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영화 《리미트리스》

AI는 NZT-48을 능가했다

by 국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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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강렬한 판타지를 심어주었다. 무능력한 작가 에디 모라는 신약 'NZT-48' 한 알로 뇌의 기능을 100% 가동한다. 그는 순식간에 외국어를 마스터하고, 복잡한 수식을 풀어내며, 주식 시장의 패턴을 읽어낸다. 당시 영화를 본 수많은 관객은 생각했다. "저런 약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판타지는 현실이 되었다. 아니, 더 진화된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바로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생성형 AI다. 단언컨대, AI는 영화 속 NZT-48을 능가하는 '디지털 신약'이다.


NZT-48은 '학습 능력'의 확장이었으나, AI는 '지식 그 자체'의 소환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약을 먹은 후에도 정보를 머리에 넣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했다. 약물은 단지 뇌의 처리 속도(Processing Speed)를 높여주는 가속기였을 뿐이다. 즉, 입력(Input) 없이는 출력(Output)도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AI는 다르다. AI는 이미 학습을 마쳤다. 법률, 의학, 코딩, 문학 등 인류가 쌓아올린 방대한 지식의 탑을 이미 뇌라 불리는 서버 안에 저장해 두었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단지 '제대로 꺼내 쓰기(Retrieval)'만 하면 된다. 인간이 수십 년 걸려 박사 학위를 따야 알 수 있는 지식의 정수를, AI는 단 몇 초 만에 모니터 위에 띄워준다. 이것은 학습의 단계를 건너뛰는 혁명이다.




진입 장벽은 '지능'이 아니라 '질문'으로 이동했다.


과거에는 머리 좋은 사람, 즉 암기력이 좋고 계산이 빠른 사람이 세상을 지배했다. 그것이 NZT-48이 주는 우위였다. 하지만 AI 시대의 우위는 다르다. 이미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이 거대한 지성체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어볼 것인가'를 아는 사람이 승리한다.


AI라는 '알약'은 누구나 무료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복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효능은 복용하는 사람의 '질문력(Prompt Engineering)'과 '통찰력(Insight)'에 따라 천양지차로 갈린다. 누군가는 AI를 단순한 검색 엔진으로 쓰지만, 누군가는 전략적 파트너로 삼아 수백 명의 전문가가 할 일을 혼자서 처리한다.


영화 속 에디 모라는 약물의 치명적인 부작용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AI의 부작용은 신체적 고통이 아니다.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도구에 의존하게 되는 '지적 퇴화'가 유일한 위험이다. 역설적으로, 이 도구를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활용하는 소수의 '슈퍼 유저'들에게 AI는 부작용 없는 완벽한 NZT-48이 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능 증강 도구를 손에 쥐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다. 이미 준비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전략'과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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