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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팀 Sep 09. 2019

고등학생 작가와의 협업에서 배운 것

김민섭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김민섭은 글을 쓰고 편집하며 책을 만든다. 대학에서 현대 소설을 연구했는데, 당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쓰며 출판업계에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대학을 나온 후 사회를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으로 규정한 책 『대리사회』와 시대의 언어를 분석한 책 『훈의 시대』를 쓰며 작가로서 활동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에디터로서 『회색인간』과 『문화류씨 공포괴담집』을 편집했다. 2018년부터는 솔직한 글을 통해 자신을 고백하는 멋진 작가를 찾기 위해 출판사 정미소를 설립, 도서를 기획하고 있다. 


김민섭 에디터 © Magazine B


평범한, 그러나 당신만이 길어 올릴 수 있는
고백의 서사와 만나고 싶습니다



브런치와 함께 출간하고 싶은 작가를 선정하고 책 출간을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를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브런치팀에서 먼저 제안이 왔습니다. 사실 이렇게 불러도 될지 잘 모르겠지만, 심사위원으로 함께 참여한 선배들이 모두 훌륭해서 무척 영광이었어요. 다만 그만큼의 부담과 민망함도 있습니다. 



많은 출판사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를 발굴하는데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작가를 발굴하는 편집자로서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글을 읽고 난 뒤에 제 책꽂이에 꽂아두고 오랫동안 보고 싶은 글이면, 그걸 책으로 만들곤 합니다. 다른 멋진 기준은 전혀 없어요. 



라디안 작가의 <고등학생 A의 기록들>을 당선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최종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라디안 작가(본명 노정석)는 고등학생임에도 이미 완성된 자신의 문장을 갖고 있었어요. 특히 자신을 단단하게 다져나가면서 여러 타인을 배려하는 그의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어렵게 얻어낸 선생이라는 자리에서 아무런 보람도, 학문을 진정 사랑하는 단 한 명의 학생도 만나볼 수 없었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침전시키기에 충분하다”입니다. 사실 그 앞의 문장들과 어울려야 이 문장의 아름다움이 드러나는데 지면상 모두 실을 수 없어 아쉽네요. 책에서 직접 확인해주세요. 



라디안 작가와 작업해보니 어땠나요? 


원래는 작가와 편집자가 서너 번씩 원고를 주고받으며 개별적으로 작업하는데, 라디안 작가와는 원고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함께 살펴보며 교정을 봤습니다. 라디안 작가의 문장을 배우고 싶었고 그가 문장을 어떻게 만들어내고 성장하는지 곁에서 지켜보고 싶었거든요. 교정을 마친 뒤 그가 좋은 표현을 여럿 배웠다고 제게 말했는데, 그때는 정말로 기뻤어요. 특히 라디안 작가는 학생답게 밤 11시 30분쯤 되면 “야자 시간이 끝나서 기숙사에 가서 다시 접속할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곤 했어요. 이런 특별한 작가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기뻤습니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이 책은 평범한, 사실은 무척 특별한 어느 고등학생이 현장에서 쓴 기록이자 교육론이기 때문에 주된 독자층이 학부모와 현직 교사가 될 것 같아요. 특히 작가가 위스콘신 주립대학교의 교육학과에 이미 합격했다는 점에서 많은 학부모가 이 수기에 관심을 보일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공부의 의미에 대한 새로운 답을 찾으면 좋겠어요. 



『삼파장 형광등 아래에서』, 노정석 저 / 정미소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인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보편화된 것 같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함께하겠지만 브런치 역시 이런 흐름에 크게 기여했고요. 쓰고, 발행하며, 출간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이 모두에게 열려 있는 만큼 당연히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를 통해 작가를 찾는 작업을 많이 해왔을 텐데요,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경력을 지닌 편집자로서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나요? 


라디안 작가와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교정을 진행하는 동안,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겠다는 설렘과 함께 서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전문 편집이라는 것도 결국 편집자와 저자의 단단한 관계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실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글을 편집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 있습니다. 아무리 오래된 기성 작가라고 해도 작업을 할 때면 쉼표 하나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분도 있으니까요. 



브런치 작가와 기성 작가와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브런치 작가들은 조금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글을 내보이고 싶다는 욕망에 충실한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글과 함께 자신이라는 사람을 전하고 싶은 열망이 누구보다도 강합니다. 많은 글이 자신의 현재와 감정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그래서 그 온도를 맞추는 데 실패한 글을 보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기도 하죠. 공모전 심사에 참여하면서도 그런 방식의 글이 많아 무척 아쉬웠습니다. 



새로워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자기 자신의 분노나 슬픔, 정의로움을 요란하게 드러내지 않고 타인과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으며 보다 담담하게 글을 써나갈 수 있으면 합니다. 오히려 그러한 글이 더 힘을 가진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김민섭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노정석(라디안)

편집: 김민섭 (정미소 펴냄)

원작: <고등학생 A의 기록들>


이 책은 고등학생이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보내는 서늘하고 따뜻한 교육론이다. '위스콘신 주립대학교 교육학과 합격자'라거나 'EBS 장학퀴즈 왕중왕전 출전', '카카오 브런치 최초 고등학생 대상 수상자'라는 그의 이력보다도, 교육학을 계속 공부해 대한민국의 교육을 조금 더 바람직하게 바꾸어가는 사람 중 한 명이 되고 싶다는 그의 다짐이 책에 가치를 더한다. 독서실의 삼파장 형광등 아래에서 완성된 그의 공부와 사색에 대한 기록을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와 교사가 읽을 수 있으면 한다. 그러면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자신의 자녀와 학생들을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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