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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Nov 16. 2016

작가 인터뷰 14 -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군가와 함께 보내곤 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기뻐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죠. 너무 평범한 일상인지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흘려보낼 그 시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차근차근 써 내려가는 브런치 작가님이 있습니다. 올해 초에 진행되었던 브런치북 프로젝트 #2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럼에도 불구하고'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처음엔 평범한 일상 이야기라 지레짐작했는데, 읽을수록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마주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작가님의 글에는 남들은 쉬이 놓치고 지나가는 감성을 그려내는 세심함이 있었고, 

그것은 저에게 작지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작가님의 출간을 기다렸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꼼꼼하게 관찰하고, 눈에 담은 풍경을 멋진 글로 재탄생시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님!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부터 그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작가님의 시간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오늘 발행하는 작가 인터뷰를 놓치지 마세요!








#01

관찰하기 좋아하던 아이



학창 시절, 칠판 위에 적힌 글자보다 체육 수업을 받는 친구들, 교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참 동안 물끄러미 어떤 걸 관찰하기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어요. 그래서 요즘도 사람 많은 곳을 자주 찾게 되나 봐요. 바글바글한 곳에 가면 신이 나요. 


아마도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글을 쓰게 만든 게 아닐까 싶어요. 세상이 흘러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이 풍경은 꼭 남겨두고 싶다’, ‘저 한 마디는 꼭 새겨두고 싶다’ 그런 것들이 생기거든요. 그중에서도 유독 좋아하는 풍경이 있는데, 퇴근길 버스 앞좌석에서 보는 풍경, 어릴 적 살던 동네 골목길의 풍경, 은은한 조명이 있는 맥주집의 풍경 같은 것들이에요. 이 장소에 갈 때면 매번 글로 쓰고 싶은 소재들을 발견하곤 한답니다.




#02

차근차근 나를 드러낸 시간


사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까지 별다른 취미가 없었어요. 사람들을 만나거나 영화 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취미라고 하긴 어려웠죠. 그런 제게 남편이 하루는 이렇게 묻더라고요. 왜 퇴근 후엔 글을 쓰지 않냐고. 주기적으로 네 글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 무렵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됐어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일상을 기록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그때마다 “일기 쓰듯이 편하게 써봐”라는 남편의 말이 가장 큰 힘이 됐어요. 처음부터 책을 낸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면 이렇게까지 저를 드러내지 못했을 거예요. 어떤 일이든 부담감이 앞서게 되면 모든 게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단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저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차근차근 저를 드러낼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03

그림을 그리듯 써 내려가는 글


어찌 보면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지만, 그저 하루를 나열한 일기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했어요.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요. 개인적으로 디자인을 전공한 게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됐어요. 대학입시 내내 석고소묘를 했는데, 소재로 삼은 걸 글로 써 내려갈 때면 그 과정이 꼭 그림 그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요. 쓰고자 하는 풍경을 최대한 선명하게 떠올리면서 하나하나 묘사하듯 글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독자분들이 그 자리에 함께 있던 것처럼 느끼도록 생생하게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있어서인가 봐요. 그래야 글에 더욱 몰입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04

다섯 가지 감각이 동시에 기억하는 하루


글로 쓴 일상 중 가장 애착이 가는 하루는 다섯 가지 감각이 동시에 기억하는 날인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오랜 단골집의 풍경이 있어요.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두 볼에 닿았던 온기, 코 끝을 스쳤던 고소한 냄새, 뿌옇게 서린 김 사이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책에는 '설렁탕집 갈래요?'라는 글로 실리기도 했답니다.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제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꼭 함께 가보고 싶은 곳이에요. 아빠가 제 손을 꼭 잡고 갔던 20년 전 그날처럼요. 100년도 더 된 그곳엔, 그곳만의 정겨움이 있답니다. 어느새 직장인 3년 차에 접어든 저도 그곳에서 맛보는 설렁탕 한 그릇과 소주 한 병의 맛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아이가 그 맛을 알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웃음)




#05

누군가와 함께 보낸 날들



누군가와 함께 보낸 날들이 글의 소재가 되다 보니 “책에 내 이야기도 있어?”라는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어요. 그때부터 당사자는 이 글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답니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더라도 서로 느낀 바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출간일이 확정된 후엔 글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것 같아요. 10분 정도 걸릴 것도 30분씩 걸리고, 30분 걸릴 것도 1시간이 걸리고. 그 부담감을 덜어내는 게 첫 번째 과제였어요. ‘내 생각을 편안하게 써 내려가자’ 그렇게 수십 번 자기 최면을 걸면서요. 그 시기를 넘기고 나선 정신없이 글 쓰는 데만 푹 빠져 지냈답니다. 요즘은 제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아직까지도 이 모든 상황이 감사하고, 신기하기만 해요.


세상에 선보일 수 있게 된 제 첫 번째 책을 제 책에도 등장하는 ‘첫 사수님’에게 꼭 선물하고 싶어요. 글과 관련된 학력도, 경력도 없던 제가 매일 같이 글을 쓰는 직업을 택할 수 있었던 건 그분의 빨간 펜 덕이 가장 커요. 문장 하나, 조사 하나까지 정말 꼼꼼히 봐주셨어요. 아직 책에 대한 피드백은 받지 못했는데, 만약 제 책을 사이에 두고 대면하게 된다면 처음 글을 보여드렸던 때처럼 바짝 긴장하게 될 거 같아요. 사수님의 첫마디는 무엇일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돌아오는 주말에 한 번 뵙고 와야겠어요. 




#06

반짝이는 순간을 나누며 살아가세요.



평범한 직장인인 저는 오늘도 어느 날과 비슷한 하루를 보냈답니다. 사람들이 꽉 찬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자마자 오후에 있을 회의 준비를 하고, 퇴근길에 시원한 맥주 한 잔 할 누군가를 찾았죠. 이렇게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하루가 지겨울 때도 많답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도 분명 반짝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상 곳곳엔 예쁜 구석이 참 많답니다. 두 손을 꼭 잡고 걷는 어느 노부부의 뒷모습, 딸의 전화에 금세 미소가 번지는 어느 가장의 입가, 넥타이를 고쳐 메는 어느 청년의 빛나는 눈빛까지. 그 속에서 지난날의 내 모습을, 앞으로의 내 모습을 보기도 한답니다.


저는 앞으로도 그런 순간들을 세밀하게 기록해가고 싶어요. 그 소소한 순간들이 때론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질 만큼 우리를 뜨겁게 안아주기도 하니까요. 저도,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그런 순간들을 놓치고 살지 않길 바라요. 



그리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도란도란 그때를 나누며 살아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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