만 그때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블로그, 카페 등 다양한 플랫폼에 산재해 있었죠. 예전에는 이곳들을 돌아다니며 신인 작가를 발굴했는데 브런치가 그런 사람들의 아틀리에를 만들어줬어요. 덕분에 에디터는 하루에 대여섯 곳씩 품을 팔지 않아도 되었죠. 


브런치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맞춤법 검사 기능과 디자인 레이아웃 또한 넓게 봤을 때는 도움을 받은 부분이에요. 글을 쓰면서 동시에 맞춤법을 검사할 수 있으니 체계적이라 느낄 테고, 포맷이 좋으니 글을 더 자주 쓰고 싶을 겁니다.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편집을 향한 반발은 언제나 있습니다. 기성 작가와도 합이 맞지 않으면 종종 발생하지요. 물론 이런 일이 저자와 에디터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디자이너와 에디터 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마케팅 과정에서 불만이 생기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서로가 서로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넉넉해지지 않을까요. 책의 판권에는 저자뿐 아니라 담당 에디터, 디자이너, 마케터의 이름도 들어갑니다.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모두가 노력하고 있어요. 


저자에게 부탁드릴 건, 만약 글이 뭔가가 이상하다면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를 에디터에게 직접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 검사기가 제공하는 정보 중에는 틀린 것도 있으니까요.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과정에서 해결 방안이 보일 거예요.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슬로건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입니다. 평범한 개인이 브런치에서 작가라 불리고 ‘출간 작가’가 되는 기회를 얻는데요, 브런치 작가와 기성 작가와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브런치 작가가 좀 더 자유롭지 않을까 싶어요. 기성 작가에게는 출판사에서 아이템을 먼저 제안하거나 방향을 틀어 수정을 요청하기도 하니까 저작물에 작가의 창작력이 100퍼센트 반영되지는 않거든요. 하지만 브런치 내에서는 그런 제약이 없죠. 기획이든 편집 방식이든 출판사에서 생각하지 못한 아이템과 방식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에는 딱히 모르겠네요. 작가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사람이고, 자신이 한 말이 책으로 나왔든, 웹상에 매거진 형태로 있든 글을 쓰는 행위는 같으니까요. 


아, 그리고 책은 한 권 분량이 차야만 상품으로 만들 수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한 권 분량의 정보만 원하는 건 아니에요. 따라서 브런치에 작가들이 선보이는 단발성 글도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책이라는 결과물로 작가 간 경계를 짓는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죠. 



새로워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아이템 기획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에세이를 예로 들자면 글이 좋아도 일반 저자의 일상 에세이를 띄우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그런데 그것들을 관통하는 특별한 콘셉트가 있다면 주제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가 있을 테니까 책으로 만들기에 더 유리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사실 <안 느끼한 산문집>은 순전히 글이 좋아서 뽑은 작품이라서....(웃음) 콘셉트가 분명한 글들을 두고 최종까지 고민했는데, 이 작품은 글이 정말 좋아서 놓을 수가 없었어요. 




김은경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강이슬

편집: 김은경 (웨일북 펴냄)

원작: <안 느끼한 산문집>

첫 월급 96만 7,000원. 보증금 2,000에 68만 원짜리 옥탑방에서 동생, 친구와 월세를 나눠 내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 가난하지만 부끄러워하거나 머뭇거리지 않고 다만 개와 술과 키스의 밤을 보내며 자신만의 인생을 사는 이 작가의 글은 솔직하다. 그리고 쫄깃하게 재미있다. 찰진 발음으로 외치는 '시발'이라는 탄성은 체념과 변명으로 일관된 기성세대의 문법을 깨부수는 마법의 주문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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