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이 나한테 맨날 하는 말이 있다.
"엄마가 무슨 작가야!"
공저로 책을 출간하고 나서 애들 보고 '엄마 작가 됐다, 앞으로 작가님이라고 불러라'하니, 애들 보기엔 내가 전혀 달라진 게 없는데 갑자기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다는 게 믿기 어려운가 보다. 곱슬머리가 마구 뻗치고 후줄근한 잠옷을 입은 엄마, 뒹굴뒹굴하면서 만화책 읽기만 좋아하는 엄마가 작가가 됐다니 뭔 소리야 싶겠지. 그래서 내가 조금만 허술한 짓(국 퍼주다 쏟고, 깨끗한 빨랫감 들고 오다 베란다에 질질 흘려 먼지로 데코레이션을 하는 등)을 하면 자매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가 무슨 작가야!"
사실 나도 안 믿긴다. 판판이 떨어질 신춘문예며 문예지 공모를 준비한다 해서 작가는 아니니까. 온라인 연재를 하고는 있지만 프로 작가로서 출판될 글을 쓰는 건 아니니 사실상 작가라기보단 작가 지망생란 말이 걸맞을 거다. 그런데 작가 지망생이란 말은 싫다. 아직도 제대로 인간 구실 못하고 꿈이나 꾸고 있다는 말 같아서 쓰기 싫다. 만화가 지망생, 화가 지망생, 작가 지망생... 어릴 때 돈벌이 못하는 직업 베스트 3에 꼽혀 어른들의 빈축을 샀던, 내가 바랐던 직업들.
그래도 아직은 글 쓰는 게 제일 재밌다. 문예지 응모한 것들이 떨어질 때마다, 출판 의뢰를 넣은 출판사들이 반려 메일을 보낼 때마다 좌절하고 낙망하긴 하지만 아직은 글 쓰는 일이 좋다. 글쓰기는 일상에선 쭈볏대며 제대로 말 못 하는 인간이 단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창구다. 양가감정으로 소용돌이치는 정신을 정제된 언어로 붙들어 매어 가시적인 문장으로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일, 아무것도 없었던 곳에 글이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만큼 놀라운 일을 아직은 못 찾았다.
작가가 될 수 있을까.
감히 작가라고 남들 앞에 말할 수 있는 날이 올까.
막막한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오늘은 뻔뻔함에 기대어 괄호 안의 말을 빼고 한마디 해 본다.
야. 엄마도 (언젠간) 작가야.
-지나가던 딸의 한마디: 브런치 작가는 작가가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