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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May 03. 2023

어른은 어디에다 아프다고 징징댈까


둘째 아이에게 독감이 옮고부터 어디 한 군데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일단 기침이 끊이지 않는 데다가, 소변볼 때마다 아래쪽이 욱신거리며 아파서 검사해 보니 질염. 거기다 계절성 눈병. 병들이 대기번호 받고 줄지어 오는 느낌이다.

그러다 어제 심상치 않은 모양의 물집을 발견했다. 발목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물집... 뭐지... 찝찝해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 두 시쯤 날카로운 통증에 깼다. 그러면서 갑자기 든 깨달음. 아. 이거 대상포진다.

한 번도 걸려본 적 없는 병에 대한 깨달음은 어디서 온 걸까? 의식 깊숙한 데서 길어 올려진 이 생각은 대체 어디서? 잠이 들었을 때도 의식 한구석은 깨어있어 찝찝한 물집의 근원에 대해 계속 생각했었나 보다.

암튼 내 상태는 네이버로 검색된 모든 대상포진 증상과 동일했다. 불길한 마음으로 후닥닥 애들 밥 차려주고 방문한 피부과에선 역시나. 대상포진이란다.

아. 진짜.

나 이렇게 힘들고 아팠다고 징징거리고 싶은데.

으른은 징징거릴 데가 없다.

반납기한이 다 된 그림책 마흔 권 도서관에 반납하고 집에 가면 산더미 같은 이불 빨래 애들이 던져두고 간 책이며 장난감 정리가 남아있다. 오후엔 수업도 있다. 대신할 사람은 당연히 없음. 내 일은 내가 할 수밖에.

그래도 조금은 징징거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젠장.

대상포진, 많이 아프군요.



이미지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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