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웅 에디터가 함께 만든 당신의 책
조성웅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외주 프로덕션에서 TV 프로그램 조연출을 하다가 2003년부터 생각의나무에서 편집자로 일했고 김영사, 돌베개 편집부를 거쳐 도서출판 유유를 차렸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쓰기의 말들』, 『공부하는 삶』, 『공부책』 등 작지만 독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는 단단한 책을 만들고 있다.
독자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줄 원고를 찾습니다
제6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계기가 있다면요?
지금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시대입니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니 다양한 글을 접해야 하는데, 막상 일을 하다 보면 꼭 읽어야 하는 글만 읽게 되더라고요. 브런치에 글을 쓰는 분이 많다는 얘길 듣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어떤 글들을 쓰는지 두루 공부하는 기회가 되겠다 싶어 결정했습니다.
많은 편집자가 브런치를 통해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요즘 시대의 작가를 발굴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브런치는 여러 SNS와 연결되어 있죠. 저는 비교적 긴 글을 쓰기가 용이한 페이스북을 많이 읽는 편이에요. 실제로 그렇게 읽다가 저자를 발굴한 적도 있고요. SNS를 읽다 보면 글쓴이의 여러 가지 면모를 보게 됩니다. 글도 글이지만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 분인지, 성격이나 기호, 취향 같은 것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사람과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단순히 글만 보고 이 분과 작업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강재상(Alex)・이복연(Daniel) 작가의 <슬직살롱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요, 최종적으로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를 포함해서 누구든 자기 일을 잘하고 싶어 합니다. 한데 막상 실무를 시작하면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매몰되어 갖추어야 할 일의 기본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강재상 작가는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슬기롭게 일할 수 있을까 궁리하고 이를 교육하는 일을 자기 업의 하나로 삼은 분입니다. 신입 사원에게는 물론, 꽤 경력이 있는 직장인에게도 자신이 일의 기본기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작가와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했나요?
제가 만들던 책이 대개 인문교양서인데요, 이 책은 경제경영과 자기 계발의 경계에 놓여 있어 사실 작업하기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회사에 막 입사했을 때, 경력자로 일하면서 제가 어떤 태도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했는지 되돌아보면서 작업을 했지요.
한편 강재상 작가가 업무로 무척 바빴고, 본인이 하고 있는 사업 성격상 다른 분과 협업해서 글을 썼기 때문에 일정 맞추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유쾌하고 똑똑한 데다 피드백이 빨라서 일하는 과정 자체는 순조로웠습니다. 작가에게 일이 많은 상황에서 원고까지 쓰느라 고생 많았다고 이 자리를 빌려 전하고 싶네요.
곧 출간을 앞둔 이번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강재상 작가의 원고를 고를 때 일의 기본기를 다질 만한 책들을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국내 저자가 쓴 책이 별로 없더라고요. 일본 책이 대부분이었죠. 일할 때의 매너, 기본 태도에 관해 다룬 국내 저자의 책이 많지 않으니 틈새시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자가 하는 일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콘텐츠예요. 저자가 누구보다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고민이나 수고를 잘 아는 만큼 독자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웹 에디터 도구가 보다 간편해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글을 쉽게 발행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입니다. 브런치가 출판계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자기 글을 쓰고 모을 수 있는 블로그는 생긴 지 오래되었지만, 브런치는 블로그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아요. 카카오의 서비스와 연결되면서 고립된 공간이라기보다 열려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고요. 자신의 삶과 일을 주제로 글을 쓰려는 분이 많은 시대적 흐름과 맞물린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깔끔한 인터페이스도 한몫하는 듯하고요.
반면 전문적인 편집에 대한 신인 작가들의 반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경력을 지닌 편집자로서 이를 어떻게 바라보나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담긴 글을 남이 손대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하지만 책은 하나의 상품입니다. 상품은 소비자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아요. 에디터는 소비자, 즉 독자 입장에서 독자에게 저자의 생각과 주장이 잘 전달되도록 하기 위해 오랜 기간 훈련받은 사람입니다. 저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글을 많은 이가 읽어주기를 바랄 거예요. 그 일을 해내기 위해 저자를 돕는 사람이 바로 에디터고요. 그렇게 협업하는 동료로 생각하고 편집을 이해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다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작가가 기획 의도에 따라 목차를 짤 수 있다는 이야기는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죠. 따라서 작가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명료하다면 그 구조, 즉 목차도 명료할 수밖에 없어요. 이번 6회 응모작 중에는 이런 ‘구조’가 짜여 있지 않은 글이 많더군요. 그런 글들은 아쉽지만 목차만 보고 탈락시켰습니다. 목차만 잘 짜도 심사하는 사람의 눈에 들 확률이 확 높아질 거예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어떤 구조로 독자에게 전달할지 잘 궁리해보길 바랍니다.
조성웅 에디터가 함께 만든
제6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저자: 강재상(Alex)・이복연(Daniel) 공저
편집: 조성웅 (레퍼런스 바이 비 펴냄)
원작: <슬직살롱 슬기로운 직장생활>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어 한다. 무슨 일이든 잘하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하는 법. 일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떤 기본기를 어떻게 닦아야 할까? '슬기로운 직장생활'의 교육 전문가들이 대한민국 잘 나가는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성장하고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 99가지를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