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방선거의 막이 올랐다. 거리마다 예비 후보들의 현수막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여전히 단골 메뉴는 "건립"과 "유치"다. 체육관을 짓고, 문화센터를 올리고, 대형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약속들이 도시를 뒤덮는다. 유권자 입장에서 내 집 앞에 무언가 들어선다는 것은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도시 전략가이자 공간 경영 전문가로서 단언컨대, 지금 방식대로
붓는 콘크리트는 10년 뒤 우리 도시의 숨통을 조이는 가장 비싼 족쇄가 될 것이다.
과거 팽창의 시대에 도시는 "채움"으로 성장했다. 그때 필요한 리더십은 삽을 들고 현장을
지휘하는'시공 소장'의 리더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구는 줄고, 기술은 급변하며,
빈집과 유휴 공간은 늘어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새로운 건물을 짓는 건설업자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도시라는 거대한 하드웨어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고 효율을
극대화할 줄 아는 '도시 프로그래머(Urban Programmer)'다.
왜 지금의 "건설 공약"이 위험한가? 바로 "기술적 감가상각" 때문이다.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하는 나선형 램프의 주차 타워를 보자. 자율주행과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가 상용화될
머지않은 미래, 자동차는 '소유'에서 '서비스'로 전환된다. 차가 주차장에 머무는 시간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그때가 되면 도심의 노른자위 땅에 박힌 주차 타워는 철거 비용만
수십억이 드는 거대한 '콘크리트 묘지'로 전락한다.
우리는 이제 후보들에게 '건설'이 아닌 '운영'을 물어야 한다. 무조건 짓지 말고, 어떻게 쓸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 진정한 도시 프로그래머는 '가변성(Flexibility)'을 설계한다.
"주차장을 짓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대신, "미래에 물류센터나 청년 창업 공간으로 즉시 용도
변경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인프라'를 구축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층고를 높이고, 바닥
하중을 보강하고, 가벽을 모듈러로 설계해 언제든 떼어낼 수 있게 만든다. 이것이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전략적인 행정이다.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시'에서 '실리'로 바뀌어야 한다. 랜드마크 경쟁은 끝났다. 진정한
삶의 질은 거대한 광장이 아니라, 내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5분 안에 닿을 수 있는 작은 '공간
네트워크'에서 나온다. 성수동이 걷고 싶은 거리가 된 이유는 웅장한 건물이 있어서가 아니라,
골목마다 숨 쉬는 작은 콘텐츠들이 소프트웨어처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능한 리더는
캔버스를 꽉 채우는 화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그림을 그릴 여백을 남기고 그 판을
깔아주는 기획자여야 한다.
2026년, 유권자의 눈은 화려한 조감도 뒤에 가려진 '운영 능력'을 꿰뚫어 봐야 한다. "내가 다
완성했다"고 뽐내는 후보는 구시대적이다. "지금은 A로 쓰지만, 상황이 변하면 B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말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완공된 도시는 죽은 도시다. 살아있는 도시는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소프트웨어와 같다.
이번 선거, 벽돌을 쌓을 사람이 아니라 도시의 시스템을 켜고(Turn on) 업데이트할 사람을
뽑자. 그래야 우리 도시가 산다.
국창민(어반전략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