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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인터뷰
By 브런치팀 . Apr 21. 2017

작가 인터뷰 20 - 음식 덕후,
Sejin Jeung

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잘 먹는 기술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며,
그로 인한 기쁨은
작은 기쁨이 아니다.


역사 속 사상가들은 문학사에 이름을 올릴 뿐 아니라, 식탁 위 음식의 발전에도 도움을 줄 명언들을 남겼습니다. 위 명언을 남긴 미셀 드 몽테뉴도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세계사 속 명사들에 대해 공부하였지만, 그들의 식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게 아닐까요?


명사들의 식탐에 대해 연구하며, 본인을 음식 덕후라 말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Sejin Jeung(정세진) 작가가 들려주는 음식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까요?






#01

나는 음식 덕후입니다.


세상의 낯선 문화, 특히 음식을 탐구하는 음식 덕후입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현지식에 빛의 속도로 적응하는 무적의(?) 식성을 갖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들과 오래된 것들 모두에 호기심이 강하며, 다양성이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는 신념의 소유자이기도 하지요. 좋아하는 것은 낯선 음식 맛보는 것과 요리, 글쓰기, 고양이, 여행 등등입니다. 람세스나 토지처럼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대하소설을 쓰는 것이 꿈이지요.   




#02

식탐일기



식탐일기는 전 세계의 유명인사와 그들이 사랑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책에서 다룬 인물들 중에는 특히 예술 분야가 많은데 음식이란 작가나 화가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일이 많기 때문이지요. 또한 음식을 통해서 명사의 인간적인 측면을 바라볼 수 있고, 이들이 즐겨 먹었던 것들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식탐일기는 쉽게 말해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탐색하는 개인사(심리학적 측면)와 사회사를 엮은 종합 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03

대학 수업 조별 과제하다 발견한 음식덕후 재능


원래 부모님이 식도락을 즐기는 분들이었어요.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맛있는 음식을 접했고 대학 때 자취를 하면서 혼자 요리하는 재미에 대해 알게 됐지요. 그러다 학생 때 문화인류학 수업 조별 과제를 하게 됐는데 대학가 음식문화가 주제였거든요. 패스트푸드와 터줏대감 맛집을 비교하고, 당시 유행하던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음식에도 상당히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온라인 블로그에 음식에 관한 다양한 잡설들(좋아하는 요리, 특정 음식의 기원, 낯선 외국 음식의 정체 등)을 개인적으로 써 오다가 졸업 후인 2003년에 주간한국에서 ‘문화 속 음식기행’이라는 꼭지를 맡아 3년 정도 연재를 하게 됐습니다.   



 

#04

안 먹어본 음식을 가장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안 먹어본 음식’이라고 대답해요. 세상은 넓고 음식은 다양한데 하나라도 더 새로운 맛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치즈가 있어요. 프랑스에 사는 언니가 종종 치즈를 사와서 중학교 때쯤 처음으로 체다 치즈 아닌 치즈를 먹어봤는데 처음엔 이상하다 생각하다 점점 중독되더라고요. 특히 치즈는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잖아요. 400종류가 넘는다니까 말 그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먹어도 먹어도 새로운 맛이 남아 있다는 게 매력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쿰쿰한 블루치즈(록포르나 고르곤졸라)와 담백한 에멘탈 치즈를 좋아합니다.  




#05

명사의 식탁을 재현한다면 - 투르네도 롯시니 스테이크



아무래도 호화스러운 메뉴인 투르네도 롯시니 스테이크가 제일 먹어보고 싶습니다. 특히 생 푸아그라나 트러플은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어서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수필을 읽으니 음식의 맛은 재료와 만드는 사람의 솜씨뿐 아니라 먹을 때의 분위기, 함께 먹은 사람들, 기후와 공기 등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고 하지요. 19세기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이 가득 모인 장소에서 롯시니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으면서 먹는 롯시니 스테이크의 맛은 상상만 해도 황홀해지는 것 같아요.    




#06

바지락으로 나폴리의 맛을!


소피아 로렌의 봉골레가 먼저 떠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파스타라는 음식은 왠지 이미지에 거품이 많은데 실제로 현지에서는 우리나라의 간단한 찌개나 짜장면 같은 서민 음식이라고 하지요. 봉골레 하면 모시조개가 정석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맛이 너무 강하지 않은 조개라면 무엇이든 잘 어울린다고 해요. 요즘 같은 봄에 서해안으로 가서 막 제철을 맞은 바지락이며 각종 신선한 조개로 봉골레를 만들어 보시면 대한민국 봄 바다의 맛과 소피아 로렌이 사랑한 나폴리의 맛을 함께 맛보실 수 있을 거예요.    




#07

‘바베트의 만찬’의 주인공처럼


개인적으로 좀 안쓰러워하는 분들이 외국 나가서도 한국 음식만 고집하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가령 중국 사람들은 평생 동안 자기네 나라 음식을 전부 못 먹어보고 죽는다고 하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맛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답니다. 때문에 항상 먹는 집밥도 소중하지만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익숙해진다는 것은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일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해 ‘이상하다’, ‘낯설다’며 거부하는 것은 그저 입맛이나 취향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자신이라는 우물 속에 갇힌 채 사는 게 아닐까 싶어요. 먹는 즐거움을 모르고 지내온 북유럽 마을 사람들에게 미식의 신세계를 알려준 영화 ‘바베트의 만찬’의 주인공처럼 더 다양한 맛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꿈입니다.        




#08

추천 맛집 핫플레이스는?

    

제가 가장 즐겨 찾는 ‘핫 플레이스’가 있다면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식재료와 맛집이 있는 이태원, 한남동 등지입니다. 낯선 음식 재료들을 그저 구경만 하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거든요. 토, 일요일에는 대학로에 자주 가요. 도시농부와 직거래를 할 수 있는 ‘마르셰@혜화’와, 필리핀 사람들이 일요일 미사 후 여는  필리핀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고 외국음식만 꼭 고집하는 건 아니고 청량리, 가락시장이나 경동시장 등도 종종 갑니다. 특정 지역에서만 먹다 보니 서울의 마트에서는 보기 힘든 토종 식재료, 혹은 한두 달 이내의 짧은 기간 안에만 구할 수 있는 과일이나 채소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할아버지, 할머니들만 기억하고 있을 농작물들을 보면 먹거리 다양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맛집 탐방... 은 의외로 적극적으로 하는 편은 아니에요. 미디어의 영향으로 과도하게 거품이 낀 가게들이 꽤 많다 보니 신중하게 고르자는 주의입니다. 그래도 즐겨 찾는 맛집을 꼽자면 외국 음식을 현지에 가깝게 만드는 곳, 혹은 다른 식당에는 없는 독창적인 메뉴가 많은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09

식탐으로 즐기는 힐링


사실 누군가의 식성이란 것은 한 인물을 말하는 데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생활에 그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식탐일기는 그 사소해 보이는 식성에 초점을 맞춰 명사들의 숨은 면모를 찾아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죠. 전기라는 장르가 대체로 특정 인물에 대한 지나친 미화나 왜곡에 빠지기 쉬운데 저는 그러한 시각을 벗어나 보고자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식욕'에 대해 접근하기로 한 것입니다. 나와 다른 듯 하면서도 결국은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을 보며 독자 여러분이 힐링과 즐거움을 얻어 가셨으면 합니다.   




Sejin Jeung 작가의 '식탐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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