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일 오후 5시 2분 55초..
육아일기를 쓴 지 몇 번 되지 않았는데 문득 깨달았다. 개월별 발달상황이나 현재 건강문제 같은 건 아직 한 번도 안 썼었구나 하는 깨달음. 오늘은 제대로(?) 써야겠다. 아기는 이제 생후 4개월 차가 되었다. 최근 며칠 전부터 낮이고 밤이고 느닷없이 악을 쓰며 우는 시간이 점점 느는 것 같아서 혹시나 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4개월 원더윅스'...라는 결과를 보게 되었다. 너무 힘들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뤄 남편과 둘이 겁을 먹었는데 며칠 지나니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어느 때와 같이 방긋방긋 잘 웃어주는 순둥이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제는 3개월에 접어들면서 점차 양이 많아진 침과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새 빨고 있는 주먹고기(본인 주먹을 입에 넣고 빠는 것)때문에 얼굴 곳곳이 침독으로 난리다. 울긋불긋 오돌토돌 올라와 하루에 한 번씩 침독에 좋다는 크림을 발라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먹고기를 한 손을 졸리다고 눈 한번 비비고, 재밌다고 당싯대다가 본인 이마를 한번 치고, 주먹고기 하는 동안 입이 크게 벌어져 있어 거기서 침이 줄줄줄 양쪽 볼과 턱에 흘러내려온 얼굴이 난리다.
임시방편으로 쪽쪽이를 물리긴 하는데 우리 아기는 굳이 따지면 쪽쪽이에 그렇게까지 환장하는 아기는 아닌 것 같다. 쪽쪽이 무는 것보다 젖병 젖꼭지 무는 걸 더 선호하고, 그 외에는 주먹고기 먹는 것을 더 선호한다. 그래도 아예 안 무는 건 또 아니라 감사하게 쪽쪽이를 물리고는 있는데 이 것 역시 주먹고기보다 덜할 뿐이지 그렇게 아기한테 100% 좋은 건 아니어서 나중 되면 쪽쪽이 떼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때가 되면 또 우는 아기 달래느라 힘들겠지만 지금은 일단 쪽쪽이를 발명한 사람에게 감사인사를 백만 번 하면서 아기를 쉽게 달래고 있다.
쪽쪽이는 일종의 국민 육아템이다. 나는 임신한 사실을 안 후부터 열심히 엑셀 정리를 했는데, 주로 출산가방 리스트나 임신 준비 리스트, 임신 출산 혜택 등등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물론 임신과 출산도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진짜배기는 육아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힘들고 고통스러운 육아를 조금 더 쉽게, 그리고 편하게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일명 '국민 육아템'들이었다. 한두 개면 냉큼 장만했을 텐데 종류와 개수가 어찌나 많고 다양한지 국민템에 번호만 붙여도 벌써 10개, 20개가 넘어가버려서 바로 질려버리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내가 낳고 키울 내 아기니까 정신을 좀 차려서 제 돈 주고 사서 새것을 사용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저렴하게 중고를 사는 게 나을지, 아니면 굳이 없어도 괜찮은지를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엑셀 내용은 점점 방대해지고 나는 점점 지쳐갔지만, 그래도 그러면서 구매 예정 리스트를 채워나가는 기쁨이 있었다.
그렇게 해서 아기 침대부터 시작해서 디럭스 유모차, 절충형 유모차, 기저귀 갈이대 등 굵직굵직한 것들부터 남편을 통해 중고로 마련하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아기용품 전문 매장 두 곳을 차례로 방문해서 자잘하게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아기 용품은 그 종류가 무수히 많지만 또 하나씩 들여다보면 다 필요한 것들이고, 집에 있으면 분명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라 중간중간 구매욕을 누르고 진짜 급하게 필요한 것들만 사느라 힘들었다. 오늘도 중고로 유모차 라이너를 구매했다. 새 제품을 사는 게 좋을까 싶었지만 이 것 역시 다른 무수한 육아템과 마찬가지로 아기가 크면서 금방 몇 개월 못 쓰고 버리는 템 중에 하나라는 것을 알고 중고 중에 상태가 제일 양호하고 새것에 가까운 모습인 제품을 알아봤다.
사실 첫아기 육아에, 미친 폭염, 자외선 차단(국민 육아책에서는 생후 6개월까지는 아기 직사광선 맞지 않게 하라고 되어있고, 아기 역시 생후 6개월부터 자외선 차단제 사용이 가능하다고 함) 등 갖가지 이유로 아직도 아기가 병원 갈 때 빼고는 바깥 외출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제 유모차 라이너도 마련했으니 조만간 남편과 아기와 셋이 가까운 카페라도 한번 유모차 끌고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