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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r 04. 2023

항상 양말 신고 있는 사람

햇볕이 채운 자리

지금 내 발은 항상 양말을 신고 있는 듯한 상태다.  겨울 나라에 돌아온 지 한 달가량 지났는데도 여전히 선명한 워터레깅스 자국이 남아 있다. 보홀에서 뜨거운 따가운 햇빛 아래 물놀이를 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맨날 아직도 양말 안 벗었냐고 놀리는데,  사실 바다 수영  남은 탄 자국(사실 피부 화상 자국이라 해야 할 것이다)이 좋다. 밤에 누워서 벽에 발을 올리고 책 읽는 찰나의 시간마다 발목 색을 확인해 본다. 잘 익은 빵 겉면 같은 색이 피부에 그대로 남아 있는지, 아니면 조금씩 옅어지고 있는지.


씨부아노들의 피부와 내  발목에 남아 있는 이 색은 뜨거운 여름과 바 상징이다. 선크림을 라도 바닷물이 금세 핥아고 그 빈자리를 햇볕이 채웠다. 

산호초에 긁혀 상처나고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발목

진짜 웃긴데 또 진짜 좋다.

이 자국마저 사라지면 내가 보홀의 한 바닷가에 머물렀던 사람이라는 증거는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거겠지. 마치 그런 일 따윈 없었어, 하는 것처럼.


조금씩 옅어지는 발목 색을 보면 어쩐지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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