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9일 오후 11시 17분 5초..
내가 웃으면 아기도 웃고, 내가 울면 아기는 어쩔 줄 몰라한다. 처음부터 안 건 아니었다. 어느샌가 아기가 환하게 웃어주는 날에는 나 역시 그에 앞서 이미 웃을 일이 있었고, 기분이 좋지 않아 인상을 찡그리거나 무표정이 될 때면 곧 아기의 눈도 내 안색을 살피며 굳어있는 거였다. 그 사실을 깨닫고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아기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만큼 최고로 주겠노라 매번 다짐하지만 현실은 나 역시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 이 조그만 인간에게 무작정 사랑만 주기에는 많이 모자라다는 것을 자꾸만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육아인 것 같다.
하지만 흔히들 하는 말로 '엄마의 행복이 곧 아기의 행복'이라고 하여 어떤 육아법이든 엄마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 사랑을 받는 아기 역시 행복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굉장히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족쇄와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했으나 내 아기의 표정이 나로 인해 시시각각 바뀌는 모습을 보게 되니 저절로 그 말이 이해가 되고, 또 이래서 육아가 힘든 거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때 되면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씻겨주고, 달래서 재우는 행동의 반복으로 당연히 한 명의 인간은 쑥쑥 큰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몸의 성장일 뿐, 마음의 성장은 그것보다 훨씬 복잡하고도 까다로운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전에는, 그러니까 아기를 낳기 전의 나는 전혀 짐작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다. 계속해서 아기로 인해 가슴속 깊이 충만감을 느끼고, 또 아기로 하여금 밝게 웃음 짓게 하는 반복 속에서 모성애가 점점 더 커지는 것만 같다.
나는 우리 아기를 낳을 때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 자연분만은 유도분만을 하든, 진통이 와서 분만을 하든지 간에 언제까지 출산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혹시라도 아기나 나한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온갖 염려가 뒤따랐고, 제왕절개는 그에 비해 수술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분만을 해서 아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그리고 또 예정된 수술이므로 나를 위해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들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방법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맞다. 나는 응급 제왕이 아니라 선택 제왕 수술을 했다. 그리고 수술 당일, 수술이 시작된 지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에 나는 아기와 만날 수 있었다. 뱃속에서 꺼내져 공기 중에 노출된 그 몇 초간 아기한테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곧이어 힘겹게 찢어지는 울음소리가 나와 나를 온통 감격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찌나 기쁜지 순간 내가 배가 갈라져서 후처치 수술을 마저 받아야 된다는 사실도, 거의 결박당하다시피 수술대 위에 무력하게 누워 있다는 사실도, 아기가 몇 시 몇 분에 태어났다는 말과 조금 전부터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만 내 안에서 계속해서 맴돌아 아기를 낳은 게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방금 자궁을 열고 꺼내진 아기는 양수에 불려져 굉장히 퉁퉁 부어있고, 온몸이 시뻘건 상태였지만 열 달 동안 내 뱃속에서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니 그조차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물론 눈이 나빠 안경을 쓰는 내가 수술을 받는 중이라 맨 눈인 상태로 갓 태어난 아기를 보게 되어 그리 꼼꼼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감염 위험 때문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몰라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아기를 내 바로 옆에 데려와서 보여주지 않고 1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보여주어서 더 잘 안 보였다. 굳이 따지자면 하얀 천에 동동 감겨진 빨간 꼬물이 같았달까. 나중이 되어서야 마취에서 깨어난 후 병실로 돌아간 나에게 그 사이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만나고 온 남편이 찍어다 준 사진을 보고 '아.. 이렇게 생겼구나' 할 뿐이었다.
모성애라는 것이 임신을 하고 나서 생긴 건지, 출산을 한 직후에 생기는 건지, 그것도 아니면 아기를 키우는 시간 속에서 생기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나는 수술한 날 당일에 남편이 다음날 점심때 수유콜을 할지 신생아실에서 진즉에 물어봤었다는 말에 서서히 시작되는 수술 부위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내일 하루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에서 '반드시 내일 수유콜에 갈 수 있도록 일어나서 미리 걸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렇게 다음날 아침 소변줄을 떼고나서부터 부지런히 걷는 연습을 시작해서 조금 많이 느리게 걷지만 아기를 보러 신생아실로 갈 수 있었다.
처음 너에게 젖을 물리는 그 순간이 어찌나 떨리고 설레는지.. 그리고 네가 물고 빠는 걸 느끼면서 가슴속에 충만하게 차오르는 벅찬 기분을 느꼈다. 어떤 기분인지는 아직도 잘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 이후 수유할 때는 잘 못 느꼈다는 걸 보면 아마 분만 후 처음으로 아기와 내가 연결되었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아닐까 싶다. 비록 처음이라 젖을 빠는 힘이 부족해서 10분도 채 못 빨고 지쳐 울고 시작해 분유를 줬지만 그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