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2일 오전 12시 58분 35초..
일기가 뜸했던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아기는 어느덧 뒤집기를 성공했고, 뒤집기하며 팔 한쪽을 못 빼서 끙끙대더니 또 어느 순간 갑자기 혼자 몸을 비틀며 그 한쪽 팔을 빼내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끙끙댈 일이 생겼을 때 "음-마"라고 할 때가 종종 있어 나를 흐뭇하게 하고 동시에 남편이 "아빠" 주입 훈련을 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아주 웃기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중고로 장만한 디럭스 유모차를 드디어 개시했고, 라이너 설치에 양산 설치까지 낑낑대며 아기를 싣고 동네를 한 바퀴 활보했다. 신기하게 별 것 아니고 그냥 산책 겸 유모차를 끌고 남편과 아기와 함께 거닌 것뿐인데 왜 이렇게 뿌듯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도 날이 너무나 더워 매일 산책 나가기에는 아직은 조금 곤란한 날씨이다.
요즘 부쩍 팔뚝이 뻐근하다. 나뿐만 아니라 남편도 그러하다. 이는 필시 우리 아기가 제일 잠에 잘 드는 방법이 '엄마 아빠 팔베개'이기 때문인 것이다. 육아서에는 아기는 편평한 매트에 등을 대고 눕혀서 재우는 게 제일 좋다고는 나와있지만 곧 죽어도 눈을 금세 부릅뜨고 악을 쓰며 울어대는 판에 내 팔에 고개를 대게 해주면 어디서 작은 천사 하나가 내려와 내 옆에서 눈감고 미소 짓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니 이거야 원 팔을 내줄 수밖에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몇 번 그러다가 아기 침대로 옮기면 그대로 잠들겠지 하는 헛된 희망을 몇 번 품었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이어서는 곤히 잠든 아기의 얼굴 밑에 있는 내 팔을 요령껏 빼고 살금살금 침대에서 빠져나와 집안일이든, 드라마 시청이든 마땅히 다 큰 성인이 할만한 일을 드디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내가 팔 빼는 요령이 늘어갈수록 이후에 문득 잠에서 깨어 옆에 아무도 없는 배신감을 몇 번 맛본 뒤 푹 잠에 들만하면 실눈을 요로코롬 떠서는 옆에 확실히 내가 누워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자고 다시 확인하고 자는 반복을 하며 선잠을 자버리는 아기 때문에 요즘은 그것도 힘든 추세이다. 별 수 없이 한쪽 팔은 점점 피가 안 통하는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팔베개를 대어주고 다른 쪽 팔은 핸드폰을 붙잡고 의미 없는 SNS의 알고리즘만 훑어보다가 곧이어 손가락에 담이 걸리곤 한다.
오늘도 역시나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었다. 최근의 하루 총수유량을 이미 20시가 되기 전에 해결하고 22시쯤 잠에 들었다가 30분 만에 다시 또 깨어나 기어코 추가 수유를 먹고 나서는 하루의 마무리 마냥 내 팔을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팔을 대주고, 입에 쪽쪽이를 물려주고(없으면 큰일 난다. 본인 손가락을 쭈쭈바처럼 미친 듯이 빨기 시작함), 등을 토닥이며 동시에 머리도 쓰다듬다 보면 또다시 천사의 얼굴이 되어 인자한 미소와 함께 잠이 든다.
물론 오늘 역시 실눈을 감았다 떴다 난리였다. 휴. 혹시나 싶어 한쪽으로만 팔베개 하지 않고 다른 쪽으로도 자주 팔베개 하는 중인데 물론 아기의 두상이나 척추 등도 매우 중요하지만 내 팔 혈관의 건강 역시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빠르고 정확한 입면의 필승법을 알려준다면 정말 평생의 스승으로 모시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벌써부터 나는 '사바사'(사람바이사람, 사람에 따라 다르다는 뜻)라는 인터넷 용어처럼 '애바애'(아이바이아이,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 부모가 개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뜻)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나름대로 열심히 찾아보는 육아정보 중에는 우리 아기에게 딱 맞는 것도 있었고, 전혀 다른 것도 있었고, 어떻게 저런 아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그 정보에 있을 때도 있고, 우리 아기가 바로 그런 이상한(?) 아이 일 때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실눈을 뜨고 감시를 한다고 해도 저렇게 예쁘고 참한 천사라면 내 인생에서 얼마간은 당해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팔은 좀 저리겠지만 말이다.