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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박사 Jan 14. 2020

전통시장 재생전략

스토리가 답이다

2012년 정부는 전통시장 등 중소상공인들의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면 전통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히려 전통시장의 매출은 10년새 22.7%(6조2천억)이 감소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전통시장의 가장 큰 경쟁상대로 여겼던 대형마트들도 심각한 영업위기에 빠졌습니다.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의 적자는 익히 알고 있었으나, 그동안 선방을 해왔던 이마트마저도 적자폭이 심해져 점포와 부동산 등 자산까지 처분하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첫 적자' 이마트, 자사주 매입 등 위기탈출 안간힘<출처: 서울신문>

대형마트의 업의 본질을 보면 유통업을 가장한 부동산업입니다. 선투자를 하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대형마트는 입점소문이 들려오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합니다. 대형마트는 상품판매를 통한 수수료보다 부동산 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켜 수익을 극대화기에 그렇습니다. 그런 대형마트가 자산을 매각한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이렇게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유통방식의 변화 때문에 사람들이 찾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찾지 않는 곳은 시장이든, 관광지든, 문화시설이든 다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앞으로는 출산률 저하로 인해 3,40대 젊은 부부들도 마트에 가는 일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합니다. 앞으로 이런 현상들은 더 심해질 것이 자명합니다.

그래서 대형마트는 다른 방식을 선택합니다. 장보러 오는 사람이 줄어드니 문화센터와 스포츠센터도 만들고, 영화관도 입점시키고, 카페도 만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게 할 콘텐츠(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대형마트는 장을 보는 장소에서 가족, 친구, 연인과 재미와 추억을 만드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키고 생존하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 대형마트는 수십년된 전국의 유명 맛집을 유치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 유명맛집들은 여러 가지 매체나 SNS를 통해 이미 스토리를 갖춘 곳들입니다. 그 곳을 찾아가지 않아도 대형마트에서 맛 볼 수 있게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모으는데 최고의 아이템들이고, 대형마트들은 계속 이런식으로 진화 발전해가며 부동산 사업을 하는 곳들입니다.

장보기보다 맛집찾아 대형마트 간다<출처: 매경이코노미>

그러면 전통시장은 어떤가요? 과연 전통시장이 위에서 설명한 대형마트처럼 여러 가지 자구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사실 같은 경쟁하는 곳이 아닙니다. 위에서 대형마트의 본질은 부동산업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은 부동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순수한 유통업을 기반으로 하는 곳입니다. 그것도 소상공인들로만 구성된 곳이라 경기에 더욱 민감한 곳입니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유통방식의 변화, 저출산 등의 이유로 대형마트보다 더욱 붕괴가 빨리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전통시장의 매출 감소는 대형마트 때문이 아닌데, 진단을 잘못했으니, 당연히 처방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물건이 좋다고, 가격이 싸다고 전통시장까지 가서 장보고 올 사람들은 없다고 보는게 정답입니다. 신선식품이나 야채도 밤에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앞에 도착해 아침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런 곳들과 유통으로 전면전을 해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달리 답을 찾아야 합니다.


"답은 스토리에 있습니다."


빅데이터로 본 전통시장, 반찬 사는 곳 아닌 관광지<출처: 서울신문>

스토리가 있어야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고, 일단 사람들이 모여야 유통(상품판매)이 활성화 될 수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콘텐츠는 상품의 가격, 품질, 접근성, 편의성 등 1차적인 것으로해서는 안됩니다. 오랜기간 이어져 내려온 시장의 스토리를 콘텐츠로 만들어 개발하고, 홍보, 마케팅해야 합니다. 시장내 이미 스토리를 갖춘 유명한 곳이 있다면 적극 활용해 확산을 시켜야합니다. 상인들 입장에선 직접적으로 상품의 가격, 품질, 접근성, 편리성 등이 갖춰지면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런 것들은 늘 1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다른 어딘가에서 훨씬 더 괜찮은 상품과 유통방법,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들이 반드시 나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시장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과 히스토리를 잘 개발해서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마케팅해야합니다. 다른데 비교해서 상품의 질이 좋고, 맛이 좋아도 이젠 스토리가 없으면 안팔립니다.

좋은 예가 있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아실 것입니다. 한달씩 하나의 골목시장을 찾아가 4~5곳의 식당을 컨설팅하면서 갖가지 스토리를 만들어 냅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히스토리를 기억합니다. 때론 혼나고, 때론 극찬을 하면서, 중간 과정들은 시청자들의 인식에 자연스럽게 포지셔닝이 됩니다. 그래서 멀리서부터 방문해 음식을 먹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보고 방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음식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음식이 아닌 스토리를 먹는 것입니다.

포방터 시장의 돈가스집, 홍탁집의 닭곰탕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맛있는 돈가스와 닭곰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더 맛있는 곳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이 콘텐츠가 아닌 스토리가 콘텐츠이기 때문에 지방에서부터 올라와 새벽부터 줄을 서서 먹는 것입니다. 방송을 위해 만든 스토리로도 이렇게 팔아먹는데, 수십년 수백년된 전통시장에는 아직 발굴하지 못한 얼마나 많은 사연과 스토리들이 있을지 가슴이 셀레입니다. 대부분이 여러 가지 이유로 이렇게 스토리를 개발하고 홍보, 마케팅을 못해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있다고해도 1,000개가 넘는 수많은 전통시장이 어떻게 다 골목시장에 출연해 스토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껍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어렵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유통이 획기적으로 변한 것처럼, 미디어 시장은 유통시장보다 훨씬 더 많이 변화했습니다.

유명 유투버가 연예인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시대입니다. 2,30대 1인 가구는 집에 TV가 없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휴대폰 보급되면서 집전화를 사라지게 한 것처럼 스마트폰의 유튜브가 TV를 없애고 있는 상황입니다. 백종원의 골목시장은 하나의 플랫폼이지만, 유튜버들은 수백, 수천, 수만가지의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어디가 더 효과적인 플랫폼이 될 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입니다. 스토리에 답이 있습니다. 스토리가 거창한게 아닙니다. 대리운전 기사가 자신의 대리운전 기사의 하루를 중계해 수입을 올리는 세상입니다. 상인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전통시장의 반복되는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흥미있는 스토리가 될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수십년 떡볶이를 만들어온 상인의 레시피를 보고 찾아온 먹방 유투버들이 방송을 하고, 그 방송을 수십, 수백만명의 구독자들이 보고 찾아가는 스토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명 한명의 힘은 미약하나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합치면 백종원의 골목시장보다 훨씬 강력한 파워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본 글은 시장종합매거진의 칼럼 청탁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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