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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Jul 09. 2023

뭔가를 먹고 싶다는 마음

뚱뚱한 게 너무너무 싫다는 감정과, 뭔가를 먹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한다. 왜일까? 그건  대립구도에 있는 마음인 것 같은데. 왜 자꾸 마음이 허하면 뭔가가 먹고 싶을까. 삶이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겠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점점 수렁으로 기어들어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을 때 왜 나는 뭔가를 먹고 싶어질까. 먹는 것은 살고 싶은 마음과 연결되는 거 아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큼 살고 싶진 않은데. 아니, 오히려 살고 싶다는 열정 같은 것은 가장 낮은 퍼센트를 차지하는데. 먹고 싶은 마음은 이상하다. 내 바람, 욕구와는 반대방향에 있는데도 끊임없이 작은 틈을 치고 들어온다.

내 몸이 싫은데도, 내 몸을 보면 자꾸만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는데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너무 싫은데도, 그걸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먹는 것을 멈추는 일인데도.

이 밤, 나는 뭔가가 먹고 싶다.

먹고 나면 지독하게 후회할 것이 뻔한데도. 나를 더 증오하게 될 것이 뻔한데도.

자꾸만 냉장고를 열어보고 싶다. 냉장고를 뒤적여 가장 먹음직스러운 간식을 발견하고 싶다. 뭔가를 먹는 순간만큼은 공허한 마음을 잊을 수 있을 것을 알기에. 너무나도 잘 알기에. 찰나의 쾌락에 몸을 맡기고 싶다. 내 식욕은 바보멍텅구리다. 나도, 내 삶도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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