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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Sep 09. 2019

최종 후보 다섯 작품을 두고 오래 고민했어요

황은희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황은희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출판 편집자로 일했다. 오래된미래에서 편집자 생활을 시작해 김영사, 쌤앤파커스를 거쳐 2014년 마음 맞는 동료 마케터와 수오서재를 창업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비롯한 혜민 스님의 대표 도서와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하고야 만다』 등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황은희 에디터 © Magazine B


마음에 작은 울림,
작은 힘을 주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2019년 3월 수상작을 발표한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10인의 에디터가 브런치와 함께 각각 출간하고 싶은 10인의 작가를 선정하고 책 출간을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틈틈이 새로운 글을 읽기 위해, 작가를 찾기 위해 브런치에 들어가곤 했어요.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번 기회에 ‘틈틈이’ 보던 것을 ‘본격적으로’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는 8만여 편이라는 역대 최다 작품이 출품되어 덕분에 정말 본격적으로 브런치에 빠져 지냈네요. 



많은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새로운 시각을 지닌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이른바 ‘1인 미디어 시대’에 작가를 발굴하는 편집자로서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저자와 그의 좋은 글을 발견해 첫 번째 책을 내는 일. 제겐 가장 설레는 작업입니다.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든, 미용실에서 염색하며 잡지를 보든 저는 늘 ‘책으로 출간할 가능성’이라는 안테나를 세워두고 있어요. 항상 책으로 연결 지어 상상하죠. 



김버금 작가의 <당신의 사전>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요, 최종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읽다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많았어요. 한 편을 읽고 나면 다른 편이 궁금했고요. 마음속 최종 후보로 두었던 다섯 작품을 두고 오래 고민했습니다. 작가마다 서로 장점이 달랐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책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1순위에 두었더니 김버금 작가의 글이 수면 위로 ‘뿅’하고 떠올랐습니다. 



김버금 작가와의 출간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특히 에세이는 편집자와 작가의 결이 맞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서로 글과 감성의 결이 맞으면 더듬더듬 말해도 각자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작가 자신은 힘들었을 수 있지만, 저와 김버금 작가는 호흡이 잘 맞았어요. 작가가 제 서툰 표현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글의 톤을 맞추거나 표현을 수정해주었죠. 그간 작가가 써놓은 글과 추가로 작업하는 글을 한 편씩 주고받으면서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곧 출간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기성 작가의 책을 작업할 때와 달리, 책을 처음 출간하는 작가와 일을 할 때 제 목표는 항상 같습니다. 이 책이 작가로서의 삶에서든, 개인의 삶에서든 어떤 작은 발판이 되어주길 바라죠. 물론 김버금 작가는 독립 출판으로 자신의 책을 출간한 적이 있긴 하지만요. 


『당신의 사전』, 김버금 저 / 수오서재



제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새로운 작가의 탄생’입니다. 평범한 개인이 브런치에서 작가라 불리고 ‘출간 작가’가 되는 기회를 얻고 있는데요, 브런치 작가와 기성 작가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일은 그간 다른 블로그나 개인 소셜 네트워크에서 쓰던 글보다 체계와 의도를 갖게 되는 것 같아요. 반면 글의 주제와 방식이 자유롭고 다양하죠. 체계와 의도,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적당히 어우러진 곳이 브런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유로움과 다양성이 높은 만큼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경력을 지닌 편집자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나가나요? 


편집자와 저자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고민과 갈등의 불꽃은 새로운 현상이라기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크든 작든 항상 일어나는 일입니다. 늘 생각해요. ‘나 같아도 내 책을 낸다면 이런 부분은 싫을 거야’라고요. 편집자는 책 한 권을 책임지지만, 결국 그 책에 이름을 올리는 책의 주인은 저자입니다. 저자가 부끄럽지 않을 책, 저자가 자신의 마음에 차는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처음 책을 출간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저자에겐 그 고민과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을 수 있기에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제작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는 작성 중인 글을 ‘매거진’ 단위로 실시간 묶어 제출했다면, 향후엔 작가의 기획 의도와 목차에 따라 완결된 형태로 엮은 ‘브런치북’으로 응모할 수 있습니다. 새로워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도전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제6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많은 원고를 읽으면서 기획 의도와 저자 소개, 그리고 목차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여건상 응모한 모든 글을 읽을 수 없기에 한 저자의 몇몇 글을 클릭해 읽는데, 그 글들로 저자의 특장점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거든요. 브런치북 심사를 하면서도 내내 그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제가 랜덤으로 클릭한 이 글이 저자가 정말 우울하고 기운 없을 때 “에라, 모르겠다. 아무 글이나 써보자” 하며 쓴 글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또 다른 글을 클릭해 보고... 그렇게 눈이 빠질 뻔했습니다.(웃음) 


출판사에 투고(投稿)를 보낼 때 기본 항목이 저자 소개, 기획 의도, 목차, 샘플 원고예요. 편집자에겐 이 기본 정보가 매우 중요해요. 기획 의도와 목차에도 원고만큼 공을 많이 들이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입장에서 기획 의도와 목차에서 차별성과 특장점이 보여야 원고를 빨리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거든요. 


그리고 심사하면서 저자 소개가 근사한데 정작 저자를 모르겠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응모할 때만이라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저자 소개를 수정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황은희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김버금

편집: 황은희 (수오서재 펴냄)

원작: <당신의 사전>


설명할 수 없는 마음들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기 위하여. "모든 마음에는 이름이 있다"라고 말하는 김버금 작가는 국어사전의 기역부터 히읗까지 마음과 관련된 단어들을 빼곡히 모으며 글을 쓰기 시작했다. 습관처럼 찾아오는 마음부터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마음에 이르기까지, 나의 마음부터 당신의 마음까지, 더듬어 알아가는 울림의 글들. 텀블벅 에세이 분야 1위, 펀딩률 338% 달성,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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