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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y 25. 2023

넌 절대로 결혼하지 말라는 조언

내 동생은 지금 스위스에 산다. 해외취업에 성공해서 한국 사람이라곤 없는 직장에서 일한다. 동생은 세계 운동선수들의 인터뷰 자격으로, 과장 좀 보태자면 어제는 이탈리아, 오늘은 터키, 내일은 독일에 있곤 한다.

동생이 거품 이는 독일 현지 맥주나 이탈리아의 상큼한 카르파초가 올려진 식탁을 인스타에 업데이트할 때마다 부럽다. 너무너무 부럽다. 심지어 동생은 꽤 넓은 플랫에 사는 터라 자꾸 놀러 오라고 한다. 비행기표만 끊어오면 자기가 스위스에서 유명한 산에도 데려가 주고 호수에서 수영도 하게 해 주고 정통 프랑스 요리도 사 준단다.


그런데, 난 못 간다.


5년 전엔, 동생은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었다. 그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오기만 하면 네덜란드 관광도 시켜주고  자기 친구들 초대해서 파티도 열어주고 어쩌고 저쩌고...


그때도 못 갔다.


그때는 둘째가 어려서 못 갔는데 지금은 첫째가 초등학생이라 못 간다. 아무 때나 쳐들어가도 마음 편한 사람이 해외에 살면 뭐 하나. 나를 열렬히 환영하고 초대하면 뭐 하나! 가질 못하는 걸.


동생이 다음 주에 잠깐 귀국한다고, 서울에 같이 타투하러 가자고 했는데 그것도 못 간다. 첫째가 늦어봤자 오후 3시에 집에 오니까. 그리고 걔를 챙길 사람은 오직 나뿐이니까!


세상 힙한 세계에 사는 동생에게 결혼한 언니들이 하나같이 하는 조언이 있단다.

"넌 절~~~~ 대로! 결혼하지 마!"


언니들은 현명했다.

올해 서른이 된 동생은 결혼하지 않았다.

동생도 현명했다.


그래서, 만약 홑몸이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어봤다.


1. 시간 낭비

2. 뒹굴거리며 웹툰 정주행

3. 혼자 여행 가기

4. 혼자 집에 있기

5. 아주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언니랑 싸우지 마! 똑바로 앉아야지. 쉿 쉿, 소리 지르면 안 돼. 앗 물 쏟았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지 않고 교양 있게 밥 먹기

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다시 보러 가기

7. 깊은 물 다이빙

8. 친구랑 밤늦게까지 놀기


써놓고 보니 아주 요원~하다. 애가 중학생쯤 되면 적극적으로 시간 낭비를 할 수 있으려나.

불안이 높은 나로선, 애가 커버리고 나서 혼자 쉬는 시간을 잘 쉴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지금부터 잘 쉬는 연습을 해야 다가올 미래에 시간 낭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듯.

아이가 좀 더 정신을 차려서 지 혼자 잘 있을 수 있게 되면, 아주 적극적으로 방탕하게 시간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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