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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Sep 09. 2019

에디터가 된 계기

이 시대의 에디터 10인에게 묻다


권미경 (웨일북)

유난스럽게 책을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그 길만 있는 것처럼 자연스레 국어국문학과로 전공을 선택했죠. 생각과는 다른 공부였지만 그래도 막연하게 작가가 되겠지,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 즈음 교수님이 출판계 어른을 소개해주었는데, 그분이 글을 쓰려면 다른 경험을 많이 해보라더군요.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부유하듯 살았어요. 일은 다 시시껄렁했고 직장생활은 지리멸렬했어요. 돈이 필요하니까 일을 하고, 돈이 있으면 노는 식이었죠. 프리랜서로 살다가 우연히 교정·교열과 대필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재미있더라고요. 꼭 제 글을 쓰지 않아도 책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즈음 남들이 싫어하는 조직 생활도 하고 싶어졌고요. 


사람에 치이기 싫어 혼자 일했는데, 복닥복닥 부대끼고 싶어지는 거예요. 고민 끝에 몇몇 출판사에 입사 지원서를 냈죠. 어떤 출판사는 동갑내기가 팀장일 만큼 늦은 시작이었는데, 다행히 받아주는 곳이 있었어요. 한 곳에서 5년을 일하고 지금의 웨일북을 만들었습니다. 



김민섭 (정미소)

글을 편집하는 에디터로 나선 것은 이번 브런치 공모전을 통해서입니다. 저는 원래 에디터가 아니라 작가였어요.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김동식 작가의 소설집 『회색인간』을 기획하면서 이 영역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관심을 갖게 됐지요. 사실 『회색인간』도 제가 세부적으로 편집을 한 것은 아니고 글을 고르고, 목차를 짜고, 중요하지 않은 몇몇 제안을 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 이후 기획하게 된 문화류씨 작가의 『문화류씨 공포괴담집』도 그랬고요. 


하지만 이번 공모전에서 뽑힌 <고등학생 A의 기록들>을 작업하면서는 편집의 즐거움과 더불어 한 작가와 긴밀하게 소통해나가는 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알게 됐습니다. 작가 혹은 기획자에서 좀 더 나아가 에디터 일을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김은경

대학 시절, 일본에 가서 1년간 살다가 들어오니 어느덧 졸업반이더라고요. 다들 취업 스터디도 하고 시험도 준비하는 상황에서 저는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며 살아야 한다는 게 문득 겁이 났어요. 졸업반인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니 시간이 넘쳐났고, 매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죠. 그 시간이 정말 좋았어요. 일본에서는 책을 읽어도 페이지가 빨리 넘어가지 않으니까 지겹고 분했는데, 한국어로 된 책을 내 속도대로 읽을 수 있다니 감개무량했죠. 


그래서 좀 더 책 가까이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한겨레문화센터 소설 창작 수업을 듣다가 만난 에디터 선배에게 물어서 출판사에 취업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물론 ‘읽는 일’은 편집자의 전체 업무 중 50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고요. 



김홍민 (북스피어)

대학에 입학해서 누군가의 권유로 《인물과 사상》을 읽었습니다. 정치평론가 강준만 씨는 그 책을 저널룩(Journalook)이라고 부르더군요. 단행본을 잡지처럼 내겠다는 얘기죠. 실제로 책은 잡지처럼 나왔고, 1권을 읽은 후 다음 호가 나오기를, 이런 비유는 진부하지만 정말이지 목을 빼고 기다렸습니다. 그 책을 통해 김규항, 김정란, 박노자, 진중권, 홍세화 씨가 모여 《아웃사이더》라는 무크(단행본과 잡지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출판물)를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진보 담론에 끼지 못하던 소수자 문제를 유행처럼 다룬다는 냉소적 시선도 있었지만, 이 책은 저에게 기존 정치사회를 의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는 점에서 소중해요. 이런 책을 만드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입사 지원서를 냈고, 결국 제 첫 직장은 ‘아웃사이더’가 되었습니다. 



박재호 (생각정원)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선 글쓰기 능력뿐 아니라 삶에 대한 충분한 경험과 연구를 통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저는 책을 좋아했지만, 삶에 대한 경험과 연구가 한없이 부족했어요. 저 자신에 대한 통찰보다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 즉 화두(話頭)에 관심이 더 많았죠. 그래서 에디터 일을 시작해 기획 위주로 배웠고, 특정한 주제에 맞는 저자를 섭외해서 책을 출간하는 일을 택했습니다. 



안유정 (왓어북)

현재 편집 일을 7년째 하고 있는데요, 해운업계의 첫 직장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싶어서 퇴사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우연히 출판 쪽 강의를 듣게 됐습니다. 출판계에는 다양한 직무가 있지만, 저는 편집 일이 제일 재밌을 것 같아 편집자로 취업했어요. 지금도 천직이라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이연대 (스리체어스)

2014년에 텍스트 기반의 콘텐츠 회사를 창업하면서 편집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창업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도 말과 글을 다루는 일을 했는데, 보다 전문적이고 직접적으로 이 영역에서 일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죠. 



조광환 (프로작북스)

어릴 적 즐겨 읽던 만화와 소설, 방황하던 20대에 해결책을 찾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자주 보던 자기 계발서... 책을 항상 끼고 산 건 아니지만, 제가 살아온 생애 한 귀퉁이에는 늘 책이 있었어요. 


편집자로서의 경력은 직접 출판사를 차리고 나서부터입니다. 그전에는 한 출판사에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거든요. 처음 출판사를 창업할 때에는 동료 편집자와 동업으로 출발했기에 제가 편집 업무까지 맡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직접 작가를 섭외하고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편집자 역할까지 맡게 됐습니다. 


다른 편집자의 도움으로 책을 완성하긴 했지만, 제 손으로 처음 책을 기획하고 편집한 건 최대호 작가의 『솔직히 말하면 괜찮지 않아』라는 책입니다. 저의 목표이자 꿈은 출판사를 여는 것이었는데요, 지금도 그 꿈을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중이에요. 기획과 편집, 나아가 마케팅까지 출판에 필요한 대부분의 일을 혼자 해내려 노력하고 있죠. 훗날 기회가 된다면 제가 쓴 책을 제 손으로 직접 출간해보고 싶습니다. 



조성웅 (도서출판유유)

평소 책을 꾸준히 읽는 편이긴 했지만, 제 자신이 책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방송 연출 일을 하다가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헤매고 있던 차에 지인이 책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하더라고요. 그때 이름을 들어본 출판사 수십 곳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보냈고, 운 좋게도 한 출판사에서 에디터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죠. 



황은희 (수오서재)

진부하지만,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습니다. 책을 좋아하면 으레 책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작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라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질문에 엄마는 “국문과 가야 해”라고 대답했죠. 


그리고 별 고민 없이 이후의 모든 진로를 결정했어요. 무릇 대학은 학생들을 앉혀놓고 글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닐진대, 그냥 술만 마시고 장구만 치다 졸업했습니다.(웃음) ‘빠른 연생’에 휴학 한번 하지 않고 스물셋의 나이에 사회에 나왔고요. 수많은 출판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당연히 면접 볼 기회조차 없었고,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공무원 가산점 10점을 선물처럼 안고 약 4개월간 노량진 생활을 하다 한 출판사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었지요. 


막내딸이 공무원 되는 게 꿈이던 부모님에게 “딱 1년만 편집자로 일해보겠다” 선언하고 노량진역이 아닌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그렇게 15년 넘게 편집자로 살고 있네요. 






《Things What You Read: 이 시대의 에디터 10인이 함께 만든 당신의 책》 © Magazine B


*이 글은 《Things What You Read》의 일부입니다. 《Things What You Read》에는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한 에디터 10인의 인터뷰가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와 매거진 《B》의 브랜드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된 이 책은, 9월 16일부터 YES24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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