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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27. 2024

남극의 셰프

인간 생활의 기본에 대해서


  감사 표현하기!

  사진: Unsplash의 Torsten Dederichs



표지사진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 생활의 기본‘


저자 니시무라 준 님을 소개하는 란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음식을 만들어 누군가와 함께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 생활의 기본’이라는 정신으로 남극의 추위마저 맛있는 음식으로 녹여 버리고 돌아왔다. 

자신을 버릇없는 성격의 게으름뱅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거친 입담의 소유자이며 일찍 자고 일어나기, 달리기나 트레이닝처럼 몸에 좋은 것과는 완전히 담쌓고 살지만 요리에 대한 신념만은 명확하다.

라고 책날개 소개에서부터 눈을 끌어 책을 집었다.


나는 보통 책을 읽을 때는, 책 겉면, 날개, 목차, 서지정보 등 시간에 쫓기지 않는 경우라면 다 살펴보는 편이다.

가끔은 '이런이런 사람들이 책을 만들었구나~' 생각하면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까지 읽어보기도 한다. 

(좋은 책을 읽었을 때는 좋은 사람들과의 프로젝트에 살짝 참여하게 된 느낌마저 들 때도 있달까)



이 책은 에세이 집이다.

 왜 이 얘길 하냐면, 나는 처음 이 책을 ‘소설’로 알고 중고서점 알라딘에서 가볍게 읽을 걸 찾다가 

‘제목만 보고’ 데리고 온 책이기 때문이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구입하던 시기는 제목에 꽂히면 그 이유 때문 에라도 구입했다.

소설로 착각한 이유는 처음 이 책 제목을 영화 홍보로 접했어서 그랬다.  

무려 일본에서는 2009년에 한국에서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아직까지도 영화는 보지 않았다.)

‘영화화니까 당연히 소설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맛있는 요리가 나오는 장면 묘사들을 많이 기대했었나 보다.

그런데 에세이 집이란 걸 알게 되고 읽으니 사실감이 느껴져서 그런지 오히려 더 재밌게 읽었다.


작가 니시무라 준(にしむらじゅん, 西村淳)은 책 제목과 같이 일명 '남극의 셰프'라고 불리며 

해상보안청에서 근무하다가 무려 두 번이나(제30차-1989년, 제38차-1997년) 남극 관측대에 요리사로 파견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낄 수 있고, 앞서 잠깐 작가 소개란에서 언급한 것처럼 약간 제멋대로인 것 같아 보여도 가장 추운 환경의 남극에서 자신의 요리를 가지고 팀원들의 허기지는 몸과 마음을 든든하고도 따듯하게 채워주는 사람이다. 

겨울에 그것도 이 시기동안 나도 제한된 환경 가운데 놓여있을 때 읽었어서 그런지 

남극에 잠깐 간 기분마저 들었다. 

요즘 책은 아니기에 조금 아날로그적인 향수도 느낄 수도 있었고, 편안하고 따뜻하게 읽었다. 




1년이라는 시간적인 제한 그리고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 눈뿐인 공간적인 한계 속에서도 

각각의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작가도 자신의 할 일인 주어진 재료들을 가지고

(물론 정부 지원으로 엄청 고급진 재료들을 마음껏 냉동시켜서 가져왔다는 것은 부러운 점)

대원들을 위해서 어디서도 먹을 수 없는 맛있는 음식을 매일같이 내놓는 '일'이 있기에 특별한 남극에서의 잔잔하고도 흥미로운 일상이 우리네 일상과 어느 정도는 겹쳐 보이는 이유이지 않을까.  

이런 점들은 각각의 챕터를 보아도 느껴진다. 

그들에겐 남극대륙의 작은 기지 안의 건물이 대설원의 작은 '집'(챕터 1)이었고,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는 그곳에서의 시간은 '작업과 파티의 나날'(챕터 2)로 채워졌을 테고,

이 모든 것은 '성실하고도 이상한 동료들'(챕터 3)이 있기에 벌어지는 것이다. 

마지막 챕터 4, '마시고 화내고 울고 웃고 쇼와 보급대 출발'과 같이 여러 감정들도 휩쓸고 지나간다. 

에필로그로 '인간세계로 돌아왔다'라는 말도 너무 와닿는 표현이었다. 

기존의 일상과 조금이라도 동떨어져있다가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을 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세상엔 참 다양한 일이 그리고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며 살고 있다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다.

책 뒷 표지에 보면, 

'한정된 공간,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유일한 즐거움은 오직 셰프의 만찬뿐!'

이라는 말이 남극의 대원들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서도 어느 정도 마찬가지라고 보였다.

그래서 이 특별한 에세이집이 생각보다 잔잔하게 읽혔나 보다. 

맛있는 요리 그리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과의 함께 하는 즐거움이야 누가 마다할까. 


그런 시간들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을 

앞으로 주어질 그런 시간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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