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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런치스토리팀 Dec 09. 2016

작가인터뷰 15 - 신동진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글을 잘 쓰고 싶다.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꿈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작가 인터뷰의 주인공인 '신동진' 작가님도 다른 분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주니어 시절, '기사 못 쓴다'는 선배의 핀잔에 주눅 드는 대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길을 선택한 작가님. 그 결과, '기사를 못 쓰던 공대생 출신 기자'는 예전의 본인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하여 글쓰기 가이드 책을 내는 작은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좋은 글을 쓸 수 있게 된 작가님만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글쓰기 초보들을 위한 책을 낸 작가님은 현재 자신의 글쓰기 실력에 만족하고 계실까요?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오늘 인터뷰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지금 스크롤을 내려서 신동진 작가님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01

쓸데없이 매사에 진지한 생계형 기자


쓸진지(쓸데없이 매사에 진지한 사람)로 불리며,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제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며 살아가는 생계형 기자입니다. 여기서 '생계형'이란 단어는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자란 업을 가지고 생계를 꾸려간다는 의미도 있지만,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는 제 나름의 가치관도 반영돼 있습니다.


또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오지랖이 넓다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전 늘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 합니다. 페이스북 <기자의 글쓰기> 페이지를 시작한 것도, 글쓰기 토크를 하게 된 것도 이런 측면에서 입니다. 생계형 기자란 단어에는 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제 삶도 투영돼 있습니다. 기자로서 글을 못 쓴다고 멸시를 당하면서 주니어 시절을 보냈다 보니 기자로서 인정받기 위해, 좋은 글 쓰는 기자라는 칭찬을 받기 위해 살아가는 제 고충도 담겨 있습니다. 


브런치에 기자로 살아가는 제 이야기와 공동육아를 하며 남성에서 아버지로 거듭나는 성장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한 번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지만, 작은 변화를 위해 조금씩 목소리를 내다보면 세상도 변화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지금도 생계형 기자이고, 앞으로도 생계형 기자로 살아갈 것입니다. 




#02

글쓰기라는 현실의 게임


기자에게 글은 일종의 무기와도 같습니다. 그런데 그 무기는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합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게임 아이템과는 다릅니다. 순전히 경험치로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글을 많이 쓴다고 글이란 무기가 자동 업그레이드되지도 않습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수많은 던전 같은 벽에 부딪히곤 합니다. 던전 속 무시무시한 용을 쓰러뜨리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깨달음을 얻어 무기를 업그레이드해야만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아 성찰의 시간입니다. 자신의 글쓰기를 돌아보고 왜 한계의 벽에 부딪혔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이 눈에 들어오면 무기는 업그레이드됩니다. 제가 글쓰기란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무기만 좋다고 글쓰기를 잘할 수 없습니다. 기술도 연마해야 합니다. 검이 좋다고 전투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이치입니다. 검이 업그레이드된 만큼 검술, 여기서는 글쓰기 기술도 향상시켜야 합니다. 검술도 비법이 적힌 비서가 있듯이 글쓰기 고수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적어놓은 글들이 많습니다. 기사, 칼럼 등도 그중 하나입니다. 글쓰기만 수십 년 한 이들이 기자이기도 하니까요.



기자들이 담아낸 기사의 종류는 여러 가지입니다. 세분화해서 정리하려면 수백 가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팩트만을 담아내는 스트레이트, 현장 묘사를 통해 독자에게 생생함을 전달해주기 위한 르포, 말한 이들의 워딩 속의 행간을 짚어내고 분석, 해석해내는 글 등 다양한 기술을 습득해야 하기도 합니다. 전 이제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을 켜면 늘 고민하니까요. 지난 7년이란 시간 동안 글쓰기란 무엇인지 조금 감을 잡았을 뿐입니다.


전 게임을 하지 않습니다. 화면 속 캐릭터의 경험치를 쌓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작업을 하는 대신, 전 현실의 저에게 글쓰기 경험치를 쌓게 하고, 다양한 글쓰기 또는 삶을 좀 더 지혜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아이템을 얻도록 노력합니다. 현실 속 진짜 자아를 키워보시면 어떨까요.




#03

변화의 첫걸음, <기자의 글쓰기> 페이스북 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기자의 글쓰기>는 제 인생을 바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 페이지 없는 저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네요. 그 이면에는 이주명(현재 브런치 작가)이란 기획자 겸 마케터가 있기도 했지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명이 외에도 전 <기자의 글쓰기>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많은 소중한 인연을 얻었습니다. 이분들은 글쓰기에 대해 저와 함께 고민하며 성장하는 인생의 동반자일 뿐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이기도 합니다. 저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택에 제 삶은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뉴미디어에 관한 인사이트도 얻게 됐습니다. 주명이와 둘이서 서로 끊임없이 대화하고 고민하면서 페이지를 키워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뉴미디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브런치 역시 <기자의 글쓰기> 페이지만큼이나 제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존재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그저 글쓰기에 열등감을 가진 이에 불과했으니까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04

나의 책을 서점에서 만나다


첫 기사를 작성하고 인터넷이란 세상에 제 글이 발행됐을 때에는 신기하고 믿기지 않아서 끊임없이 읽고 또 읽었었습니다. 더 잘 쓸 걸이라는 후회를 하기도 했고요. 지금도 가끔은 제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찾아보곤 해요. 그걸 보면 부끄럽기도 하지만, 예전에 치열하게 살던 제 모습이 떠올라 지금의 저에게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시간이 지나 저의 첫 번째 책이 세상에 나오고, 서점에 제 얼굴이 들어간 책을 봤을 때는 몹시 부끄러웠지요. 첫 기사가 송고됐을 때 봤던 기분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민망함과 뿌듯함이 함께 밀려왔는데 차마 그 자리에서 제 책을 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더군요. 다만, 책 내용을 보지는 않았어요. 수백 번 아니 1,000번 이상 퇴고를 한 책이기에 진저리가 날 정도거든요. 그냥 2년여 동안의 제 혼신의 노력이 담겨 있는 결과물이 인쇄돼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기뻤습니다.




#05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나를 만든 선배

최순실 검찰 출두 취재를 위하여 검찰청 대기중


주니어 기자 시절에 한 선배를 만났습니다. 사실 그 선배는 당시 저를 엄청 혼냈던 분이었어요. 선배로부터 '기사를 못 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고, 그 당시에는 죽고 싶을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기사를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노력은 제대로 안 하고 안일하게 지내던 제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거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전 그때의 제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여기저기 수없이 전화를 돌리며 도와달라고 호소했어요. 선배들께 “글쓰기 비법 좀 알려주세요”라면서요. 당시는 정말 힘들었지만, 돌이켜서 재평가한다면 제 인생에 귀인이었던 셈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선배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물론 실제로 행동으로는 옮기지 못할 것 같지만요. (웃음)




#06

간절했던 글쓰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뻗치기 중


사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냈지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글쓰기란 것은 제 평생의 과제일 것입니다. 글쓰기 책까지 냈으니 손가락질받지 않으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무겁게 느끼고 있습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고, 재야의 고수들은 차고 넘치니까요.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하고 더 노력해야겠지요. 앞으로도 <기자의 글쓰기> 페이스북 페이지와 브런치 매거진에는 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담기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공동육아를 고민하며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도 계속 연재될 것이고요.


전 어느 언론사에서 근무하는 기자이기보다 대한민국에서 고민하며 살아가는 ‘신동진 기자’로 기억되길 소망합니다. 온라인 매체 인턴 시절, 주간지 인턴 시절 등의 수많은 매체를 경험하면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겪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언론사에 대한 환상은 그때 모두 깨졌던 것 같습니다. 언론사란 곳의 밑바닥을 경험했다고 할까요. 그런 과정을 겪으며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제 제가 있는 조직에서 함께 성장하고, 그 조직이 국민으로부터 존중받는 언론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 생계형 기자이고, 앞으로도 생계형 기자가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배도 많이 고파봤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전 제가 좀 힘들더라도 아내와 아들이 행복한 세상이 되도록 열심히 뛸 것입니다. 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란 말을 믿습니다. 모든 이들이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다음, 가정을 꾸리고, 가정 안에서 화목을 이끌어 낸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행복해질 것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이런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가 되도록 
제가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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