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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y 18. 2023

엄마가 무슨 작가야

작가 지망생은 싫으니까

애들이 나한테 맨날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무슨 작가야!"


공저로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애들 보고 '엄마 작가 됐다, 앞으로 작가님이라고 불러라'하니, 애들 보기엔 내가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다는 게 믿기 어려운가 보다. 곱슬머리가 마구 뻗치고 후줄근한 잠옷을 입은 엄마, 뒹굴뒹굴하면서 만화책 읽기만 좋아하는 엄마가 작가가 됐다니 뭔 소리야 싶겠지. 그래서 내가 조금만 허술한 짓(국 퍼주다 쏟고, 깨끗한 빨랫감 들고 오다 베란다에 질질 흘려 먼지로 데코레이션을 하는 등)을 하면 자매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가 무슨 작가야!"


사실 나도 안 믿긴다. 판판이 떨어질 신춘문예며 문예지 공모를 준비한다 해서 작가는 아니니까. 온라인 연재를 하고는 있지만 프로 작가로 출판될 글을 쓰는 건 아니니 사실상 작가라기보단 작가 지망생란 말이 걸맞을 거다. 그런데 작가 지망생이란 말은 싫다. 아직도 제대로 인간 구실 못하고 꿈이나 꾸고 있다는 말 같아서 쓰기 싫다. 만화가 지망생, 화가 지망생, 작가 지망생... 어릴 때 돈벌이 못하는 직업 베스트 3에 꼽혀 어른들 빈축을 샀던, 내가 바랐던 직업들.


그래도 아직은 글 쓰는 게 제일 재밌다. 문예지 응모한 것들이 떨어질 때마다, 출판 의뢰를 넣은 출판사들이 반려 메일을 보낼 때마다 좌절하고 낙망하긴 하지만 아직은 글 쓰는 일이 좋다. 글쓰기는 일상에선 쭈볏대며 제대로 말 못 하는 인간이 단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 양가감정으로 소용돌이치는 정신을 정제된 언어로 붙들어 매어 가시적인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일,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글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만큼 놀라운 일을 아직은 못 찾았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감히 작가라고 남들 앞에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막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오늘은 뻔뻔함에 기대어 괄호 안의 말을 빼고 한마디 해 본다.


야. 엄마도 (언젠간) 작가야.


-지나가던 딸의 한마: 브런치 작가는 작가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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